나에 대한 남들의 평가와 실제 '나'간의 간극
Q. "남들은 제가 추진력 갑이라고 하는데 사실 전 때때로 꽤나 게으릅니다. 어떤 때는 남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추진력 갑인데 또 어떤 때는 발 등에 불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미루다가 막판에서야 밤새워가며 마무리합니다. 왜 매 상황마다 저의 모습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걸까요? 일관성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고민입니다."
실제 나의 고민이기도 했던 문제다. 그런데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꽤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나의 경험을 통해 내가 내렸던 결론은 게으른 완벽주의와 선택적 게으름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였다.
게으른 완벽주의? 선택적 게으름? 요즘은 서로 상반되거나 이질적인 단어 조합을 통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트렌드인 걸까? 내가 만든 단어 조합이 아니라 실제 쓰이는 용어다.
▶ 게으른 완벽주의란?
정말로 게으르다기보다는 완벽하게 하려는 성향이 강해서 뭐든 시작이 힘든 경우를 말한다. 나도 살짝 여기에 속한다. 정신과 의사 두 명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양브로의 정신세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좀 낮춰라! 그럼 훨씬 상황이 수월해진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내공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다 뭔가를 하려고 하면 평생 못 한다."
나의 경우 강박적인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를 시작하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근래에는 이 부분을 내려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1인 기업가에게 중요한 건 한두 가지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끝내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시도다. 완벽함을 추구해 한두 가지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다른 여러 개의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결과물의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은 건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지나친 완벽함 추구로 인해 잃는 것은 무엇일까도 고민해야 한다.
'경험을 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일단 시작하고 과정 중에 개선과 보완을 하면 된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완벽을 기한다 해도 시작한 후 발생 가능한 다양한 변수를 완벽히 예측하기란 불가능이다. 과정 중의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과 보완을 해 나가는 유연성을 키우는 것이 요즘 세상에서는 더 중요한 가치다.
▶ 선택적 게으름이란?
게으른 완벽주의가 완벽을 추구하려는 성향 때문에 시작이 힘든 경우라면 선택적 게으름이란 무슨 의미일까? 사람들이 평가하는 질문자의 모습은 굉장히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데드라인이 가까워져서야 겨우 일을 마무리 짓는 게으른 면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선택적 게으름은 사실 모든 사람들이 일정 부분 갖고 있는 모습이다. 굉장히 활동적이고 추진력 있는 사람이지만 집에서의 모습은 전혀 다를 수 있다. 화장을 지운다거나 머리 감는 것과 같은 사소한 건 굉장히 귀찮아하고 자꾸 미루게 되는 모습처럼 말이다. 하지만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에서 달라지는 나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는 부분이니 여기서는 번외로 하겠다.
질문자의 고민처럼 분명히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인데 어떤 건 후다닥 재빠르게 처리하고 어떤 건 데드라인에 가까워져서야 겨우 마무리 짓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선택적 게으름 또한 나에게 어느 정도 해당되는 부분이었다.
난 직장 다닐 때 실행력과 추진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나도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직장인으로서가 아닌 1인 기업가로서 나의 것을 해 보겠다 결정한 후 나의 실행력에는 분명한 전제 조건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바로 무의식 속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과 호기심 여부다.
- 난생처음 해보는 거라도 막연하게나마 잘할 자신이 있는 것 (일종의 근자감)
-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것 (난 호기심이 강하다)
위의 두 가지에 해당되는 걸 해야 할 때는 빠르게 결정하고 바로 실행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 이후 외부 활동의 제한이 커지면서 집콕하며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 뭘까를 고민하다 책을 출간하자고 결정했던 게 그런 부분이다. 남들 보기에도 내가 생각하기에도 다소 뜬금없는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당시에 딱 3일 고민하고 바로 실행으로 옮겼다. 글 쓰기는 내가 좋아하면서 뛰어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근자감이 작용하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에서 내가 추진력과 실행력이 있었던 것도 나의 전문 분야이니 잘할 자신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위 두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내가 선호하지 않거나 잘하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99.9% 일 때다. 난 나에 대해 잘 안다.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다. 물론 잘할 자신 없고 흥미도 없는 일을 굳이 모두 다 시도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잘할 자신도 없고 흥미롭지도 않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면?
1인 기업가가 되겠다 결정하고 처음 봉착했던, 그리고 아직도 극복 중인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었다. 잘할 자신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나의 일을 위해 꼭 해야만 하는 것들.
직장 생활에서는 나의 선호도와 전문성에 따른 선택적 도전정신이었다면 직장을 벗어나 나의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원하지 않더라도 필요하면 시도해야 하는 당위적 도전 정신이다. 지금도 나는 계속해서 '내가 꺼리는 것'에 있던 항목들을 '내가 할 수 있는 것'리스트로 하나씩 옮기는 중이다.
◈ 빅 리셋 코치의 처방전
게으른 완벽주의와 선택적 게으름에서 벗어나기 위한 빅 리셋 코치의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 최선을 다해 노력하되 완벽함에 대한 기대치 낮추기
어차피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 여러 번 반복해서 경험치가 쌓인 사람보다 완벽할 순 없다. 비교는 금물! 시행착오도 때로는 좋은 경험이다.
* 잘할 것 같은 거 말고 못할 것 같아도 나에게 필요한 일에 도전하기
강점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점을 보완해 평균치로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나의 직무나 비즈니스에 필요한 부분이라면 더욱 그렇다.
* 빠른 포기도 용기다 하지만...
지나치게 벌이는 것보다 선택과 집중이 더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우선순위를 두고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다만 중요한 건 그 포기로 인해 미래에 잃을 것이 더 많다면 경중을 따져 봐야만 한다.
게으른 완벽주의와 선택적 게으름에서 벗어나 일단 실행하면서 개선하는 어설픈 행동주의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To-do 리스트가 아닌 Can-do 리스트 항목을 하나씩 늘려가는 게 변화가 가속화된 요즘 세상에서 더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내가 완벽해지려 준비하는 동안 누군가는 이미 결승선에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