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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Jul 08. 2020

한 달간 사용하면서 느낀 엘지 벨벳 리뷰

뺄거 다 빼고, 디자인만 예쁘다고 프리미엄은 아니에요.

비록 오랫동안 휴대폰을 만들어온 엘지이지만, 스마트폰 시대 이후로는 별다른 맥을 추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분기 연속 적자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들어 든 엘지는, 2020년 상반기에 돌연 V60 ThinQ 및 차기작인 G9의 국내 출시를 공식적으로 포기했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매스 프리미엄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발표된 엘지 벨벳을 대략 한 달간 사용해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엘지가 말하고자 하는 '매스 프리미엄'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무엇인지. 정말 오랜만에 많은 생각이 들도록 하는 스마트폰이라고 감히 평한다.



엘지 스마트폰의 실패.

엘지는 스마트폰 전환이 늦었고, 여태까지 변변찮은 라인업도 갖추지 못했다. 돌려 말할 필요가 없다, 시장에서 실패한 거다. 그나마 가장 오랫동안 유지된 G 라인업과 차후에 추가된 V 라인업의 구체적인 아이덴디티는 아직까지도 알 수가 없으며, 이 마저도 엘지가 매년 라인업에 대한 정의를 바꿔왔다.


언제는 플래그쉽 G, 대화면 V이라고 대변하다가, 1년이 지나니 V는 SUV 같은 매력이라고 하고, 그 후에 다시 V는 5G, G라인업은 LTE라는 궤변을 놓았다. 기업 스스로가 아이덴디티를 못 정하는데, 그걸 그럼 소비자가 알턱이 있는가? 맛없는 음식점이 메뉴를 자주 바꾸는 거랑 같은 이치다.


물론 스마트폰도 그다지 상황이 다르지 않다. G2 ~ G4까지 유지된 후면 볼륨 및 파워키는 G5때부터 사라졌고, G5에 시도된 모듈화는 1세대 만에 폐기되었으며, G6때부터 G7까지 유지된 평범함으론 타사를 이길 수 없었다. 여기까지 봤다면, 엘지가 왜 스마트폰 시장에서 실패했는지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엘지 벨벳에 느끼는 바가 많은 것이다.


이번엔 방향성을 잡았으니까


살다 살다 엘지 스마트폰을 칭찬하게 될지는 나도 몰랐다. 옵티머스 G도 사용해봤고, G2와 GX는 무려 내 메인 스마트폰이었으며, G5도 경험해봤고, 최근에는 V50s까지 사용해봤기에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물론 엘지 벨벳이 상업적인 성공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격적인 문제도 많고,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경쟁사에 비교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과 관련된 부분은 좀 더 깊게 언급하도록 하겠다.



지금 엘지가 해야 되는 것.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은 혼돈 그 자체에 가깝다. 중저가 분야는 중국산 제조사들이 공격적으로 선점하고 있는 분야이고, 고가형 스마트폰은 오직 애플만이 그렇다 할 성과를 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지는 삼성처럼 쌓아온 이미지도 없다.


2019년에 출시한 엘지 V50s는 안드로이드 10 업데이트까지 총 8개월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그 마저도 UI 변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각한 인력난이 아니라면, 직무유기나 다름이 없는 책임감 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정체된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소비자들의 신뢰인데, 신뢰가 없는 상황이라면 구매를 대변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것이 중국 제조사들이 근 5년간 밟아온 과정이고, 엘지에게 필요로 하는 전략이다.


이번에 벨벳을 잘 만들었다고 평하는 것은 말하는 그대로의 "잘 만들었다"가 아닌, 엘지가 앞으로 나아가야 되는 방향성에 어느 정도 (가격 빼고) 부합하는 기기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이는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평균 이상의 기기를 의미한다.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다.

엘지는 이번 '벨벳'을 제작할 때, 디자인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이전작에서는 볼 수 없던 '3D 아크' (a.k.a 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도 그렇고, 남들과 다르게 물방울 카메라와 같은 신선한 디자인을 시도한 제품이기도 하다. 결과물은 성공적이었고, 여태까지 엘지가 내놓은 폰으로 국한할 필요 없이, 2020년에 나온 스마트폰 중에 아름답기로는 손에 꼽힌다.


물론 전면 상, 하단 베젤은 그리 얇은 편이 아니지만, 길쭉한 폼팩터로 이를 상쇄한다. 후면도 다양한 색상으로 미려하게 잘 뽑았고, 자칭 물방울 카메라 디자인의 조화로움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경쟁작이라는 삼성 제품들이 필요도 없는 거대한 카메라 범프를 탑재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다만 많은 제조사들이 펀치 홀을 시도하는 가운데, 지조 있게 U자형 노치를 넣는 건 마이너스 요인으로 생각된다. 물론 삼성이 만든 하나의 트렌드에 불과하지만, 삼성이 시장에서 가지는 막강한 파급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특히 노치형 디스플레이가 중국제 스마트폰에서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기에,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정말 길다... 디스플레이

LG Display의 OLED 패널은 자사 티비와는 다르게, 모바일에서는 줄곧 맥을 못 추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더더욱 걱정이 많았는데,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놀랐다. 드디어 LGD가 여기까지 발전했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벨벳은 BOE OLED 패널을 사용하고 있었다.

2020년에 나오는 정상적인 패널이라면 당연한 정확한 색상 표현력, 밝기, 해상도 그리고 디스플레이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기존 LG에서 자주 등장하던 흰지 현상이나, 번인 혹은 잔상은 찾아보지 못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거의 표준이 되고 있는 HDR 10의 경우에도 탑재는 되었지만, 정작 제일 필요한 넷플릭스 인증은 받지 못해서, 넷플릭스에선 HDR 콘텐츠를 즐기지 못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계속 언급되겠지만, 엘지 스마트폰은 늘 방향성은 잡아놓고 중요한 몇 가지를 꼭 빼먹는 습관이 있다. (소위 말하는 허당끼)


20.5대 9 비율의 긴 디스플레이는 영상에 최적화되긴 했지만, 사실상 웹 브라우징부터 모든 콘텐츠를 보는데 한층 더 유쾌한 경험을 선사했다. 소니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느낀 장점이기도 한데, 18대 9 비율이나 21대 9 비율이나 어차피 둘 다 한 손 조작은 어려운데, 차라리 그냥 길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다만, 대다수의 유튜버 및 리뷰어들이 터치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이게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패널 문제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지만, 심각하게 형편없다. 웹사이트를 스크롤링할 때는 화면이 반박자 늦게 뒤따라오는 느낌을 잊을 수 없었고, 기본 앱에서도 젤로 현상이 느껴졌다.


리듬게임을 할 때 터치가 씹히거나, 늦게 반응한다는 느낌이 없었으니, 소프트웨어 최적화의 문제가 좀 더 의심되는 상황이다. 역시 앞서 말했지만, 긴 화면으로 점수를 따놓고, 젤로 현상으로 다시 점수를 깎아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허당끼 넘치는 소프트웨어

엘지는 언제나 소프트웨어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G2랑 G3때는 그나마 업데이트라도 잘해줬는데, V50s에서는 메이저 업데이트까지 8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거 보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게 아닐까 싶다.


벨벳으로 넘어오면서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블러 처리가 더 많아졌는데, 디자인적으로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iOS 7 이후로 이렇게 블러가 많이 들어간 소프트웨어는 처음이다. 블러 처리는 기본적으로 성능에 큰 부하를 주기 때문에 자주 애용되는 디자인은 아닌데, 웬일로 엘지가 최적화를 잘해놨다.


디자인은 영락없는 삼성 OneUI의 카피본이지만, 현재 엘지의 상태를 고려한다면 이게 최선일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OneUI 자체를 별로 애호하지 않기에, 필자의 마음에 드는 UI는 아니었지만, 엘지가 최근에 내놓은 소프트웨어 디자인 중에서는 가장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반면, UX는 완성도가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벨벳을 사용하는 동안 거슬리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네이버, 다음은 크롬에서 이유 없이 버벅거렸고, 키보드는 좌우 여백이 없어서 오타가 잦게 발생했으며, 화면 로테이션은 이유 없이 민감해서 지 맘대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20년에 아직도 선탑재 앱이 한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듀얼 스크린은 별도 판매면서, 왜 앱부터 깔아놓는가? 물론 대부분은 삭제가 가능하지만, 89만 원짜리 자칭 '매스 프리미엄' 기기에서 아직도 연관성도 없는 게임이 깔려있는 걸 보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구글 어시스턴트 버튼을 별도로 만들어놨으면서, 자체 AI인 Q스토리를 미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구글 어시스턴트 버튼에 대해서 논하자면, 왜 넣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언제는 먹통이고, 대부분은 눌러도 바로 반응을 안 해서 "띠딩-!" 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


결국 사용을 안 하게 되는 것인데, 삼성 빅스비 버튼처럼 리매핑도 안되니 더더욱 짜증이 솟구친다.

그리고 LG 전통인 일부 항목 번역 빼먹는 건 이번작에서도 유효하다. KT 서비스도 늘 빼먹었는데, 자급제라 그건 확인을 못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림 소리는 도대체 왜 번역을 안 한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전반적인 완성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반증이다.

무엇보다 사용자를 고려하는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자동 회전에서 이 부분이 특히 잘 드러난다. 특히 화면 회전과 같은 기능은 유저가 잘못 움직였을 것을 대비하여 짧은 시간 동안 기기가 움직이는 경우에는 이를 무시하도록 설계를 했어야 되는데, LG는 이를 빼먹은 모양이다. 좀만 움직여도 자동 회전이 작동되고, 다시 돌아오는데도 삼만 년이 걸린다. 이 역시 완성도 부족의 반증이다.



하드웨어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논하면서, 스냅드래곤 765를 탑재한 기기는 아마 LG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생각한 것보다 스냅765가 나쁜 성능을 갖고 있진 않다, 오히려 그 반대면 모르겠지만.

좋게 쳐줘서 갤럭시 S10과 비교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차고 넘치는 성능인 건 부정하기 어렵다.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모바일 게임을 문제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2년간 성능으로 문제 될 법한 기기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갤럭시 노트 9 혹은 갤럭시 S10과 비교를 할 수 있으며, 이 두 기기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작인 V50s와 거의 동일한 광학식 전면 지문인식 센서가 탑재되었는데, 정확성과 속도는 그럭저럭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나온다. 물론 삼성의 UltraSonic 지문인식 센서보단 느리지만, 삼성도 2년에 가까운 업데이트 이후에나 지금의 성능을 뽑아낼 수 있었으니 LG가 잘못된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빛을 사용하는 원리다 보니, 밤에 지문인식만 하면 화면 밝기가 갑자기 밝아지는 현상은 피해 갈 수 없었고, 필자처럼 다한증이 있다면 지문인식 성공률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특히 샤워 혹은 손을 닦은 이후에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식이 안 되는 건 많이 짜증 났다.

이외에 전반적인 빌드 퀄리티도 괜찮게 뽑혔다고 평하는데, 프레임과 유리 사이에 있는 마감도 준수하게 나왔고, 곡률도 일정했으며, 색상 마감도 괜찮았다. 하지만, 유리에 대한 내구성은 많이 의심이 가는데, 사용 일주일 만에 큰 충격 없이 화면에 선명한 스크래치가 발생했다.


아이폰을 거의 7개월 동안 사용하면서도 저 정도로 깊은 스크래치는 발생하지 않았는데, 벨벳은 사용 일주일 만에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유리 코팅에서 원가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처에 소금을 더하자면, 벨벳은 스크린 강화유리를 붙이기도 어려운 3D Ark 디자인을 채택했기에 마땅한 보호 방법도 크게 없다.



배터리

그나마 엘지 벨벳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배터리를 꼽을 수 있겠는데, LTE 기준으로 화면 켜짐이 대략 9시간 정도로 2020년 기준으로 꽤나 준수한 기록을 세웠다. 5G에선 대략 2시간 줄어든 7시간을 기대하면 될 것 같고, 배터리에서 크게 문제점을 지적할만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소프트웨어에서 지속적으로 특정 앱이 배터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귀찮게 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중국 제조사들이나 하는 짓을 왜 엘지가 배워왔는지는 의문이다. 백그라운드 앱을 지 맘대로 꺼버리는 샤오미와 같은 기기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사람 귀찮게 안 했으면 좋겠다. (거의 모든 앱을 다 배터리가 많다고 경고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충전도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었는데, 완충까지 거의 3시간이 소요됐고, 내가 원하는 충전기를 사용하더라도 고속 충전이 지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서드파티 충전기에 대한 지원이 상당히 야박해서, 25W까지 기기가 지원을 해도 실제로 25W를 목격해보진 못했다.



카메라

카메라의 경우에도 크게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진 않았는데, S20가 카메라에 올인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엘지에겐 다행히도 삼성이 올해에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한걸 보니, 카메라에 올인하는 전략이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한 모양이다.

이제는 국룰이 되어버린 '나이트 모드'도 빼먹지 않고 탑재해줬고, 적당한 성능을 자랑했다. 디테일도 딱 평균만큼 유지해줬고, 사용에 있어서 부족하거나 아쉽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는 진심으로 더럽게 못 만들어서 "이게 나이트 모드가 켜진 건가, 안 켜진 건가" 혹은 "이게 지금 찍고 있는 건가? 몇 초 동안 찍는 거지"를 계속 연발하게 만든다.

당연히 2020년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에서 사진이 제대로 안 나온다는 말을 기대 할리는 없고, 적당히 삼성과 애플의 사이인 색감을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음식을 찍을 때는 삼성이 더 예쁘게 나온 것 같지만, 그건 삼성이 지나치게 색감 보정을 한다는 느낌이 있기도 해서 호불호에 갈릴 것 같긴 하다.

ToF 렌즈까지 탑재해놓고 인물 모드는 제대로 사물의 경계선을 분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애초에 Android AR도 제대로 지원하는 앱이 있어야 써먹는 거 아니겠는가? AR는 애초에 언제나 iOS가 한 수 위였으니 크게 기대도 안 했고, 이 제품을 ToF때문에 산다는 사람도 없을 것 같으니 매력포인트로 보긴 어렵다.


ASMR 리코딩, 타임랩스 인터벌 조정 같은 기능은 솔직히 왜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게 제품을 팔 때 차별화 전략을 피는 게 정석이긴 해도, 아무거나 억지로 차별화를 만들어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소비자가 쓸만한 차별화를 해야지, 맨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늦으면서 이상한 기능이나 만들 거면 아예 빼는 게 낫다. 기믹성 기능에 투자할 시간도 없고, 쓸 생각도 없다.


카메라는 적당히 89만 원이라는 가격에 맞는 수준의 성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오디오

다들 이어폰 젝을 빼는 추세인데, 엘지는 2020년까지 이어폰 젝을 유지해주고 있다. 사실상 거의 유일한 옵션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 점에 대해서는 크게 칭찬하고 싶다. 애초에 이어폰 젝은 옵션이고, 빼서 좋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쿼드 DAC를 빼서 일부 유저들의 원성을 사는 자충수를 두었으니, 엘지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89만원이면 충분히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쿼드 DAC를 뺄 이유가 있었는진 의문이다.


역시 음감은 그럭저럭 평이한 수준이고, 크게 튀지도 않았으며, 크게 부족하지도 않았다. 스피커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고, 특별한 제품의 매력포인트라고 보기도 어렵다.



가격

대망의 가격이다. 참고로 여기서 "망"은 망할 망자의 大亡으로 표기하고 싶다.


정가 89만원이면 애초에 기기를 팔아먹을 생각이 없다고 밖에 보이진 않는다. 스냅드래곤 765G도 아니고, 일반 765를 탑재하고, 스마트폰 디자인만 좀 예쁘게 해서 "고객님, 이 제품은 89만원입니다. 디자인도 예쁘죠? 이거 정말 좋아요" 하면서 스마트폰 모르는 고객들한테 한탕해 먹고 싶다. 이런 전략 아닌가?


내가 볼 때 벨벳은 어차피 일반인들이 스냅드래곤 765랑 865 이야기해줘도 이해 못하니까, 디자인만 예쁘게 플래그쉽처럼 뽑아놓고, 성능은 낮추고, 카메라랑 다른 요소들은 평타만 쳐서 나온 제품이다. 엘지가 말하는 'Mass premium"도 이런 전략을 뒷받침한다. 모두가 원하는 프리미엄 요소에, 내부는 빈약한 제품을 뜻하는 게 아닐까?


방향성 다 잡아놓고, 50만원에 나와야 할 제품을 사실상 90만원에 책정한 제품이다. 중국 스마트폰인 OnePlus는 들고 올 필요도 없고, 당장 샤오미와 같은 저가형 브랜드보다 소프트웨어가 끔찍하게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차별화 요소가 있다고 더 낮은 성능으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OnePlus에서 Nord라는 라인업을 신설하고 스냅드래곤 765G를 탑재해서 500달러 미만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원플러스의 소프트웨어는 언제나 삼성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 필요 없고, 가격도 500달러 미만이면 60만원대 미만이라는 소리인데 벨벳이 어딜 봐서 경쟁력이 있다는 걸까?


더 길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미 인터넷에서 대차게 까이고 있으니 내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벨벳의 적정가는 50만원이다.


뺄 거 다 빼고, 디자인만 예쁘게 내놓는다고 그게 '프리미엄'은 아니다.


한줄평:

방향성을 갖춘 엘지 스마트폰은 오랜만이다. 근데 가격이 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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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제품은 LG에게 제품을 제공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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