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1년 2월 16일이었다.
지금은 믿어지지 않지만 코로나가 엄습했던 시기였다. 이때 나는 태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한국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태국 수완나폼 공항 면세점을 지나가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Hey, If you want to buy watch, you can by Rolex now." 롤렉스 직원이었는데, 나한테 시계를 사라는 권유였다. 이유를 물으니 코로나로 관광객이 없어 시계 재고가 많고 한국 가면 리셀을 할 수 있으니 사라는 설명이었다.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했다)
솔직히, 미친놈인 줄 알았다.
한국 가면 리셀해서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그러면 나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바보라는 말인가? 이때 당시도 시계 하나에 천만 원을 쉽게 넘는 롤렉스 시계를 감히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직원 말만 믿고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기에는 무리였다. 그냥 그렇게 가볍게 거절하고 나는 내 갈 길을 갔다.
그런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작금의 사태를 보아하니 그때 내가 그 직원 말을 듣지 않은 게 멍청한 실수였다. 초 인플레이션으로 롤렉스는 계속해서 가격을 올렸고 오른 가격에도 사실 이 시계를 사고 싶어도 살 수없는 상황이다.
이때 경험을 토대로, 누군가 뭔가를 권유했을 때 귀담아듣는 게 중요하다. 내가 만약 이때 이 직원의 얘기를 가볍게 넘기지 않고 시계 애호가라던가 또는 인터넷에 20~30분 정도 시간을 들여 검색해 봤다면 아마 신중한 고민 끝에 구매를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결과론적인 경험이지만 롤렉스는 사치품을 넘어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자산처럼 돼버렸다. 세상에 시간이 지나도 감가상각을 먹지 않고 오히려 가치가 오르는 게 어디 있나. 이게 어떤 위대한 기업도 아니고, 금과 같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이런 뼈아픈 경험은 내게 첫 번째가 아니다.
회사가 서울 외곽으로 옮겼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참들이 입 아프게 얘기했다. "지금 여기 보이는 무너져가는 아파트가 지금은 5,6억 정도고 아무도 안 사지만 나중에는 더블 아니면 세 배까지 될 수도 있어" 그런데, 나는 이 말 마저 가볍게 넘겼다. 미친 소리라 생각했다. 무슨 아파트가 재건축한다고 두 배, 세배 오르나. 근데 그 2014년 정도인가.. 그때 5,6억 했던 아파트가 지금은 멋진 신축으로 지어져 15억을 넘어가고 있다. 그 고참 말대로 세 배가 올랐다. 지금은 그 아픈 기억을 가슴으로 삼킨다. 만약에 그 말을 잘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무지가 수천에서 수억을 잃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신용이 있는 사람이 나 좋으라고 하는 얘기들은 조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물론, 길거리 가다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도를 아세요?"라고 묻는다면 지나쳐야겠지만 신용이 있는 회사 또는 내가 잘 알아오던 사람이 무엇인가 좋다고 얘기를 할 때는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되겠지만 잠시라도 멈춰서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 사람 미친 거 아니야?라고 하지 말고 이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더 따져 묻고 주변에 몇 번 더 확인해서 그 말을 검증한다면, 아마 당신은 나처럼 기회를 놓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세상에는 미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