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액상 밀크티 브랜드 "카페 만월회" 창업 인터뷰 (1)
“대한민국에는 약 30만 개의 카페가 있어요.
우리는 그들을 경쟁자가 아닌
고객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 박제영·권고운, 만월 공동창업자 및 CEO
‘카페 만월회’는 국내 프리미엄 액상 밀크티 브랜드입니다. 경기도 용인의 작은 카페였던 ‘카페 만월회(이하: 만월)’는 2022년 4월 기준, 약 800개의 카페에 밀크티 원액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만월’의 공동창업자 박제영, 권고운 부부는 경희대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동문입니다. 산업디자인에서 어떻게 F&B 사업을 하게 된 걸까요? 그들의 밀크티 납품 사업 이야기를 인터뷰 영상과 칼럼으로 정리했습니다.
박제영
카페를 용인에서 했었고, 그러다가 코로나를 맞았어요. 2020년 초봄, 한국에 들어온 코로나가 딱 봐도 최소 5년은 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코로나가) 절대 빨리 안 끝날 것 같았어요. 오프라인 기반 비즈니스인 카페를 당장 팔고 다른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카페에 앞으로 몇 년간 못 갈 것 같으니까, 우리 (만월의) 음료를 집에서 먹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만월의 밀크티를) 원액화한거에요. 우유랑 분리만 시켜도 (고객이 주문 배달로) 집에서 마실 수 있고, 유통기한이 길어지고, 퀄리티 있는 카페 수준의 음료가 나오고.
이렇게 만월의 밀크티를 원액으로 만들어서 온라인 유통을 했는데 엄청나게 잘 된 거예요. 실제로 사람들이 카페를 못 가고, 그 소비를 우리한테 다 해소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이제 코로나가 점차 주춤하면서 다시 사람들이 카페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권고운
"온라인에서 우리를 더 찾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오프라인) 가게가 없으니까, 결국 사람들이 다시 야외 카페로 가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박제영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우리 제품이 원액이잖아요. 이거를 우유에 타서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 이거는 카페 사장님들도 쓸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카페에 납품하기 시작한 겁니다. 비즈니스가 이제 B2B로 확장된 거죠.
고강민
쉽게 말해, '만월'의 상품을 카페 납품을 통해 고객에게 바로 제공하기로 했군요. (고객들이) 오프라인 가게로 가니까.
박제영
그렇죠. 그동안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하면서 B2C 브랜드 인지도를 조금씩 쌓고 있었습니다. 이제 밀크티 원액을 카페에 납품하면서, 우리 음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기 동네에 있는 카페에 찾아가고 "만월의 밀크티 주세요"가 돼버린 거죠.
고강민
그런데 카페 사장님 입장에선 ‘만월’이라는 타사 납품업체의 이름을 넣기 좀 꺼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제영
네, 그게 이제 특이한 점입니다. 모든 카페의 원자재들은 영업비밀인데, (카페들이) 만월의 제품은 드러내려고 해요.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카페 사장님들이 그렇게 하다 보니까 "아, 우리가 이 카페 사장님의 브랜드를 대변해 줄 수도 있겠구나"의 가능성을 본 거죠.
박준형
저는 이 전략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까 다른 납품업체 브랜드를 나타내는 걸 꺼려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예를 들어 프릳츠 원두 같은 경우는 납품받는 카페가 오히려 프릳츠 원두 납품받는 걸 드러내려고 해요.
박제영
원두 시장에서는 그게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요. 그게 이제 마케팅에서 보면 인브랜딩(in-branding)이라는 요소가 먹힌 거죠.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인텔 인사이드 전략, 지퍼에서는 YKK, (의류는) 고어텍스. 이런 것들이 인브랜딩 전략이잖아요. 고어텍스를 쓴다고 하면 가격이 확 올라가죠? 부품이 완성품을 대변해주는 겁니다.
그래서, "인브랜딩 전략이 카페 시장에서도 가능하겠다"는 가설로 우리는 비즈니스를 지금 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그 전략이 잘 가고 있죠.
고강민
그런데 이제 여기서 또 다른 한 단계를 더 봐야죠.
박제영
맞습니다. 지금은 인브랜딩의 성공으로 만월의 제품을 쓰는 카페가 고급스러워지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는 플랫폼이에요. 우리나라에 30만 개 카페가 있는데 그중에 10만 개가 우리 목표입니다. 지금은 800개 정도(의 거래처가)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 B2B 고객들은 밀크티 원액 위주로만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10만 개의 거래처를 달성한 후에는 비즈니스 교육을 붙여도 되고, 포스기를 붙여도 되고, 원두를 붙여도 되고, 파생 비즈니스가 계속 생깁니다. 그게 이제 저희의 다음 단계입니다.
고강민
카페 1개만 운영하다가, 비록 지금 레토르트(Retort food)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식품 제조까지 손대려고 하면 일이 좀 아주 달라지잖아요. 어떠셨어요?
박제영
엄청나게 어려웠죠. 식품 제조는 진짜 다른 세계더라고요. 처음에 만만히 보고 했던 것도 있고.
권고운
몰라서 시작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박제영
네, 만만히 봤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있고. 허가부터 장난 아니었어요.
권고운
그런데 이걸 하면서 느낀 게 우리나라 제조식품은 진짜 믿고 먹어도 될 것 같아요. 너무 규제가 세서.
박제영
다 안전해요.
고강민
그럼 이게 OEM이 아니고, 직접 (제조)한 거예요?
박제영
네, 100% 다 저희가 생산합니다. OEM 의뢰도 많이 들어오지만, 만월 자체 브랜드 제품 생산하기도 바쁩니다. 보통 식품 제조업을 차리면 자기 브랜드 제품은 한 20% 만들고, 80%는 다 OEM 받아서 해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브랜드 제품만 만듭니다.
박준형
그럼 제조 전문 직원도 있는 건가요?
박제영
네, 있죠. 공장도 있고, 제조 관리인 두 명이 있고, 그 안에 또 제조하시는 아주머니들 한 다섯 분 있습니다.
박준형
초기에 B2B 영업은 어떻게 뚫으셨어요? 그냥 무작정 카페를 가서 “저희 제품을 사주세요, 저희 제품을 써보세요” 이러지는 않으셨을 거 같습니다.
박제영
그것도 했죠! 했는데 안되더라고요. 전혀 효율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등등 모든 걸 다 비용 측정했습니다. 거기다 카페에 영업하러 가면 그곳의 커피 한 잔도 마셔야 합니다. 그거 마시는 시간 등 모든 걸 고려했을 때 효과가 없었습니다. 한 스무 군데 돌아봤는데도 아무도 (만월 제품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미 영업을 하는 카페는 (우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기성 메뉴판이 있는데 거기에 새로운 메뉴를 끼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 이 영업방식은 아니구나. 다음 가설은 뭘로 해야 할까?" 했더니, 개업 준비 중이거나 신규 카페는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박준형
그 생각을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박제영
영업하며 돌아다니다가 새로 막 인테리어 하는 카페가 있길래 저기나 한번 가볼까 하고 들어가 봤습니다. 저는 이전까지는 이미 영업 중인 카페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공사 중인 매장의 사장님이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왜냐면 그 사람 입장에서는 메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고, 어떤 리소스가 들어와도 다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죠.
고강민
또, 어찌 됐든 거기도 이제 OEM 된 스낵 같은 걸 구매하고 판매해야 하니까요.
박제영
그렇죠.
박준형
대표님이 굉장히 애자일(agile)하시네요. 이미 기성 카페를 한 스무 군데 가보고 "여긴 안 되겠다. 빨리 다른 영업방식을 찾아야겠다.”… 그래서 처음 관심을 보인 그 카페는 영업에 성공하신 건가요?
박제영
(저희 제품을) 쓰진 않았어요. 근데 이제 그 사람의 태도가 다른 거죠. 다른 사람과 브랜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그분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신규 카페를 공략해야겠구나! 그러면 신규 카페를 어떻게 찾을까?" 이제 거기서부터 (전략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박준형
그러면 이제 그걸 어떻게 하셨나요?
박제영
신규 카페 관계자가 많이 오는 곳은 카페쇼, 카페 박람회, 커피·베이커리 박람회 같은 곳입니다. 이런 데가 신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그리고 거기는 기존 사업자들도 새로운 메뉴를 받아들이러 오는 곳이고요. 그래서 거기에 우리가 집중을 많이 했죠.
고강민
오히려 부스를 차리고 (영업했군요)
박제영
그렇죠, 박람회에 참가해서 부스를 빌렸습니다. 그 부스에 디자인적으로 힘을 아주 많이 줬어요. 그래서 이 박람회의 모든 부스 중, 우리가 탑이어야 된다는 KPI를 가지고 간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첫 참가 부스부터 탑을 먹고 올라왔습니다.
권고운
그렇게 큰 박람회가 아니고 작은 박람회여서 오히려 더 (효과가 있었어요)
박준형
소규모 창업인데도 불구하고 초창기부터 KPI를 생각한 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박제영
왜냐하면 ‘만월’은 우리의 첫 번째 비즈니스가 아니에요. 예전에 다른 사업을 하다가 엑싯(exit)을 했었습니다. 그 경험과 잉여 자본금으로 ‘만월’이라는 오프라인 카페를 차렸던 거였고, 그 오프라인 카페 ‘만월’을 온라인몰로 재창업한 셈이죠.
박준형
경력 있는 신입이셨군요.
권고운
그런데 그 첫 번째 사업도 온라인 판매업이었어요.
박준형
어떤 아이템이었나요?
권고운
소품, 가죽 소품들. 그냥 패션 아이템들, 지갑이랑 뭐 이런 거였는데.
박제영
콘돔 파우치였어요.
권고운
당시 우리 제품이 TV 프로그램에도 나갔어요. "마녀사냥" MC 분들한테 콘돔 파우치를 보냈거든요. 우리 제품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TV에 나왔어요. 그래서 100회 특집 때 방청객으로 초대받아서 이야기도 한 번 하고.
박준형
그 소품 사업을 엑싯(exit)했다는 건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았다든지 등의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권고운
이게 약간 애증의 브랜드였습니다. 디자인업계의 경우, 편집디자인이 종이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잖아요. 그것처럼 지갑도 (사람들이) 안 쓰기 시작하는 거예요.
고강민
카드를 쓰니까.
박준형
맞아요, 현금 대신 이제는 앱을 더 많이 쓰죠.
권고운
“우리가 가죽 소품으로 명품을 만들 수 있을까?" 가죽제품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박제영
그때 당시에는 수익성이 되게 좋았어요. 가죽 지갑 하나를 만들면 한 70%는 남는 브랜드였어요. 그 정도로 수익성을 아주 빈틈이 없게 제가 관리했었고. 근데 확장성이 안 보였어요.
수익성은 좋았는데 확장성이 안 보이니까 영속해서 이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업의 수익성이 좋을 때 이 사업을 팔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5년 만에 사업체를 팔고, 2020년에 만월을 창업했습니다.
박준형
정말 잘하신 선택이네요.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