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아우르는 학급 가치 정하기
지금부터 제가 매년 새 학기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고자 합니다.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1년 동안 만들고 싶은 학급의 큰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입니다. 올 한 해 학생들과 어떤 학급을 만들고 싶은지, 즉 한 해를 아우르는 학급 가치를 세우는 것이죠. 이는 당장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눈을 감고 나와 학생들의 관계는 어떠하면 좋을지, 나와 학생들이 교실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떠하면 좋을지, 학생들은 서로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등을 그려보면 좋습니다. 아니면 바라는 학급의 모습을 생각나는 대로 일단 모두 적어보아도 좋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볼까요. 제가 지난 2년 간 꿈꾸었던 교실의 모습은 각박한 세상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마치 외딴섬 같은 편안하고 포근한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교실에서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같은 편이 되어주고 인간적인 온기를 느낄 수 있길 바랐지요. 그리고 이를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하여 작년에는 ‘감싸주고 공감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제 작년에는 ‘협동하는 행복한 학급’으로 학급 가치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본 문장을 토대로 나머지 세부적인 학급 공간 구성, 학급 규칙 등을 세워나갔습니다. 올 한 해는 바라는 학급의 모습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제 머릿속의 생각을 떠오른 대로 공책에 적어보니 다음과 같은 말들이 나왔습니다.
깊이 사고하면 좋겠음. 보다 어른스럽고 성숙한 학생이 되면 좋겠음. 단순히 학교 공부 이상으로 즉, 그냥 공부만 잘하는 것 말고 세상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본인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학생이 되면 좋겠음. 이런 학생이 되면 자연히 말도 곱게 하고 배려하고 존중 및 공감도 가능해질 것. 또한 모두가 자신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꼭 하면 좋겠음. 성적으로 평가받고 소외되고 좌절하는 학생이 없는 교실. 자기 삶과 자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으로 학생들이 성장하는 교실을 만들고 싶음.
이제 이러한 말들을 간단한 문장으로 압축할 차례입니다. 이 부분은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고 추후에 수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1년 동안 바라는 학급의 모습을 크게 그리고 그것을 명확하게 압축해 설정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활동을 계획하든 이 문장을 염두에 두고 실행하면 일관성 있고 짜임새 있는 학급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것만 잘 정해두면 나머지 세부적인 것들을 결정하는 것은 쉽게 진행됩니다. 그러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큰 그림을 그리고 꼭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를 해둘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한 문장으로 정리한 올 해의 학급 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각하고 지키고 성장하며 소중히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