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김없이 불태웠다, 미련 없이 사랑했다.
남김없이 불태웠다.
미련 없이 사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에 대한 두 줄 정리를 하자면 이러하다.
삶에 쉼표 하나 제대로 찍지 못할 만큼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그에 대한 정성스러운 기록은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결국 끝까지 바쁜 채로 정신없이 한 해가 끝나게 될 것만 같아
겨우 여유를 갖고 조용한 방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동안 살며 시간이 아쉽고 간절한 적은 그다지 없었는데
아이를 낳으면서......
오롯이 나 혼자만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도 고팠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새벽 기상은
어느덧 나의 습관이 되었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며
나의 아침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올 한 해에는 꽤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
나의 2021년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지난 1년의 시간을 글로써 잡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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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육아
정말이지 남김없이 불태웠다.
물론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힘들 때도 피곤할 때도
내가 이런 고생을 왜 사서 하고 있나
내년부턴 이러지 말아야지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단 매일 아침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내는 모습에
행복했던 순간이 더욱 많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우리 반 아이들이었다.
3월 첫날 ‘반가워 선물’로 아이들을 맞이한 것을 시작으로
아이들과 참으로 많은 것들을 했다.
- 천연물감을 이용한 배틀그라운드
- 아동 인권 보호 뮤비 제작
- 즐거운 원격수업을 위한 학급 놀이 개발
- 급식실 문화 개선 캠페인
- IT의 성차별 해결
- 아침 클래식 듣기
- 한 달 한 권 온 작품 읽기
- 일주일 한 번 글쓰기 공책
- 배움 공책
- 사회 공책
- 인공지능&코딩&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
- 학급 신문 만들기
- 계절별 교실 꾸미기
- 학급 장기 자랑하기
- 손 편지 건네기
-학급 선물
- 우리 반 편의점
이렇게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한 만큼
그에 비례하여 나에게 애정을 보여주고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절로 입 밖에 나왔다.
" 선생님을 만나기 전엔 제가 이렇게 잘하는 게 많은 줄 몰랐어요.
선생님 덕에 제가 막 대단한 사람이 된 느낌이에요."
" 선생님 계실 땐 선생님이랑 급식실에 오래 있고 싶어서
급식 2번씩 먹는데 어제는 선생님이 학교에 안 오셔서
한 번만 먹고 그냥 일찍 갔어요."
" 선생님이랑 선생님 아기 주려고 000이랑 목도리 뜨고 있어요."
"선생님 생각나서 지하철 타고 발산역까지 가서 네임 스티커 뽑아왔어요.
거기가 예쁘거든요."
"선생님이랑 4:30까지 학교에 있을래요."
"선생님 오늘 선생님이랑 방과 후 수업 못해요? 슬퍼요."
이런 사랑을 내가 어디에서 또 받을 수 있을까.
마음의 문을 닫고 친구, 선생님과 소통을 거부하던 아이가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들과 격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볼 때
턱을 괴고 엎드려 수업이라곤 도통 관심에도 없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책을 펴고 수업을 듣기 시작할 때
그것도 모자라 한 페이지를 꽉 채워 사회 공책을 써 왔을 때
선생님은 다 좋은데 숙제가 많다고 불평하면서도
그 힘든 과제들을 결국 완성해 하루도 빠짐없이 제출할 때…….
학교에서의 하루하루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런 아이들이 있었기에 나 또한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미련 없이 사랑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 기쁘다.
나는 교사여서 진심으로 행복하다.
아이들과 부대끼고
아이들을 위해 나의 에너지를 쓸 수 있어서
그리고 내가 가진 무언가를 아이들을 위해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런 의미로
내년에도 나는 열심히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