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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Jul 29. 2020

"돈도 안 되는 글을 왜 그렇게 열심히 쓰세요?"

블로그 강의로 시작해 인지도를 쌓아가다 얼마 전 신사임당 님 채널에도 출연해 이젠 더 유명해지신 노마드클로이라는 분이 계시는데요. 프리랜서, 1인 기업, 디지털노마드라는 키워드로 콘텐츠를 만드시는데 <퇴사 후 1년 만에 월 천만 원 만들어준 내 인생의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올리신 영상이 있어요. 


퇴사 후 1년 만에 월 천만 원 만들어준 내 인생의 한마디 ©노마드클로이 

영상에서 클로이 님은 블로그 글쓰기 강의를 들으면서 30일 동안 열심히 글을 썼는데 그 강의를 진행하신 강사님께서 "돈도 안 되는 글을 왜 그렇게 열심히 쓰세요?"라고 하셨다고 해요. 그 강사님은 수익형 블로그를 키우는 방법을 교육하시는 분이라 일상 글, 에세이 같은 글은 수익과 연결되지 않으니 고객이 돈을 주고 어떤 콘텐츠를 의뢰할지를 잘 생각해서 방향을 잡고 운영하라는 조언을 해주신 거죠. 


클로이 님은 저 말을 들은 순간 큰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재능, 지식과 수요를 연결시켜 블로그 마케팅,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면서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어가게 되셨다고 해요. 마케팅 강사님의 목표는 수익형 블로그를 잘 운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시는 것이니 저 질문은 꼭 필요한 방향키였을 것입니다. (참고로 훌륭하신 강사님이세요. 저 질문이 다른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아 인용했을 뿐입니다!)


"돈도 안되는걸 왜 그렇게 열심히 해?"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질문에는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하는 의미가 없다'라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돈이 되지 않으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전제를 적용하자면, 우리 삶에서 쓸모 있는 일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2007년부터 블로그에 꾸준히 제 생각을 정리한 글,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싱가포르로 취업을 해서 이사를 하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커리어를 바꾸는 일처럼 큰 사건까지 거의 제 삶을 다 공유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록을 해왔는데요. 제가 쓰는 글들은 인기 검색어가 될만한 키워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광고수익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 글을 꾸준히 읽으며 제 생각에 공감해주시고, 비록 실제로 만난 적은 없어도 든든한 지원군처럼 항상 저의 행보를 응원해주시는 이웃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실제 만남으로 이어져 지금은 가장 저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 언니, 동생들이 된 사람들이 있지요. 이런 인연들을 만나게 된 것은 결코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글에는 저의 고민, 가치관, 사고방식, 마음가짐이 담겨있다 보니 그것을 통해 저를 알게 되신 분들은 어쩌면 가족보다도 저에 대해 더 잘 아시는 걸지도 모릅니다. 가족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글에 담아냈으니까요. 어떤 매체보다도 글은 그 사람을 잘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은 매력적이고, 또한 강력합니다.


지금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제가 생각하는 글이 가진 힘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록의 힘

세상의 모든 책이 좋은 예겠네요. 자신의 경험, 지식을 말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글로 남겨 두고두고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기록한 것의 결정체가 바로 책입니다. 그리고 모두 '기록'에서 시작되었지요.

나 혼자만의 순간의 경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없어도 그 기록은 남아서 계속해서 그 정보, 메시지, 교훈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 곧 기록을 남깁니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에서 배울 점은 배우고,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분명 누군가는 이 기록을 훗날 보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 글을 썼을 것입니다. 그 기록으로부터 우리는 도움을 받습니다. 


2. 생각을 정리하는 힘

자신의 논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우선 스스로 생각이 정리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본인조차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데 타인을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죠. 말은 한번 내뱉으면 수정할 수 없지만 글은 일단 시각적으로 내 생각을 나열해놓은 다음, 이리저리 위치를 움직일 수도 있고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하고 부족하다면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힘이 생기며, 과정이 반복될수록 머릿속은 깔끔하게 잘 정리된 서랍이 되어갑니다. 점점 더 마구잡이로 섞인 생각들을 쉽게 풀어갈 수 있게 되지요. 또한 누군가에게 설명을 한다는 목표로 글을 정리하다 보면 자신 또한 그 주제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뭔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는 오히려 글을 더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내 상황이나 감정 또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구요. 


3. 나를 알리는 힘

앞서 언급했듯이 글은 그 사람의 생각을 담고 있는 그릇의 역할을 합니다. 저는 제 글을 통해 저라는 사람을 알게 된 분들과 이미 어느 정도 신뢰관계를 형성한 상태에서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출판사에서 출간제의 연락을 받았고, 링크드인에 올린 글을 보고 프로젝트 의뢰 연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전문지식을 적절히 섞은 글을 꾸준히 발행하다 보면 그것 자체가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 포트폴리오가 자연스럽게 다음 기회로 이어지게 됩니다. 전문적인 영역은 물론이고, 생각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창구가 되기도 합니다. 이 힘은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아도 '장기적인' 투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힘은 더 오래 지속됩니다. 


4. 행복한 삶을 이미 누리고 있다는 증거 

사람들에게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행복해지고 싶다."라고 합니다. 돈을 버는 것, 예뻐지고 멋있어지고 싶고, 존경받고 싶어 하는 모든 욕구는 그것이 충족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욕구가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충족되고 나면 인간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고, 내 안에 있는 자아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본능이라는 것이죠 (간혹 생리적 욕구가 비록 충족되지 않아도 상위 욕구가 더 강한 경우도 있지만요).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 http://chedulife.com.au/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구의 이유가 행복해지고 싶어서라면

현재 상태 -> 돈을 많이 번다 -> 행복해진다: 이렇게 한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연기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등 그 어떤 방식이 되었든 자아를 실현하며 이미 행복한 사람은 현재 상태 = 행복하다 이니 중간 단계가 필요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삶의 목표로 삼고 있는 상태를 이미 이룬 것이지요. 


시간당 효율, 생산성을 따지는 것은 산업화를 거치며 인간을 기계에 대입하기 시작했던 사고방식이 그 시초라고 해요. 지금은 그 개념이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이상하다고 생각조차 못하는 사회가 되었지만요. 몇 세기가 지나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문학작품을 쓴 작가들이 시간당 몇 페이지를 썼는지, 단어 하나당 요율을 따지며 글을 썼다면 과연 그런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브런치의 많은 작가분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지금 어떤 일을 '단지 좋아서' 하고 계시다면 이미 가장 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을 하고 계신 것이니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그리고 여러분의 그 행복이 주위 환경에 의해 가끔 흔들릴 때가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돈도 안 되는 글을 왜 그렇게 열심히 쓰세요?"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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