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 건축 전시관 칼럼 #5
서울 도시 건축 전시관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거리 풍경으로 밴쿠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자주 소개되는 개스타운. 이 개스타운의 이름의 유래는 흥미롭습니다. 1867년 이 지역에 가장 처음 술집을 연 선원이자 증기선 캡틴이었던 요크셔 출신의 잭 데이튼 (Jack Deighton)은 수다쟁이, 개시 잭으로 불렸는데요 (영어로 “gassy”). 그의 별명이었던 개시 잭에서 개스타운이 유래된 것이죠. 그를 기념하기 위한 동상이 설치된 메이플 트리 광장은 라이브 공연, 이벤트 장소로도 사용됩니다.
개스타운의 또 다른 명물은 바로 증기 시계입니다. 15분마다 증기를 뿜어내는 이 시계를 보기 위해 주위를 둘러싼 여행객들로 언제나 북적이는데요 (매 시간마다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개스타운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밴쿠버의 모던한 다른 지역과는 다른 스타일의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사실 이 건물들은 두번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첫번째는1886년 일어난 대 밴쿠버 화재로 안타깝게도 단 두 채의 건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타버린 것인데요. 그 이후 완전히 새롭게 재건되었습니다.
두번째 위기는 1960년대에 찾아왔습니다. 밴쿠버 시는 개스타운의 오래된 빌딩을 없애고 다운타운을 재개발하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개스타운을 사랑하는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역사가 담긴 개스타운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지요. 사업가, 부동산 오너, 사회 운동가들의 반대운동이 시작되었고, 네덜란드 출신의 이민자였던 헹크 반더호스트 Henk F. Vanderhorst가 워터 스트리트에 오픈한 아트 갤러리 ‘Exposition Gallery’를 필두로 상권이 활발하게 형성되었습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개스타운은 보존되었고 지금까지 사랑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스타운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국립 역사 지구 (National Historic Site)로 선정되었는데요. 네오 바르크, 이탈리안, 로마네스크 등 다양한 건축양식을 보존하고 있는 예전의 건물과 그 뒤로 보이는 현대적 고층 빌딩이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깊습니다. 다양한 출신 국가의 이민자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밴쿠버와 닮아 있기도 하고요.
개스타운은 건축과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지역입니다. 이 테마로 진행되는 워킹투어에 참여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밴쿠버 시민들에 의해 보존되고 사랑받는 개스타운. 이런 스토리가 있어 더 매력적인 개스타운입니다.
+) 함께 제작한 영상입니다. 영상으로 함께 개스타운을 여행해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