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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Mar 08. 2020

취업도 연애처럼 밀당이 필요해

세상은 넓고 회사는 많다  

싱가포르에서 네 번의 이직을 하는 동안 인터뷰와 회사의 채용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을 하며 취업도 연애와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나는 이러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내가 가진 매력을 어필하되, '굳이 이 회사가 아니라도 나는 괜찮다. 아쉬울 것 없다'라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후임을 뽑기 위해 직접 몇 분의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열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 포지션이 꿈에 그리던 일이고, 정말 잘할 자신이 있고 다른 회사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는 지원자들은 어쩐지 조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아니 정말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드는 쑥스러운 멘트들도 있었고. 사실 세상의 멋져 보이는 어떤 일도 막상 해보면 환상이 깨지는 부분이 많지 않은가. 일은 현실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열정! 패기! 도 좋지만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갔다. 그리고 이 회사만 지원했습니다! 보다는 이런이런 회사들도 지원했는데 진행상황은 이렇고, 그렇지만 여기 합격하면 가장 기쁠 것 같다란 이야기가 더 현실성이 있지 않은가.   

나 또한 취준생 초기 시절에는 회사에서 전화만 와도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고 어떤 일이든 시켜만 주십쇼 모드였다. 회사는 갑, 나는 을인 관계.
하지만 커리어가 쌓이면서부터는 내가 어떤 일을 해왔으니 이런 업무를 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잘할 수 있으며 당신들이 원하는 사업 방향이 이런 거라면 나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함께 일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 라고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회사원이 아닌 프리랜서로 일하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회사가 나를 채용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와 회사가 함께 어떻게 일을 해나가는 파트너라고 생각하자. 




취업이든 연애든 아쉬운 쪽이 다시 연락을 하게 된다. 

인터뷰를 하며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보다 조건이 좋지 않았고 타협해야 할 부분이 많아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는 어렵겠다 미안하다. 그냥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는 게 낫겠다. 괜히 시간낭비시키고 싶지 않다'라고 정중히 이야기했다. 막상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나니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좀 더 진행되고 나서 이야기할걸 그랬나, 일단은 오케이하고 나중에 다시 조절할걸 그랬나.' 등등.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인터뷰는 끝났다. 그리고 나는 이 회사와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채용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생각하는 조건으로 맞춰줄 수 있으니 재 고려해볼 수 있겠냐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취업도 연애도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밀당이 된다. 취업의 달인들이 이야기하는 '인터뷰 기술'들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내 가치가 충분하다면 상대방이 알아보고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내 가치를 못 알아본다면? 그건 그쪽 손해다. 

세상은 넓고 남자도 많다. 회사도 많다. 우울해할 시간에 툭툭 털고 다음 인터뷰를 준비하자. 


"Thank you,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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