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럭저럭 살만합니다
싱가포르 생활정보를 궁금해하시는 분들 중에 생활비와 물가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물가는 객관적인 지수를 참고할 수도 있지만 생활비는 개개인의 평소 소비패턴에 따라 천차만별이니까요. 그래서 참고가 될 만한 자료와 제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오늘자 (20년 3월 10일) 기준으로 환율은 1 SGD=856.74 KRW이네요.
위의 표는 코트라에서 발표한 싱가포르의 주요 소비 항목에 따른 생활 물가표인데요. 싱가포르에서 압도적으로 비싼 항목들은 집, 차가 아닐까 싶어요. 싱가포르는 나라가 작기 때문에 교통량을 제한하기 위해서 방법을 만들었죠. 자동차 등록비가 자동차 가격(...)이거나 무려 180%. 그래도 탈 사람은 다 타더군요. 그 외에 장바구니 물가는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이웃국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에서 수입해오는 식자재 덕분에 오히려 저렴한 편이에요. 하지만 수입 치즈, 유기농 과일 등은 많이 비쌉니다. 관세도 있지만 아마도 그런 건 필수가 아닌 '사치품'으로 분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 싱가포르에서 유학 중이신 학생분의 블로그인 것 같은데 마트 물가를 구체적으로 포스팅해놓으신 글이 있어서 참고용으로 첨부합니다. (http://sonhaneul.tistory.com/35))
이런 객관적인 수치들 이외에 개인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느끼는 체감물가는 사실 집값 빼고는 살만한 수준인 것 같아요. 뭐니 뭐니 해도 집값이 문제죠... 혼자서 스튜디오에서 살고 싶으면 월세로 최소 1500불은 생각해야 하는데 거의 한화 130만 원 정도. 싱가포르 비즈니스 중심가인 래플스 플레이스 Raffles Place에 위치한 유명한 콘도인 The Sail은 한국인들도 많이 사는 곳으로 스튜디오가 3500불부터 시작합니다.
집세를 아끼기 위해서는 플랫 메이트들과 함께 셰어를 하게 되는데 개인 욕실이 딸린 마스터룸(master room)의 경우에는 콘도라면 천오백-2천 불.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인 HDB라도 천불 이상이 시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욕실을 셰어 하는 작은 방 개념의 커먼 룸(common room)의 경우에는 위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저렴하게는 600불에서부터 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시티 중심에서는 많이 멀어지겠죠.
저도 싱가포르 생활 초기에는 셰어를 하면서 집값을 아꼈지만 싱가포르 생활이 길어지면서 + 우선수위가 바뀌면서 집에 좀 더 투자를 하게 되더라고요. 회사 근처의 가까운 지역에 콘도의 마스터룸을 렌트해서 지냈는데 이것저것 관리비를 다 포함해서 1700불 정도. 초기에 HDB를 셰어 할 땐 집값이 600불이었으니 정말 천차만별이죠.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은 두 가지 스타일로 정의할 수 있어요.
1. 현지인처럼 생활하기
2. 액스팻(주재원/외국인) 스타일로 생활하기
철저히 본인의 선택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어요. 화려한 야경과 멋진 건물들, 동남아시아의 금융허브이자 코즈모폴리턴 - 멋진 바와 레스토랑들을 즐기는 생활을 하다 보면 웬만한 연봉으로는 저축은 하기 어렵죠. 바에서 간단한 진토닉 하나만 시켜도 20불이 넘고 점심으로 샐러드를 하나 시켜도 15불 정도에 저녁에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5분 거리에도 10불은 거뜬해요.
친구들과 주말 오전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브런치와 커피를 즐긴다면 30불은 보통이고요. 한국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로 회포를 풀다 보면 1인당 70불 정도는 나오죠. 유명한 일식집에 가서 오마카세 세트를 먹으니 1인당 300불이더군요(...)
하지만 로컬들처럼 점심은 호커센터나 푸드코트에서 먹으면 5불 정도로 해결할 수 있고, 택시를 타지 않고 MRT나 버스로 이동하면 대중교통비는 사실 한국보다 싸요. 식재료도 수입제품 위주로 취급하는 고급 마트에 갈 수도 있고, 로컬들이 가는 일반시장 혹은 Fair Price에 갈 수도 있어요.
본인의 소비패턴에 따라서 생활비는 달라지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싱가포르의 물가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건 아니에요. 사실 사람 사는 데는 어디든 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