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드 도서관
무더운 싱가포르에서 쇼핑몰은 잠시 더위를 식혀 갈 수 있는 공간이자 쇼핑, 영화, 독서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써 현지인들의 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에 해당하는 전철 시스템인 MRT역마다 쇼핑몰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쇼핑 거리의 시작인 오차드 로드에 위치한 오차드 게이트웨이는 싱가포르 젊은 층에게 가장 사랑받는 몰 중 하나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데 최근 국내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싱가포르의 예쁜 도서관으로 많이 추천되는듯 하다.
이 도서관은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는데, 실제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춘 디자인 씽킹의 접근방식으로 컨셉을 잡기 시작했다.
설계는 현지 건축사무소로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중국, 동남 아시아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하는 뉴 스페이스 NEW SPACE가 맡았다.
기존의 딱딱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닌 누구나 쉽게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책을 열람하고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랬다는 의도처럼 실제로 오차드 도서관은 싱가포르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었다.
디자인에서는 곡선을 많이 사용한 점이 돋보이는데 도서관이 위치한 오차드가 도심 한복판인 점을 반영해 도서관 안의 공간 또한 그것의 연장선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구불구불 이어진 책장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이용자는 마치 골목을 지나가는 느낌을 받도록 했다.
도서관은 복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천장이 살짝 낮게 설계되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명 또한 곳곳에 간접 조명을 설치해 공공 도서관 이라기보다는 북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다.
한국의 압구정처럼 고급 쇼핑몰이 모여있는 번화한 거리이지만 싱가포르다운 싱그러움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무성한 나무들 덕분이다.
실내에 있지만 통유리로 마감한 창으로 시원하게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면서 독서를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여가활동이 있을까.
입구 쪽에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도서관에 비해서는 그 비중이 작은 편인데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 활동을 더욱더 장려하고 싶은 의도에서라고.
개인적으로는 공용 공간에 있으면서도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자리를 좋아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장 뒤 숨은 의자들과 코너에 마련된 작은 비밀좌석들이 있다. 오차드 도서관에 갈 때면 언제나 이 자리들이 비어 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곤 한다.
책장들 뒤에 마련된 이 공간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면서도 시선 위쪽으로는 개방되어 있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자체가 공간을 구성하는 일부가 된다.
디자인 도서를 전문으로 큐레이션해 사진 위주의 건축서적이나 화보, 잡지 등이 구비되어 있어 잠깐의 시간을 활용해 감상하기에 좋다.
별다른 가입 절차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무료로 열람이 가능하다.
오차드에 간다면 싱가포르 사람들의 일상 속에 섞여 잠시 문화생활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오차드 도서관 Library@Orchard
277 Orchard Road, Orchard Gateway, #03-12/#04-11, 238858
참고 NEW SPACE ARCHIT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