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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Apr 30. 2020

나부터 잘하자  

세상을 논하기 전에

20대 초반에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 동물을 죽이면서까지 굳이 고기를 먹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큐멘터리의 영향도...) 아예 2년 정도 비건이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또 한 번 입에 대기 시작하니 무뎌지면서 어느샌가 맛있게 먹고 있는 저를 발견했지요. 그러다 최근, 다행인지 불행인지 몸이 또... 신호를 줘서 채식 생활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시 다큐멘터리도 보고 책도 읽고 있는데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인간이야말로 지구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점점 사라져 가는 아마존의 열대우림도, 녹아가는 빙하도, 살 곳을 잃고 멸종해가는 동물들도, 쓰레기로 뒤덮인 섬도 -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가뭄, 산불, 태풍, 미세먼지, 질병들로 인간에게 돌아오는데 그래도 우리는 참 욕심이 끊이질 않는 탐욕스러운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벌어지는 믿고 싶지 않은 일련의 과정들. 과연 우리는 다른 생명체들에게, 이 지구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건가라면서요.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다큐멘터리를 보고는 티브이를 끄고, 욕실에서 양치질을 하면서 '정말 이대로는 안되는데... 인간은 더 이상 이러면 안 돼. 아마존도 지켜야 하고 북극곰들도 지켜야 하고...' 등등 머릿속으로 혼자 결의에 찬 다짐들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물을 틀어놓고 양치를 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 순간 헛웃음이 나더라고요. 내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원효대사의 해골물의 현대 버전 양칫물 깨달음이려나요. ^^;


그래서 요즘은 일단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어요. 고기 & 유제품 먹지 않기, 아주 깜깜해지기 전까지는 전기 거의 사용하지 않기, 세제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  아껴 쓰기, 장바구니 들고 가서 되도록 시장 할머니들에게서 장보기, 그리고 필요 없는 물건 사지 않기처럼 정말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요. 세상을 운운하기 전에 나 또한 그 세상의 일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하겠죠.


 하나쯤이 아니라  하나라도

라는 초등학교 때 많이 보던 표어처럼요. ;)

결국엔 무슨 일이든 나부터 잘하자는 것!이네요. 아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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