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를 읽고
사람들은 만화책이 그렇게 재밌고 즐겁다던데 애석하게도 나는 살면서 만화책을 보고 낄낄댄 기억이 없다. 페이지 넘기기가 너무 귀찮았다. 대신 그 수고로움이 없는 애니메이션일랑 신명 나게 시청했더랬다. 소파에 옆으로 자빠져 누워 있어도 알아서 장면이 넘어가는 편리함을 버리고 왜 팔 아프게 만화책들을 본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김영민 교수님 책을 읽으면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 페이지를 넘기며 낄낄대게 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오락책이다.
하드 파워 이야기를 하다가 절세의 주먹 김두한도 매일 싸우기는 귀찮을 거라고 하며 소프트 파워를 거론하고 그 예시로는 음식 주문에 관해 권위가 있는 사람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소프트 아이스크림 찬양을 하더니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면 된다고 마무리 짓는다. 설문조사는 아무래도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아메리카노 쿠폰이 아니라 영덕대게 정도라면 응해볼 것 같다고 하지를 않나. 증말이지 웃기는 양반이시다.
이 양반 웃긴 게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다. 추석 연휴라면 모두가 반드시 챙겨봐야 하는 유명한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쓰신 분이니까 뭐 역시는 역시라겠지만. 정치에 대해 줄기차게 이야기하면서도 고매 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책을 끼고 몇 시간을 낄낄대다 보면, 이 사회를 사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정치참여는 해야겠다 계몽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나는 정말이지 책 사는 욕심만 있지 완독의 욕심, 아니 완독의 의지조차 없는 사람인디... 이 책은 어떤 결심이나 의지 없이 어제 사서 어제 다 읽었다. 에리카팕 독서 인생에서 굉장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나는 내가 만든 책도 하루에 다 읽지 못한다)
정치고 나발이고 난 사람이 싫어요. 혼자서도 잘만 사는 걸요. 커뮤니티며 조직이며 단체 같은 소리 너무 지긋지긋해요.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으로 사는 것이 괜찮은가 의구심이 드는 사람이 읽었을 때 시원한 한 방이 되는 책이다.
혼자서도 잘 산다고 생각했지만 쿠팡과 배민 배달원이 있었기에 격리 생활이 가능했고, 폭우로 물바다가 되어도 복구에 힘을 합친 시민과 공무원들 등등이 있었기에 며칠만에 뽀송하게 걸어 다닐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실을 상기시키는 책이다.
우리의 매끄러운 생활이 가능한 것은 나 혼자 잘나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공동체에 나는 속해있으므로 게으르게 내 생각만 하며 살 수 없는 것이다.
#인간으로사는일은하나의문제입니다
#김영민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