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로 냉장고 세탁기를 어디에 어떻게 둘지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래저래 사고 싶은 게 많아졌다. 특히 생각지 못한 가전으로 신혼가전 3대 이모라 불리는 녀석이 있다. 식기세척기(이하식세기), 건조기, 로봇청소기이다. 집집마다 있는 꼭 필요한 가전은 아니지만, 한번 사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한다.
10년 전에 식세기를 써본 적이 있긴 한데, 그땐 막 처음 등장할 때라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 보였다. 또 부모님 집에 살 때라 필요성을 딱히 못 느끼기도 했다. 도어가 무거워서 열 때마다 힘을 줘서 끼익 하는 소리가 나는 게 좀 그랬다. 그릇들을 아래로 넣었다 뺏다 하기에 허리 부담도 되기도 했고, 음식찌꺼기가 쌓이면 매번 관리해 줘야 하는 점도 귀찮고, 하얗게 생기는 물때와 한번 돌리는데 올래 걸리는 점 때문에, 내가 후딱 설거지하는 게 속이 더 편했다. 좀 쓰다가 반찬통 보관함이 되어버렸다.
요즘엔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며, 한 번은 팀원들께 식기세척기 쓰는 집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가정이 있는 집들 대부분 식기세척기를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들 너무 극찬을 하셔서 놀랐다. 이전에 단점들이 많이 개선되었고, 확실히 설거지에 대한 노동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아이가 있는 집은 보통 삼시세끼 다 챙겨 먹는데, 한번 설거지하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하루에 1시간, 한 달에 30시간을 집안일에 쓴다는 셈이다. 화장실청소처럼 1-2주에 한번 하는 게 아닌 하루에 여러 번 하는 가사노동이다 보니 빈도수가 아무래도 높아 체감하는 부분이 높다는 거다.
인테리어쇼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초음파 식기세척기를 알게 되었다. 김치 냉장고처럼 위에 뚜껑을 여는 식이었는데, 꽤나 편해 보였다. 그릇도 꽤 많이 들어가고, 야채나 과일을 씻을 때도 유용하다.
나는 확실히 청결도 점수는 낮은 편이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동생한테 잔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다행히 나랑 비슷한 동지와 결혼해서, 둘이 있을 땐 그릇에 밥알 찌꺼기가 남아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그때는 좀 더 신경 써서 집을 관리하고 싶다. 여차저차 생각하다 보니 식기세척기를 쓰는 게 좋은 대안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로봇청소기가 당근에서 사용한 지 좀 되었지만 정가보다 30% 저렴하게 올라오는 글을 보고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로봇 청소기도 요즘엔 많이 좋아져서, 일주일에 한 번 오수통을 비우고, 새로 물 채워주는 정도의 노동만 하면 된다. 청소 노동에서 해방이다!
이래저래 사고 나니 텅장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 인테리어 공사 시작도 안 했는데, 자꾸 사고 싶은 게 많아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