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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Dec 31. 2023

2023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 한 해 업무적으로 큰 성과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면 아마 새로운 팀에 소속되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휴직하고 이전에 같이 일했던 팀원들이 대부분 나가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게 되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를 인력감소로 인해 여기저기서 서비스는 있는데, 담당할 팀이 없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 팀은 여기저기 인력이 필요한 서비스를 유랑하며 한해를 지냈기 때문에, 코드와 문서를 파악하는데 50%, 알 수 없는 장애와 씨름하기 30%, 새로운 기능추가하기 20%로 시간을 보낸 거 같다. 처음엔 새로운 기술스택에 혼자 지레 겁먹고 버겁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흔쾌히 나와 페어 프로그래밍을 같이 해준 동료가 있어서 좋았다. 리더에게 너무 부담된다고 장문에 메시지를 남기곤 이불킥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리더님이 착하셔서 따듯한 대화로 받아주셨고, 심적으로 꽤나 안정되기도 했다. 알 수 없는 에러에 같이 울고 웃고 하며 지내다 보니 인제 꽤나 대화가 좀 편해진 거 같다.

  허리 건강으로 휴직했지만, 완벽히 낫지는 않았다. 올해 봄부터 통증이 거의 없어져서, 북한산 둘레길도 다녀오고, 수영도 가고, 헬스도 다녔었다. 그렇지만 추운 겨울이 오니, 역시 게으름이 커져 그만 운동습관은 무너지고, 감기에 한번 걸리니까 점점 더 이불속에 있게 되고, 연말에 여기저기 약속이 잡히면서 불편한 의자와 안 좋은 자세로 인해 또다시 허리가 아파졌다. 일단 푹 쉬고 감기 나으면 다시 운동습관 만들어야지 싶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8년 동안 둘이 꾸준히 모은 돈으로 집을 사기도 했다. 결혼하고 3년 동안 여기저기 이사 다니며, 안정적인 내 집이 있으면 좋을 텐데 생각했다. 청약도 넣어보고, 급매를 잡기 위해 부동산도 자주 다녔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깨닫고는 우리가 살 수 있는 가격에서 적당히 타협해 선택했다. 싼 가격에 산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산책로가 있고, 도서관이 있고, 회사나 부모님 댁이랑 가까운 동네로 이사가게 되어서 좋았다. 

  30대가 되니, 내 또래 아이들이 결혼을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게 실감이 난다며 너스레를 떤다. 선생님, 학원, 학교 같은 좁은 폭에 대화에서, 직장, 가전, 집, 남편, 연예인, 여행, 쿠킹,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간다. 쉴세 없이 떠드는 친구들을 보며 꽤나 우리의 세계가 이만큼 커졌구나 싶기도 하다.

  내년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연차가 쌓인 만큼 더 잘하고 싶기도 하고, 아픈 허리 건강도 챙기고 싶고, 곧 이사할 집에 별 문제가 없이 잘 안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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