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컨셉의 인테리어를 봤지만 초보자가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건 화이트 우드인 거 같다. 천장몰딩, 바닥걸레받이, 문틀, 도어씰, 배전반 등 구석구석 여러 소재가 쓰이는데 여기에 어울릴만한 도배지와 바닥을 찾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 웬만하면 다 통일해 버리자. 바닥은 우드, 그 외는 다 흰색으로 가자.
바닥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두운 고동색이었는데, 원래 하우스스텝에서 베스트로 잘 나가는 아이템 중에 하나를 골랐었다. 인테리어 상담하다 보니 밝은 건 관리가 힘들고, 내가 생각했던 브랜드는 옹이나 무늬가 훨씬 많아서 인위적인 느낌이 더 든다고 다른 브랜드를 추천해 주셨었는데 정말 전문가 말이 맞다. 여러 시공사례들을 보여주셨을 때도 좋다 싶었는데, 시공하고 나니 역시 전문가 말을 들어야 하네 싶었다. 확실히 눈에 띄지도 않고 무난하게 느껴졌다. 어두운 톤이라 머리카락이 잘 보이지 않아서 청소를 덜해도 티가 별로 나지 않았다. 대만족이다.
도배는 살짝 아쉬웠다. 집 전체적으로 따듯한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초보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색이 흰색이고, 유리창은 약간 푸른빛이 도는 유리라 집 분위기가 조금 차가웠다. 다행히 따듯한 색감에 가구들을 배치하고, 조명은 최대한 주백색과 전구색을 사용해서 따듯한 분위기를 낼 수 있었지만, 다음에 다시 한다면 살짝 아이보리나 그레이지 느낌에 도배지를 도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도배 작업팀이랑 소통이 잘 안 돼서 조금 엉망이 된 곳이 많았다. 주방에 조명을 옮기게 되었는데, 조명 원래 있던 자리는 막아야 한다는 얘기를 깜박했다. 표시라도 해뒀거나 조명설계도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생각지 못했다. 주방 천장에 땜방이 필요했다. 그래도 이건 양호한 편이다. 퍼티를 한다고 했는데, 도배 쪽에서 이렇게 퍼티 하면 안 된다면서 그라인더가 있는지 물어보셨다. 그라인더가 없어서 우리는 스크랩퍼로 벽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본드나 콘크리트를 매끄럽게 되도록 긁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한 30분쯤 했나 도배팀에서 그라인더를 갖고 오셔서는 그라인더 있으니 됐다고 하셔서 우린 스크랩퍼 작업을 그만해도 되는 줄 알았다. 막상 도배가 다 마르고 보니, 여기저기 울퉁불퉁하게 된 벽이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다. 됐다는 표현이 ‘야호 그라인더를 찾았다’ 정도의 의미였던 걸까. 스크랩퍼를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할 걸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세월이 가고 누레지면 그땐 더 잘하자!
바닥과 도배가 완료되고 드디어 짐을 둘 수 있게 되었다. 이사 갈 때 짐이 1톤이 될지 2톤이 될지 애매한 상황이라, 짐을 줄이고자 하는 마음에 틈틈이 물품들을 캐리어에 담아 가져다 두면서 청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