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Erin and you Jan 07. 2019

아날로그 공항, 잔지바르에 도착하다

-조금 특별한 여행의 시작-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잔지바르 애머랄드빛 해변

긴 비행이었다. 하룻밤을 하늘에서 보내고 도착한 곳은 탄자니아.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커다란 항공기의 몸체를 부각하는 작은 활주로였다. 잔지바르 국제공항까지 걸어가는데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공항이라고 하기엔 무색한 잿빛, 그러나 단출하고 매끈한 매력을 드러내는 건물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창문 안쪽으로 무언가를 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이 보였다. 흑백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제목을 붙인다면 “우체국 마감시간” 정도가 어울리겠다.


'대체 입국장이 어디지?' 


피곤한 발걸음이 닿은 곳엔 앞선 여행객들이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시골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버스터미널 같은 공간이었다. 규칙적인 시스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찾아오는 환희를 느낄 새도 없이 한참을 가만히 기웃거리기만 하였다.


관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카타르 도하를 잠깐 경유하며 영유했던 시공간과는 반대로 돌아온 ‘다른’ 나라였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적잖게 돌아다녔지만 이 땅에서 느낀 긴장감은 남달랐다. 아날로그 배경을 바탕화면 삼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잠시 전원은 종료해도 괜찮겠다.


카타르 도하 출발- 잔지바르 도착
잔지바르 국제공항 (Abeid Amani Karume International Airport)


'수하물은 어디서 찾는 거지?' 


공항 직원들이 비행기에서 활주로를 거쳐 짐을 손으로 끌어오고 있었다. 멀리서 끌려오는 배낭이나 캐리어를 바라보는 여행자들은 줄도 없이 뭉쳐 있었다. ‘내 것이다’ 싶으면 걸어 나가 수하물 태그를 확인하고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나의 가방은 무사하길 바라는 걱정은 점점 희미해지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 아프리카에 왔구나.


공항 직원들이 직접 수하물을 가져다 주는 모습.



잔지바르 국제공항 입국장 풍경


입국과 동시에 비자를 받는 사람들로 인해 작은 공항이 잠시 붐비고 있었다. 운 좋게도 나는 입국심사 직전 PP카드 (Priority Pass Card) 피켓을 들고 서있는 공항 직원들을 발견했다.


“나 PP카드 있어. 따라가면 돼?”


줄을 설 필요 없이 라운지에서 비자발급이 가능하단다. 50m 남짓 짧은 거리를 따라가면서도  '이 사람들 따라가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자그마한 라운지에는 군데군데 가죽이 벗겨진 검은색 소파 몇 개와 낮은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먼저 도착한 외국인 몇몇이 비자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 있는 탄자니아 대사관에서 미리 비자를 발급받아온 터였다. 덕분에 간단히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뜻하지 않은 친절과 함께 보이지 않는 얇은 유리문으로 만들어진 경계선을 넘는 순간이었다.



탄자니아 비자 발급 서류를 작성하는 사람들 / 라운지에서 제공 받은 물과 주스팩
서울 탄자니아 대사관에서 미리 받아둔 탄자니아 비자


입국절차가 끝난 뒤,  탄자니아 실링 환전을 할 수 있다.







공항을 나서는 길목에 공항 택시와 일반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여행을 떠나오기 직전까지 바쁜 일을 치른 데다 장기간의 비행으로 인해 내 몸은 이미 물속에 빠진 휴지조각 같았다. 그 누구와도 무언가를 흥정할 에너지가 없었기에 공항 택시를 예약했더랬다.


마치 레드카펫을 밟고 지나가는 듯 길 양옆으로 택시 기사들이 늘어서있었다. 짐을 들어주겠다고 나서는 현지인들은 너도 나도 앞다투어 말 걸기에 바빴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South Korea!"라고 대답하자마자 갑자기 한국인 배낭 여행객이 나타나서 되물었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어디까지 가세요?"


'탄자니아 수도가 아닌 잔지바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 사람을 만날 줄이야...'


 “한국분이시네요! 저흰 <Nungwi 해변>에 가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택시비를 아낄 요량으로 같은 방향 여행객을 찾고 있던 모양이다. 당찬 매력이 느껴지던 순간! 나 역시 혼자 떠나 먼저 말을 걸고 친구를 만들기도 하던 여행을 했었지. 이제 나는 훌쩍 커버려 조금은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능위해변과 반대편인 <Paje 해변>이 목적지라고 하던 그녀는 "즐겁게 여행하세요!"란 말과 함께 다른 택시 기사들 틈에 섞여버렸다.

 

공항 나가기 직전, 공항택시 기사들은 목적지에 따라 정해진 택시비를 제시한다.


공항 택시까지 기어코 짐을 들어주겠다던 두 명의 장정은, 아니나 다를까, 팁을 요구하더라. '공항 택시를 예약했기에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겠지' 하고 설마 했던 것이 현실이 된 순간. 게다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어딜 가나 호객꾼은 있다지만 고작 50m쯤 가방 하나 들어주고는 1인당 $25를 달란다. 무조건 부르고 보는 가격이겠지. 첫날이라 당했다. 터무니없는 돈을 선뜻 내어 주지는 않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두 명에게 5,000Tsh씩 주었다. 덕분에 여행 내내 팁에 관해서라면 두 번씩 생각하게 되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기로 한다.


한숨 쉬듯 훅 시동 걸린 택시는 잔지바르의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탄자니아 여행 중 눈에 띄는 가장 좋은 차는 단연 공항택시였다.


축구를 사랑하는 탄자니아 사람들의 응원 행렬




아, 잔지바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품은 섬.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향신료의 섬. 수많은 나라의 다양한 인종들이 거쳐간 곳. 지상낙원의 향을 들이마신 것도 잠시, 기나긴 감동은 천천히 음미하기로 한다.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탄자니아 세계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