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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and you Jan 07. 2019

룰루랄라, 랑기랑기 리조트

Langi Langi Resort, Nungwi beach

능위비치(Nungwi Beach)에 위치한 숙소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창 밖에서는 축구를 사랑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나이 불문 피리를 불며 응원 행렬을 이어가고 있었다. 터벅터벅 걷는 까만소를 끌고 가는 아저씨와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을 지나쳤다.  


차선은 당연히 없는 비포장 도로 위를 달린다던지, 낡은 상점들이 군데군데 포진하고 있다던지 하는 것들은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껏 경험했던 여행지와는 달랐다. 뭐랄까, 공기의 색깔이 무채색이었던가. 마을 깊숙이 들어갈수록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무채색이었다. 그들이 걸친 스카프는 비비드한 컬러감을 자랑하고 있었고.




숙소 근처에 가까이 갔을 때쯤 골목에 들어서니 팅가팅가 (Tinga tinga) 그림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콘크리트 건물들이었다. 그림들만 즐비하게 늘어놓은 보잘것없는 상점들에서  엷고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지나가는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람들. 맨발로 길가를 꽉 채우던 아이들도 차 안에 있는 우리를 쳐다보느라 놀이도 잠시 멈춘다. 나에게도 첫날이라, 어색하긴 매한가지.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는 여유가 없더랬다. 당장 내려 그림들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잠깐, 빨리 숙소에 짐을 풀고 눈에 바다를 담고 싶었기 때문에. 멀미가 밀려오기 직전이라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저녁 먹을 시간이다, 얼른 들어와!' 하는 내 어릴 적 엄마 목소리라도 들리는 듯했다.





Langi Langi Beach Bungalow


둘째 날 새벽 파도 소리에 잠이 깼다. 가늠할 수 없는 정도의 먼 곳에서 기도 소리 같은 것이 파도소리와 어우러져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는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잠이 들었더랬다. 잠시 쉬고 일어나려던 잠이 계속 이어졌던 것. J는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내가 스스로 깨어나길 하염없이 기다렸단다. 테라스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일기도 썼단다. 내가 부스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라 다시 씻고 잠이 들었다.

 

'이젠 장기 여행 전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지. 게다가 밤 비행기는 절대 피해야지'라고 결심한 것들도 몇 달이 지나면 잊는다. 밤 비행기로 하루라도 더 벌어보려는 심산이지만 결국은 여행지에서 하루를 버리기 허다했다.


아쉬운 마음은 접고 잠을 푹 잤더니 새벽에 눈을 뜬 것이다. 서교동 집에서도 파도소리에 새벽에  적이 있다. 굳이 창문을 열어보았지. 바다 일리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 새찬 바람은 간혹 그렇게 파도가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파도 소리와 함께 짹짹거리며 작은 새들이 찾아왔다. 테라스 문을 열고 나가보니 한눈에 파란 바다를 다 담을 수도 없어 숨이 찰 지경이다. '와~' 하고 벅찬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는 진부한 표현은 어쩔 수가 없다.

'새벽부터 떠 있었겠지?'라고 여겨지는 크고 작은 배들이 지점토 조각처럼 바다 곳곳에 박혀있었다. 오늘 하루는 이미 시작되었던 것.

어제보다는 한결 나은 기분으로 J를 깨우고 조식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삐걱거리는 목조계단을 내려갔다. 3층이라지만 고작 10개짜리 계단을 두 번 내려가면서도 오랫동안 서성인다. 눈길을 사로잡는 창가의 장식, 복도에 걸린 거울의 문양, 트인 곳으로 내려다보는 골목을 걷는 사람들. 잔지바르의 아침은 생각보다 분주했다.






*블로그도 놀러오세요? :-)

https://blog.naver.com/erinhottie/22141250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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