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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and you Jan 08. 2019

능위해변에서 맞은 첫 아침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았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바(Floating bar)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기분은 생각보다 끝내주지 않았다. 주변에서 식사를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표정도 썩 밝지 않았다. '쟤네들도 나랑 비슷한 기분인가봐...' 

눈을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는 여행지에서의 아침식사는 낯설었다. 혹은 내 기분 탓일지도 몰랐다. 잔지바르에 도착한 후, 첫 식사였다.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 있던 것이다.


어제 오후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아 더욱 예민해졌을까? 원체 끼니를 챙긴다거나, 먹방을 즐겨본다거나, 미식가스러운 입맛을 타고났다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는 '위생'같은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접시와 포크가 깨끗한지, 'mixed fruit juice'라고 쓰여있는 음료의 정체는 무엇인지, '과일은 깨끗한 손으로 잘랐겠지' 같은 못난 걱정 말이다. 


나이를 많이 먹었어도 여전히 엄마에겐 어린 딸이라, 떠나기 전에 "왜 하필 아프리카니, 여전히 콜레라가 유행이라더라."라고 걱정이 많던 엄마에게도 "엄마, 아프리카가 아니라 탄자니아야.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탄자니아는 모든 면에서 안전한 나라예요!" 라며 핀잔을 주고는.


보온병에 담겨있는 탄자니아 커피는 버튼을 누르면 새카만 물감이 콸콸 흘러나오는 듯 했다.



사실 훌륭한 조식이다.


랑기랑기 리조트는 바다를 눈에 담는 것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조식 부문 별점이 낮다는 뜻이다.) 바나나 팬케이크와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했다. 여행지에서 무난하게 먹곤 하는 조식메뉴 아니겠는가. 이곳의 전통 음식은 무엇이 유명한지 찾아봐야겠다. 유달리 진-한 흑색의 탄자니아 커피는 정신을 잠시 또렷하게 만들어주었다. '과연 커피맛은 좋다.'라고 느꼈지만 커피잔을 완전히 비우지는 못했다. 새까만 탄자니아 커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파란 바다로 눈을 돌리면 바람이 손가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가 나가 못생긴 커피잔을 잡고 있던 손의 감촉이 여전히 뭉뚝하다.









해변가를 걷기로 한다. 마음에 드는 스폿을 발견하면 옷을 벗어던지고 태닝을 하겠다고 비키니를에 안에 입은 채. 구름이 해를 가렸다 말았다 하는 사이 해변가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숙소 옆 작은 길로 빠져나오니 해변이 눈 앞에 펼쳐졌다.



숙소 뒤쪽으로 나는 골목길을 걷다가 해변으로 통하는 작은 통로를 발견했다. 급격한 햇살이 쏟아지던 찰나였다. 기다렸다는 듯 전통의상을 입은 마사이족(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 일부만이 진짜 마사이족이었다)들이 "잠보! (Jambo!)" 하고 인사했다.

하루 남짓 지났지만 어색하지 않다. 


"잠보!"라고 인사해주면 "Japan? China?"라고 되묻는다.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이면 대답이 돌아온다.

 

 "아~ 꼬레아?"

 

악수를 청하면 함께 해주면서 대화를 이어가지만 친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물건을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터득한 삶의 방식 같은게 있다면 거절하는 방법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단호하지 못하여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간혹 친구가 되면 한국에 와서도 드문 드문 연락을 하며 지낸다.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들 대부분은 영어를 할 줄 모른다. 그나마 이렇게 바닷가에 나와 호객행위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돈을 벌 구실이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스노클링이나 선셋 세일링 같은 해양 액티비티를 권한다. 여자들은 타투와 마사지를 권하기도 한다. 그리고 '진짜' 마사이족들은 자신들만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액세서리와 공예품들을 팔고 있다. 사진을 함께 찍어준 후에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였다.


해변에서 호객행위 중인 마사이족


일주일 뒤 세렝게티 초원으로 들어간 뒤 몇 번 더 마사이족 무리를 마주치고 친구가 될 기회가 있었다. 사자를 때려눕히는 용맹한 전사로 알려져 있는 마사이족은 이젠 관광객들의 도움 없이는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힘든 편이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아프리카와 탄자니아, 세렝게티와 마사이족에 대한 지식을 조금 더 쌓게 되었다. 세렝게티 초원에 이르러 마사이족 이야기를 자세히 나누려 한다.










북서쪽 능위해변의 끝에서부터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안 반짝거리는 얕은 파도를 밟았다. 눈에 하늘을 담았다가 다시 가슴으로 옮겨두었다. 새하얀 모래는 맨 발에 밟혀  조금 더 보드라워졌다. 투명한 바닷물은 발목으로 다가와 하얗게 부서졌다. 커다란 바위 아래 자리 잡은 커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귓가에 한참 맴돌았다. 특별하지 않은 그러나 평범하지도 않은 어느 날 아침은 그렇게 잔지바르의 바람과 함께 흘려보내고 말았다. 




아침식사가 부실했겠지, 점심을 먹어야겠다. 섬 안쪽으로 걸어볼까 했지만 해변 어느 식당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아니, 먼저 맥주 한 잔씩 하고 또 다른 곳을 찾아 점심을 먹기로 한다. 이틀째 아직도 탄자니아 맥주를 마시지 않았다니! 바다를 거니는 것만큼이나 내겐 우선순위에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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