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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and you Feb 22. 2019

잔지바르 여행 둘째 날, 첫 맥주

잔지바르 바다 고양이들의 쉼터를 빼앗다.


When the flute is played in Zanzibar, all Africa east of the lakes must dance.

-아랍 속담




폭신 폭신한 해변가의 모래들은 하얀 밀가루 같다. 신비로운 로맨스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곳. 파랗다 못해 말갛게 속내를 드러낸 잔지바르의 바다는 커다란 아쿠아리움을 통째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더해진 따스한 바람이라니. 아름답고 한적한 휴양지로 단연 손꼽히는 이유가 아닐까.




뾰족한 뱃머리 모양을 가진 통나무 테이블을 발견하자마자 '이 곳이 좋을까, 저곳이 좋을까.' 하던 고민은 그만두었다. 학생처럼 보이던 서너 명의 직원들은 그 통나무 뱃머리에 기대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손님이 오니 분주해졌다. 바다와 가까운 테이블이 어떨까 했지만 너무나 까슬까슬해 보이는 투박한 의자에 앉으려니 하의 대신 비키니만 입고는 꺼려졌다. 만약 가시에 박힌다면 그것은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서 보았던 이불을 꿰맬 때나 쓰는 바늘보다 큰 나무 조각일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포동포동 하게 살이 오른 고양이들이 비켜줄 생각도 없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던 것도 다행이었다. 의도치 않게 소년들의 자리를 탐하고 말았다.



"여기 앉아도 될까?" 물으니, "물론이지."라고 대답했지만 그들은 놀이터를 잃었다. 그제야 해변가 테이블 그 투박한 벤치 위에 매트를 올려놓기 시작했다. 일은 열심히 하지 않는 그들이다. ‘미리미리 했어야지.’ 하는 잔소리는 내 몫이 아니다. ‘뭐가 문제지?’라고 답할 게 분명하다. 느린 세상이니까.


세렝게티 맥주와 사파리 맥주를 주문했다. 발음할수록 낭만이 솟구쳐 맥주 맛을 더 좋게 만들어준다. 그 사이 그들은 벤치에 폭신한 벤치 방석들을 다 깔아주었고 잠시 벤치에서 쫓겨났던 고양이들은 푹신하게 쉴 곳을 얻었다는 듯 한 자리씩 차지하기 시작했다.



소년들의 놀이터였던 테이블, 그 옆에 고양이




















맥주 딱 한 병씩만 하겠다고 고른 카페였기에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맥주 한 병값이 덤으로 더 붙어있다. 이 정도의 수법은 이미 동남아 국가를 여행하며 여러 번 당해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지. 그들은 누구에게나 한 번씩 시도해볼 수도, 혹은 정말 실수로 계산착오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나에게는 이제 당황하거나 따지지 않고 그저 그들에게 "계산이 잘못된 것 같아."라고 대화하는 능력치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잔지바르로 여행을 간다 하니 지인들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더랬다.


"잔지바르? 거기가 어디야?" 



"잔지바르? 거기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데? 유럽인들의 휴양지. 허니문의 성지!"






'잔지바'라고 표기하기도 하는 Zanzibar는 아프리카의 매력을 완벽하게 다 갖춘 모습이다. 그림 같은 바다와 주변에 위치한 로맨틱한 리조트, 중동의 이국적인 취향이 스며든 모습까지. 향신료 투어와 인도양 바다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 액티비티는 덤이다. 날씨는 1년 내내 맑은 편이며, 가끔 내리는 소나기 정도야 여행지에서 즐기는 추억으로 간직하기 좋을 수밖에!


축복받은 열대 기후의 따뜻한 바람은 파우더 결 같이 부드럽기 그지없다. 비현실적인 터키 블루색 그림자를 드리우는 잔지바르는 섬 투어 여행자들에게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동아프리카의 유니크한 맛을 제공한다.

전통 마사이 복장을 한 이들이 성큼성큼 해변을 활보하고, 살와르 카 미즈(Salwar Kameez)를 입고 수놓은 모자를 쓴 여자들이 말을 걸며, 머리부터 온 몸을 칼라풀한 Kangas(화려한 패턴의 숄)로 두른 채 모델처럼 걷는 사람들. 이들 옆을 나란히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잠시 동안 그들의 일부가 되었다는 기분이 숄처럼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Zanzibar means Land of Blacks in Arabic or alludes to the dark and pivotal role the island played in the 19th-century slave trade traces of which can still be found in historical stone town.


잔지바르는 아랍어로 흑인의 땅, 어둠의 땅을 암시한다. 19세기 노예무역에서 잔지바르 섬의 중추적 역할을 기리는 말일 수도 있겠다. 스톤타운의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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