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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and you Mar 07. 2019

잔지바르 피자와 고양이

 Nungwi's best bar; Cholo's




파티가 열리는 곳을 찾아봐야겠다. 지난밤 까무룩 잠들었지만 창 밖으로 새어 들어온 음악 소리가 어렴풋이 기억났다. 해질 무렵 하얀 모래 속에 푹푹 빠지며 걷다 보니 드는 생각이었다.

잔지바르는 건축양식과 전통 음식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인도와 중동 스타일을 적절히 섞어낸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동부 아프리카 음악으로도 알려진 <Taarab, 타랍>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든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숙소 근처 바다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지난밤의 기억같은 음악소리가 멀리서 들리고 있었다.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갈까, 해안가를 따라 올라갈까 따위의 고민하는 시간은 아깝기만 하다.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눈에 감고 조금 더 듣고 싶었다.


"선셋 크루즈 안 할래?"

"아니, 나 저녁 먹을 곳을 찾고 있어."


몇걸음 텀을 두고 말을 거는 그들과 똑같은 대화를 두어 번 반복한 후에야 찾은 곳은 Cholo's bar. 여행 전에 미리 맛집을 검색하는데 무관심한 나는, 막상 괜찮아 보이는 작은 식당을 찾아다니느라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 또한 재미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며 '그저 찾아온 곳'의 구글 평점을 찾아보는 건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보통 내가 찾는 곳은 '맛있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평점이 2-3점을 겨우 웃돌았다. 그런데 이번엔 잔지바르 맛집이란다. 무려 별 4개를 자랑한다. 괜히 신이 났지만 별점 따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뭐라 설명할 길이 없어 큭큭 삐져나오는 웃음을 모른체 했다.


  


적당한 터울을 두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덕에 아프리카라는 사실을 잊고 만다. 맨발에 비키니와 새하얀 원피스만 걸치고 땅을 밟고 걷는 행위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지금은 잠시 쉴 곳을 찾았다. 쉬어간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 눈 앞에 펼쳐진 파란색 하늘과 바다는 선물이다. 바다가 굽이 굽이 파도치며 마음으로 찾아온 것 같았다. 파랗게 반짝거리다 못해 보석처럼 빛이 났다.


잔지바르 피자는 스톤타운 야시장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우리나라 메밀전병 같은 혹은 미국의 타코 도우 같은 얇은 밀가루 반죽에 야채와 돼지고기 다진 것을 올려 만든 음식을 말한다. 사실 여기서 주문해본 것은 잔지바르 전통 피자가 아닌 보통의 마르게리타 피자였다. 간단하게 한 입 베어 물고 입으로 오물거리다가 맥주 한 모금 마시면 그저 배가 부를 것 같았다. 밀가루 반죽이 얼마나 두꺼운지 근래 들어 이렇게 통통한 피자를 본 적 있었나 떠올리며 또 한 번 웃었다. 


고양이 서너 마리가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알고 보니 내가 그들의 공간에 잠시 들어와 있던 것이었다. 고양이를 잘 모르는 나는 피자를 나누어 먹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빗방울을 크게 문제 삼을 이유가 없었다. 혹시나 호들갑을 떨지도 모르는 손님을 위해 나뭇가지마다 너른 스카프를 펴서 묶어 놓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토바이도 한 대 붙잡아 두었다. 이 곳에 찾아온 여행자가 다시는 이 곳을 떠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정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Serengeti + Safari beer =12,000실링  

    마르게리타 피자 = 10,000실링






여행지에서는 힘을 빼고 나를 내려놓기가 쉬워진다.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일상이라도 갑갑한 감정은 어쩔 수 없이 일렁이기 마련이다. 바른 옷차림, 반듯한 자세에서 조금 삐딱해져도 괜찮은 것이 여행이라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걸어갈 방향과 목적지를 직접 정할 수 있어서. 하루 반나절쯤 바닥으로 내려 꽂히는 해의 각도만 재고 있어도 괜찮은 시간이어서. 지구 오억 분의 일 쯤되는 사람들과 이런 선물을 나눌 수 있어서. 그래서 하는 여행이겠다.


나에게 파란 미소를 내어 보이며 피자를 주문받던 그녀는 이렇게 매일 여행하는 기분이면 좋겠다. 다가온 사람이 떠나가야 할 때는, 발 밑에서 가르릉 거리던 고양이가 어느 날인가부터 눈앞에서 보이지 않을 때처럼 속상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입술이 조금 떨려도 '안녕'하고 웃으며 인사할 수 있으면 조금 더 예쁜 하늘 아래 있는 기분이겠다.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떠나고

떠난 사람이 있던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찾아오고

또 다른 사람이 왔다 가고 떠나기도 했지만

그 자리엔 여전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 온다는 건 떠나는 것을 의미하고

떠난다는 것은 누군가 다시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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