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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Nov 19. 2019

조지아에서는 에어비앤비도 어쩜 이래!

겉과 속이 다른 조지아의 에어비앤비

* 보름의 조지아 여행기간 중에 3일은 옆 나라, 아르메니아(Armenia)의 수도인 예레반(Yerevan)에서 머물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카즈베기 다녀온 뒤 이동에 지친 저는 과감히 예레반 일정을 포기했습니다.
그리하여 급히 예약하게 된 트빌리시 숙소, 에어비앤비 이야기예요.




  빗줄기가 제법 거세다. 이미 운전실력을 검증받은 알렉스(Alex)를 불렀지만 긴장은 풀리지 않는다. 카즈베기에서 뱅글뱅글 돌아 트빌리시로 돌아가는 날. 직선으로 내리 꽂히던 빗줄기는 이내 눈발이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푸르던 산등성이 한쪽면이 하얗게 덮이는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말았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만 같아서. 운전은 곧잘 하지만 얻어 타는 차는 조금만 오래 타도 멀미를 하는 나는, 카즈베기에서 트빌리시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서 휴식 중이다. 얼마나 안 좋았느냐 하면, 숙소에서 내어준 웰컴 와인을 글쎄, 거들떠보지도 못하고 있는 중이라는 거다. 비가 그치자마자 들려오는 짹짹이 참새 소리에도 창문을 열어 볼 여력이 없어 죽은 듯이 누워 속을 다스리고 있단 말이다.



'아... 내일 예레반을 갈 수 있을까?'


국경을 넘어 예레반으로 가는 시간은 최소 5시간이 걸린다. 여러 사람과 함께 타는 마슈로카 셰어 택시를 타고 구불구불 가는 여정이 고되, 속앓이 하는 여행자가 꽤 있단다.


예레반 숙소 예약을 해두었지만 과감히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조지아에 여행 온 김에 코카서스 3국을 다 여행하려던 욕심을 조금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여행 스케줄은 조금 꼬였지만 한 달 살기로 인기 많은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며칠 더 머무른다는 생각에 다시 힘이 나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 찾아가던 길




예레반 대신 머무를 숙소를 찾아야 했다. 에어비앤비 앱을 켜고 필터링을 했다. 당장 슈퍼 호스트의 방을 찾을 수 있을까? 트빌리시 아래쪽에서 며칠 있을 테니 이번엔 위쪽으로 올라가 볼까? 아니야, 그래도 중앙 자유광장(Liberty Square) 근처가 좋지 않을까? 고민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찾았다! 내 마음에 들어온 집!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인가 보다. 후기는 별로 없지만 받은 별점이 죄다 5점 만점이다. '딩동!' 예약 완료 버튼을 누르자마자 메시지가 왔다. 열쇠를 받기 전 사소한 대화가 오가고 있는 와중에도 친절함으로 무장한 그녀의 웃음소리가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듯했다.





꺅! 유령의 집인 것만 같아!
 

 

조지아의 트빌리시에는 '이거 곧 무너지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될 정도의 오래된 건물이 많지만 이건 상상보다 더했다. 그나마 튼튼한 건물인데도 그랬다. 바닥도, 벽도, 계단도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복도 한 구석에서 숨어있던 유령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살금살금 주변을 살피며 걷느라 2층에 있는 집 앞까지 가는 시간이 더디기만 했다.  '앗, 깜짝이야!' 휘익!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귀신의 집 체험을 연상시키는 트빌리시 에어비앤비 영상 (필수)






꺅! 집은 너무 예쁘잖아!


집주인, Irina 대신 그녀의 딸이 열쇠를 가지고 왔다. 소녀는 '여기 너무 무서워...'라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재빨리 문을 열어 집을 보여주었는데 글쎄... '집이 너무 예쁘잖아요!' 이번엔 상상 이상으로 깔끔한 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조지아는 오래된 건물의 집 한 칸을 이렇게 개조해서 에어비앤비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조지아 사람일 수도 있지만, 러시아 등 주변 국가 사람이기도 했다.



집안 곳곳에 대한 설명을 마친 그녀는 아버지가 만든 홈메이드 와인을 선물로 건넨다. 세 번째 꺅!이다. 조지아에서는 홈메이드 와인과 차차(Chacha, 조지아식 보드카)를 직접 만들어 마신다. 조금 독하긴 하지만 맛은 일품이다. 이뿐일까? 에어비앤비에서만 볼 수 있는 A4 앞, 뒤 가득한 현지 여행 정보까지 받아 들고는 트빌리시 여행이 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 외벽만 하얗게 칠해져 있다.







에어비앤비 추천 맛집, MAMA TERRA에서 조식을!


다음 날 브런치는 너로 정했다. 추천 맛집 두 개가 서로 마주 보고 있어 고민했지만 격자무늬 창틈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마마 테라가 조금 더 끌렸다. 반지하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재미있다. 그보다 더 사랑스러웠던 건 집주인이 모았다는 여행 자석이 쪼르르 붙어있는 한쪽 벽면, 그리고 자유롭게 책을 가져가거나 두고 가도록 마련한 여행자들의 도서관 책상이었다.


비건 카페, 마마 테라


가지와 파프리카 등의 야채를 볶은 것을 콘브래드 위에 얹어먹는 스타일의 음식이 나왔다. 여행자를 위한 조지아식 플래터라길래 시켜본 것이었는데, 보기와 달리(?) 맛은 괜찮았다. 오묘하게 한국 음식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아메리카노와 라테를 주문했더니 우유를 바꾸겠냐고 묻는다. 대게 두유 라테를 마시곤 했지만 코코넛 우유로 선택했다. 알고 보니 3라리 추가 요금이 붙어있다.


조지아에서는 따로 팁 문화가 없다. 하지만 팁 문화가 몸에 베인 외국인들은 원하면 주는 듯도 하다. 마마 테라에는 원하는 만큼 팁을 달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고민이다. 음식은 맛있었고, 벽에 붙은 자석을 보며 여행 이야기도 즐겁게 나누었으니, 코코넛 우유값보다는 조금 더 주기로 한다.


*Georgian Stew 11라리

*아메리카노 4.5라리

*아이스라테 6.5라리 (코코넛 우유 2라리)

*팁 3라리

* TERRA MAMA  11AM - 10PM (일요일 휴무)




***

조지아 여행기 매거진에 다 담지 못한 여행기는 다음 온라인 서점에서 책으로 만나보세요 :-)

예스24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알라딘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교보문고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인터파크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긴 글 읽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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