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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린 Dec 21. 2018

덕후입니다만, 무슨 문제 있습니까?

취미 많은 인간


 지인은 "일을 놀이 삼아 하는 사람이 제일이지"라고 말했다. 나라면 집필을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놀이 삼아...... 하는 것은 역시 무리다. 우거지상으로 일하고, 즉시 그만두고 싶어지는 놀이 따위가 있을  없다. 그러자  지인이  말했다.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p.17-18)


 목표가 정해진 것은 그때였다. 서른 살을 넘긴 나는 스스로 불을 붙이지 않으면 빛을 발할  없게 되었다.  때문이라면 무엇에든 손을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놀기 위한 목표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계속 살아가기 위한 목표였다. (p.235)


 - 마루야마 겐지, <취미 있는 인생>


 개인적으로 취미나 취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은 다른 이의 공감을 사기가 쉽지 않은 데다, 혼자 벽을 향해 말하거나 아무도 모르는 기호를 땅에다 끄적이고 는 기분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루야마 겐지의 말처럼 취미는 살아가게 한다. 취미는 돌파할 힘은 없을지 몰라도 계속 살아갈  있게 하는 동력이 된다.


 때때로 대화할 상대가 없어 내면이 고독해지거나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 , 사람들 사이에서 본심을 감추어야 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찼어도 실어증에 걸린 것마냥 입을 떼기 어려울 .. 간혹 한없이 초라하고 작게 느껴져 침울해질 , 취미는 내게도 살아갈 동기가 되어 준다.


 멍하니 음악을 듣거나 엎드려 책이나 영화 보기, 편한 옷차림으로 동네 바닷가를 걷고,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낯선 지역을 순회하고, 좋아하는 것을 애써 수집하는 번거로운 노력.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 혹은 사치스런 일과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모두 취미에 관여된 일이다. 어쩌면 취미는 무료하고 괴로운 시간을 버틸  있게 해주는 활력, 동시에 의미  자체인지도 르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외에 인생에서 무어  좋은 것을 추가할  있을까.


NHK <프로페셔널>, 극본가 사카모토 유지 인터뷰

 하지만 사적인 취향에 관해 '말하는 것'은 다른 범주의 문제 같다. 매니악하거나 폐쇄적인 개인의 기호와 취향이 보편적 공감을 일으키거나 일반의 호감을 사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문 듯하다. 그들만의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이방인들은 대화에서 쉽게 소외되니까.


허나 글로 쓰는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글쓰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꼴리는 대로' 쓰려는 태도가 아닐지. 지나친 자기검열과 강박 없이, 자신이 선별한 이야기에 관한 확신과 자신감은 읽은 이에게도 분명 가닿고말 것이다. 그러니 결국 좋은 글이란 흥미로운 주제에 관해 탁월하게 전달하는 솜씨일 수도 있겠으나 흥미 없는 주제에 관한 타인의 무관심한 태도를 기어코 돌리게 만드는 솜씨와 기량에 달려 있다. 흥미 없던 것을 호감으로 만드는 설득의 기술.


해보지 않은 , 쓰지 못한 것을 상상만 하느니, 뭐라도 하고 뭐라도 쓰는 편을 택하겠다. 유대 속담에 이미 끝난 일을 후회하기보다 대게는 하지 못한 일을 후회한다 했다.


 무엇이라도 쓰기 위해 우선은 자신의 내면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어야.. 수치심을 모르는 사람처럼 솔직해지거나 쉽게 상처 받지 않도록 단단하기라도 해야 한다.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나를 오해하고 있다면 그건 반박하든 해명하든 싸우든 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내 취향의 사람들도 아니고 내 인생에 아무 상관 없는 존재들이다. 문유석, <쾌락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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