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ri Taeeun Kim
Aug 26. 2023
인셀범죄는 테러리즘, 여성혐오를 단속하라
더리포트 독점기고
최근 대한민국은 젊은 남성들에 의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으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 8월 3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으로 일상의 공간에서 무고한 시민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전후해 온라인 여기저기 살인 예고 글 수백 건이 올라오며 수사당국을 긴장하게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3일 오전 9시까지 전국 살인 예고 글 445건을 수사해 작성자 213명을 검거하고 이 중 20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피의자 가운데 절반이 10대 청소년이라며 연령별 집계에 주목했지만, 이 중 절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젠더별 통계에는 무심했다. 급기야 여아 강간 예고 글까지 올라오더니 지난 17일에는 신림동 공원에서 여성 폭행 강간 사건이 일어나 피해자가 결국 사망했다.
지난 11일까지 경찰이 밝힌 11명 구속자의 신원을 보면 30대 여성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20~40대 남성이다. “수요일에 신림역에서 한녀(한국 여자) 20명을 죽이겠다”고 게시하고 흉기를 구매한 26세 남성에게 검찰은 ‘여성 혐오범죄’라고 못 박았다. 올해 3월부터 5개월간 여성 혐오 글 1700여 건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오히려 ‘의외성’에 의해 여성 한 명이었다.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당일 여성들이 큰 피해를 봤다는 뉴스를 보고 남성들에게 보복하고자 글을 올렸다”고 했다. ‘미러링’ 기법을 구사하던 온라인 여성 모임 메갈리아가 연상되는 행위다. 그 외에는 대개 ‘인셀 범죄’로 분류돼야 했다. 구속된 20대 남성 중 한 명은 자신의 구애를 거부한 어느 걸그룹 멤버의 소속사 직원만 9명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실행에 옮길 준비를 했다.
‘인셀(incel)’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의 영어 약자다. 연애나 섹스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모인 영어권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용자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일베’와 비슷한 성향이다. 자신을 거절한 여성에 대한 혐오가 실제 범죄로까지 이어지며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이들은 잘나가는 남성을 ‘채드’, 매력적인 여성을 ‘스테이시’라고 부르며 증오심을 키운다. 종종 페미니즘과 여성을 겨냥해 폭언한다. 몇몇은 대낮에 길거리로 나가 아무나 죽인다.
지난달 캐나다법원은 2020년 토론토 마사지업소에서 24세 여성을 살해한 20세 남성(사건 당시 17세)의 범죄가 ‘테러’라고 판결했다. 그의 범행이 ‘인셀 이데올로기’에 의한 공격이라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는 ‘정치적, 종교적 또는 이념적 목적이나 대의를 위해 대중을 위협할 목적으로 자행되는 행위’라는 테러의 정의에 부합하다고 했다. 영국 더 가디언은 이미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인셀 문화의 확대가 테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보도했다. 온라인 인셀 포럼에서 여성혐오 콘텐츠는 2016년보다 8배 늘었다. 온라인 여성 혐오자들이 일련의 테러 공격을 따르는 궤적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인셀과 극우파들이 중첩되며 온라인 알고리즘이 어린 소년들을 극우 이데올로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검찰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여성 혐오범죄로 규정하기를 거부했고 2022년 ‘이상 동기 범죄’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2023년 한국 땅을 휩쓸고 있는 묻지 마 범죄는 ‘인셀 테러’라고 보는 것이 맞다. 신림역 살인범 조선(33)은 작은 키에 열등감을 가지고 젊은 남성들을 공격했고, 서현역 살인범 최원종(22)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일베 성향의 게시물들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흉악범죄 예고 글들이 주로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오는 것은 익명성이 보장되며 몇몇 게시판들이 ‘일베’의 탄생지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신림동 공원 강간 살인사건의 범인 최윤종(30)은 “성관계를 한 번도 못 해 봤다”는 진술을 했다.
이들 사건을 정신질환자들이 저지른 개인적 일탈로 보는 것도 인간이 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명제를 부정하는 오류다. 그들의 이상 사고에도 사회문화적 맥락이 엄연히 작용하고, 그만큼 사회적 분위기와 그 사회가 던지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경찰에 신고도 안 되고 언론에 보도도 안 되는 일상의 묻지마 범죄는 얼마나 되는지 다 집계도 안 된다. KBS는 지난 22일 “표적이 없는 ‘무동기·무차별 폭행’이 올 상반기만 500건 이상, 하루 평균 3건꼴로 일어났다”고 보도하며, 지난 6월 만취한 남성이 생면부지 여성에게 세제통을 던져 뇌진탕과 급성 스트레스장애 등의 상처를 입힌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후 ‘한국의 ‘인셀 대통령’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는 타이틀의 기사를 냈다. “거의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과거 가부장제의 무게, 후기 자본주의의 압박, 현대사회의 고립 등으로 분열되고 있다. 한국이 반페미니즘 사상가를 국가 최고위직에 선출한 것은 남성들이 어떻게 여성을 희생물로 구조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김태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