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기고([독점기고] 사라지는 여성 공간, 서울여담재 10월 문 닫는다)한 대로 국내 최초 여성사전문도서관 서울여담재가 이달 말 폐관한다. 여담재 측은 “사단법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이 2020년 11월 1일부터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한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가 2023년 10월 31일을 끝으로 3년간의 위수탁 협약이 종료된다”고 폐쇄를 공식적으로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서울여담재의 운영종료로 시설 이용은 10월 27일까지”라며 도서관과 시설 사용이 사실상 끝났음도 알렸다.
여담재는 여성사 위주로 관련 도서를 수집, 대여해 오는 동시에 각종 문헌 자료와 서술자료, 전시물들을 생산해 왔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은 차후 사료로 쓰일 수 있게 온라인자료실에 모아놓은 데이터를 자신들의 블로그로 옮기겠다는 방침이다. 더 큰 문제는 수천 권의 도서와 작품이다. 서울시 담당자는 현 관장에게 공공기관에 기증할 방법을 알아보라했다고 한다. 불안정하고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민간 운영 블로그에 자료 이전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답답하고, 수년에 걸쳐 세금으로 장만한 유형의 장서들이 그냥 흩어져 버리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속상한 일이다.
그러나 현 정부와 서울시의 서슬 퍼런 ‘여성 지우기’ 기조에 감히 앞서 나가겠다는 여성계 인사나 매체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본의 아니게 여담재의 마지막 전시 작가가 된 이충열 미술작가가 홀로 ‘서울여담재 존치 촉구 서명’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서울특별시 여성 관련 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위반한 사항도 없는데 공청회 등 별다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여담재의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며 10월 초까지 1000여 명의 개인과 단체의 서명을 받아냈다. 서울시는 이곳을 아동시설로 전환할 예정이다. 운영 종료와 동시에 내부 리모델링을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충열 작가는 “잘 만들어 놓은 시설이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되는 데 멀쩡한 시설을 철거하고 다시 서울시민의 세금을 들여 새로운 인테리어와 용품 구매로 만들어야 할 기관은 어떤 근거로 입주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을 꾸려 현 여담재 존치가 불가하다면 여성사 발굴 및 연구, 교육, 전시 사업 등을 수행할 기관을 재선정,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여담재 설립은 2019년 ‘국내 첫 여성사 도서관, 옛 원각사 터에 설립’이라는 조선일보의 단독기사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여성역사샘터’라는 가칭으로 서울특별시의회의 동의를 받아 여성 역사에 대한 정보제공과 성평등 의식 확립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탄생하게 됐다. 서울 창신동 원각사 터에 들어선 것은 단종비(妃) 정순왕후가 생계를 위해 염색을 한 ‘자지동천(紫芝洞泉)’과 거북바위가 위치한 데 따랐다. 국내에서 찾기 드문 조선시대 여성의 경제활동을 상징하는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