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말해버린 마음에 대하여

일상 숙고 日常熟考

by 묵산 김태형


덩어리일 때 말하지 못한 것들


그날 밤,


나는 불편한 속을 안고 누워 있었다.

잠은 이미 들었고

몸은 현실과 꿈 사이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아주 사소한 사건은

늘 그런 틈에서 일어난다.

방심한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고

이불 위에 남겨진 것은

처리되지 않은 어떤 것,

아직 말이 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감정 같았다.


꿈속에서 나는

그걸 보며 생각했다.

묻으면 안 되는데.

지금 치워야 하는데.

하지만 꿈은 늘 그렇듯

내 의지보다 조금 늦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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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아이들이 들어왔다.

둘째와 셋째.

이미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가진 존재들.

아무것도 모른 채 이불 위에 누웠고

뒤척였고

그 사이

정리되지 못한 것들은

이불과 아이들의 다리에 번져 있었다.


나는 덩어리만 치웠다.

눈에 보이는 것만.

이미 스며든 흔적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남겨둔 채로.


그 순간,

꿈속의 나는

짧게 생각했다.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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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서 이 꿈을 다시 떠올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그것은 더러움의 문제가 아니었다.

숨길 수 있느냐의 문제도 아니었다.


오히려

처리되지 않은 채 남겨진 것에 가까웠다.

말하지 못한 마음,

미뤄둔 책임,

정리되지 않은 관계.


혼자 조용히 치운다고

끝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들어오는 장면에서

꿈은 설명 대신

조용히 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아직 말하지 않은 무엇을


누구와 함께 덮고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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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돌아보면

답은 복잡하지 않다.


미안하다는 말을

끝내 하지 않은 관계가 있고,

괜찮은 척 넘긴 갈등이 있고,

내 몫이 아닌 책임까지

자연스럽게 끌어안고 살아온 시간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자주 이렇게 생각한다.

조금만 더 지나면 정리할 수 있을 거야.

지금은 말할 타이밍이 아니야.


하지만 감정은

말해지지 않을수록

조용히 스며든다.

이불처럼,


사람의 다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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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꿈이 내게 남긴 건

거창한 교훈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설명하라는 말도,

제대로 정리하라는 요구도 아니었다.


다만 이런 신호였다.


덩어리일 때 말하라.


흩어지기 전에,

번져버리기 전에.


“사실은 내가 불편했다.”

“미안한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

“이건 혼자 감당하기 벅차다.”


그 한 문장을

조금 늦기 전에

꺼내보라는 신호였다.



우리는 흔히

큰 잘못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삶을 어렵게 만드는 건

대개

작은 미뤄둠들이다.


말하지 않은 하루,

정리하지 않은 감정,

괜찮은 척 덮어둔 마음.


그것들은

어느 날 꿈속에서

이불 위에 남겨진 채

조용히 나를 깨운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지금,


당신이 덩어리로 안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은

그 질문만

조금 오래

놓지 않고 있어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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