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계획, 챗GPT로만 짤 수 있을까?

구글 맵 대신 AI만 써봤더니... 길을 잃었다

by 이레

"너는 일본 여행 전문가야. 자연과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일본 분위기 나는 곳을 방문하고 싶은데 홋카이도 3박 4일 여행 계획 짜줘. 1박은 오비히로에서 할 거야. 거기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 디저트는 꼭 넣어줘. 가격은 비싸지 않은 것들로."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처음 챗GPT에 적은 프롬프트다.


원래 같았으면 네이버 블로그에 “홋카이도 3박 4일”이라고 적고 마음에 드는 여행 일정을 따라서 갔을 텐데 이번에는 AI만 믿고 가보기로 했다. 대 AI 시대니까.


(물론 퍼플렉시티(Perplexity)에는 "홋카이도 여행 일정 공유하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있으면 찾아줘."라는 프롬프트도 적어서 결과를 살펴보긴 했다. 오비히로를 껴서 가는 사람은 잘 없었기에 딱 맞는 정보가 없어서 다시 챗GPT로 돌아갔다.)


위 프롬프트를 적자 오비히로에서 먹을 음식을 아래와 같이 자세히 추천해 주었다. 실제로 유명한 곳이라 좋은 추천이었다.

- 부타동(돼지고기 덮밥) 원조 판초(ぱんちょう) — 풍미 깊은 돼지고기 덮밥, 오비히로 대표 메뉴

- 크랜베리(Cranberry) — 홋카이도 특산 고구마 케이크/빵 (달콤·가볍)


숙소는 이렇게 추천해 주어서, '온천이 있는 숙소'도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 오비히로 시내 호텔 (역 근처 or 온천 ryokan)


마지막 날 가는 누쿠모리노 야도 후루카와 료칸도 챗GPT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에어로케이 등 오비히로 <> 한국 직항이 있는데, 없다고 잘못 알려주었다.


여기서부터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네가 위에 적어준 day1~4 일정표를 표로 정리해 주고, 이모지는 없애줘."

"day1~4가 한 번에 보이도록 하나의 표에 정리해 줘."


전혀 모르는 지역에 대해서 정보를 너무 많이 받은 나는 잘 읽어보지도 않고 표로 정리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바로 상세한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각 음식에 대해 2개씩 식당 추천해 줘. 구글맵 지도 링크와 함께."

"네가 추천해 준 곳들은 트래블로그, 트래블월렛 카드만 들고 가도 충분할까? 현금 없이."...




내가 범한 가장 큰 문제는 이동시간까지도 구글 맵에서 확인을 안 하고 전부 AI에게 물어본 것이다.


"코코 호텔 삿포로에서 누쿠모리노-야도 후루카와까지 얼마나 이동 시간 걸려?"

택시 타고 10~15분 걸린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40분 걸렸다. 심지어 일본 택시는 엄청 비싸서 옵션이 될 수 없는 편인데 택시를 가장 추천한 것이다. 버스에 대해서도 위치가 가까워서 좋은데 좋지 않다는 오정보를 줬다.


또 같은 호텔에서 운영하지만 위치가 다른 두 곳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 근처 역에서 더 먼 호텔을 더 가깝다고 알려줬다.





내가 AI에게 물어본 질문들을 AI에게 주고 '무엇을 어려워했고, 왜 스트레스를 받았을까?'를 물어봤더니 아래와 같이 답변을 줬다.


- 도구의 부재: 구글 지도(Google Maps)나 교통 앱(Navitime)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보다, 모든 정답을 미리 '글'로 확정 지어 놓으려다 보니 정보의 양에 치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턴 이렇게 하기를 추천했다.

- 글'보다는 '지도'를 먼저 보세요

질문 중 "이 호텔이 어디에 있나요?"라는 질문은 구글 지도에 즐겨찾기(별표)만 해두어도 바로 해결됩니다. 지도를 펴놓고 숙소와 역의 거리를 눈으로 확인하면 "접근성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정리해 보자면,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는 것까지도 AI에 의존했을 때 답으로부터 오히려 멀어지는 경험을 했다. AI에게는 큰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가능하면 직접 확인하면서 여행 계획을 짜는 게 현명하다.


AI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도구들과 AI를 적절히 혼합해서 써야지 (적어도 아직까지는) AI만 써서는 완벽한 답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크게 깨달았다.


아무리 AI가 좋다고 한들 환각이 존재하기에 결국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구글을, 아고다를 보며 확인해야 하고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더 많은 나라를 앞으로도 놀러 갈 텐데, 여행 서비스들이 AI를 서비스에 잘 녹여줘서 바쁜 직장인이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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