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녕? 오랜만이야. 너의 소식은 자주 듣고 있어. 넌 여전히 유명하고 의미 있는 존재더라. 여전한 네가 반갑고 고마워서 다시 연락하고 예전처럼 지내고 싶었는데, 사는 일이 뜻대로 되질 않았어. 정신없이 바빴거든. 그래서 잘 지내지 못했어.
바쁘기만 하고 정신없으면 잘 지낼 수가 없고 잘 지내려면 정신 차려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건, 우연하고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됐어. 2년 전 여름이 유난히 더웠던 거 기억해? 더위 탓인지 일도 사랑도 뜻대로 되지 않아서 감정이 바닥을 친 날, 그 일은 일어났어. 평소 같으면 만사 귀찮아서 텔레비전만 봤을 텐데 그날은 평소와 달랐어.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있던 책 중에서 ‘아주 특별한 즐거움’이란 책이 눈에 띄는 거야. 마치 책 제목이 여고괴담의 한 장면처럼 두두둥 내 앞으로 확대돼서 나타났지.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그날은 책이 ‘날 읽어 봐. 내가 널 구원해줄게.’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바로 꺼내서 읽기 시작했고, 30년 만에 완독을 했어.
‘네가 나에게 보낸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짐작이 들더라. 그래서 너와 화해하고 싶어서 용기 내서 연락했어. 너와 단짝 친구로 지낼 때 우리가 함께 나눈 행복이 늘 그리웠거든. 내 오랜 벗 책!
우리 정말 친했지. 유년기에서 청소년기까지 난 너랑 항상 같이 있었어. 너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게 해 줬고, 세상의 다양한 친구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어.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줬어. 그래 맞아. 넌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어. 그런데 20살이 되고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게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고, 그 친구들이 재밌고 자극적이라서 온통 마음을 뺏겨버렸어. 마음을 뺏기니 시간도 열정도 같이 뺏기더라. 그래서 널 만나질 못했어. 미안해.
시간이 훌쩍 지나고, 네가 없는 빈자리엔 먼지만 가득해졌어. 너와 함께 지낼 때는 꿈과 희망이 있었고, 너와 함께 떠나는 상상의 세계는 현실 너머 아름다움을 바라볼 용기를 선물했는데, 새로 만난 친구들은 자극적이라서 신나긴 하지만 새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공허했어. 그 친구들과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꿈과 희망이 사라지고, 불안과 나태함이 자리를 차지했나 봐. 내 삶에서 네가 떠난 자리가 자꾸 삐걱거려서 마음이 시끄럽곤 했어. 너는 나를 떠난 적이 없는데, 내가 너무 먼 길을 돌아서 너에게로 다시 왔어. 나 참 바보 같다. 그렇지?
기다려줘서 고마워. 다시 나랑 친구 하자. 나의 빈자리를 너의 언어로 채워준다면, 시간을 타고 우리가 바라던 아름다운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을 거야.나의 소중한 너와 다시 여행하고 싶어. 세상 저 너머까지 같이 여행하지 않을래?
우리 같이 여행하지 않을래? 옛 친구야, 다시 친하게 지내자. 나의 빈자리를 너의 언어로 채워준다면, 시간을 타고 우리가 바라던 아름다운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을 거야
이제, 친구의 장점을 소개하다
“책을 읽는 이유는 뭐야?”라고 묻는다면 나는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 인생에서 일어난 좋은 일은 좋은 선택으로부터 가능했고, 선택이 필요한 순간마다 좋은 선택으로 안내한 건 독서였어요."라고.
인생 여행을 하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방향을 안내해주는 독서. 독서는 '인생 나침반'이다. 인생 여행 가방을 꾸릴 때, 방향을 안내하는 나침반을 챙겨야 한다. 나침반 없이 방향을 어떻게 알까? '나침반' 한 단어가 책을 읽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인생은 여행이다. 관광이 아닌 여행. 매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오늘로 출발하고, 오늘을 지나 다음 오늘로 가기를 반복하는 여행이다. 한 치 앞도 모르고 걸어간다. 걸어가면서 확인할 수밖에 없는 길 위에 있다. ‘이렇게 될 거야.’라고 짐작하며 시작할 뿐, 누구도 자신의 예상대로 살 수 없다. 그런 미지의 길 위에서 방향이라도 제대로 잡아야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어떻게 제대로 방향을 잡을까? 부모님과 스승의 조언도 있지만, 반복된 생각과 행동 방식에 익숙해진 일상을 살면 어른도 자신의 경험 안에서만 조언하게 된다. 그래서 일상과 이상, 현실과 상상을 두루 갖춘 책이 방향을 찾게 해주는 안내자로 더할 나위 없는 최선이다.
독서를 통해 쌓은 다양한 지식, 정보, 정서, 상상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지혜라는 쿠폰으로.
모든 좋은 선택은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일어났고, 독서로부터 쌓은 지혜 쿠폰을 사용한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에서 일어난 좋은 일은 좋은 선택으로부터 가능했고, 선택이 필요한 순간마다 좋은 선택으로 안내한 건 독서였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앞으로도 쿠폰을 사용할 날이 많이 있을 거다. 그날을 위해 독서는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지혜, 아이디어 등 독서로부터 쌓아갈 쿠폰이 기대된다.
내 인생에서 일어난 좋은 선택들, 그 모든 순간을 안내 한 건 독서였어요. 내 인생 여행 가방 속 나침반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