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1일이면 제 딸 써니의 6살 생일인데요, 매년 아이의 생일이 되면 저는 졸업식을 하며 사진을 찍을 때 처럼 굉장히 울컥합니다. '내가 또 1년 동안 아이를 키웠구나', '아이도 스스로 커 내느라 애썼구나' 하고요. 아이가 두돌 때 까지는 이 생경한 감정이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답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들여다 보면 고단함과 웃음이 서려있는 촘촘한 시간을 지나온 제 자신이 기특하고 한편으로 안쓰러웠습니다. 사실 세상의 수많은 엄마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고 아이를 둘, 셋, 넷, 그 이상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도 아닌데 괜한 호들갑이라고 할까봐 입속에 뭉근하게 감추어 뒀답니다.
써니가 14개월에 써니 아빠는 해외로 근무를 가게 되었고 저는 1년에 남편을 1-2번 정도 만나면서 써니를 키웠습니다. 코로나19이후로는 1년이 넘어서 아이 아빠가 집에 올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자가격리를 해야했습니다.
만60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일일이 표현할 수 없던 힘듦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이의 눈부신 눈망울과 저만 믿고 따라오는 발걸음과 옷 자락을 끌어당기는 아이의 손이었습니다. 아마 저도 아이를 기대어 버팀목 삼아서지내왔던 것 같아요
저의 고단한 무게를 아이가 느끼게 하진 않았는지 미안했고 놀이터에서 다른 가족들의 따뜻한 웃음소리에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게 한 건 아닐까. 늘 걱정스러웠습니다. 엄마 사람이 품어 줄 수 있는 사랑과 남자 어른 사람, 아빠가 줄 수 있는 사랑의 본질은 같지만 결은 다른... 그것을 아이는 흠모하는 듯 바라보았습니다. 놀이터에 가는 시간이 항상 힘들었어요. 상가주택에 살고 있는 저는 놀이터를 가려면...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으로 아이와 손잡고 늘 걸어다니곤 했는데 놀이터 1을 지나고 놀이터 2를 지날 때 마다 이렇게 남은 우리 모녀는 멀리서 보면 어떤 모습일까? 쓸쓸해 보이진 않을까? 하고 괜히 움츠러들었답니다.
이제는 굉장히 다양한 감정들을 서로 털어놓고 한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어제 아이의 유치원 가방에 편지를 몰래 넣었습니다. 저는 아이와 가끔 그림 교환일기를 주고 받는데요, 연애편지를 몰래 넣어두는 것 처럼 편지를 가방속에 넣은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가 난리가 났어요. 유치원에서 가방을 열었는데 편지가 있었다고요!
집에 돌아와서는 잠들기 전, 필링 충만한 시간에 낭독해주는 시간도 가져보며 등을 토닥토닥 둥가둥가도 해주며 아이를 재웠습니다.
아이가 잠들며 말했어요.
" 엄마... 좋아... "
서른 여덟살이 된 저도 저희 친정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데 이제 갓 만 다섯살이 된 아이가 제 마음을 얼마나 이해할까 싶지만 세상 모든엄마들의 아랫목 같은 온기는 목소리와 체온과 눈빛으로 분명히 전달된다고 믿습니다.
아직 어려서 손글씨는 가독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 예쁜 ppt 템플릿을 만들어 새벽에 아이에게 보내는 여섯 살 생일 축하 편지를 정성스럽게 준비를 했습니다.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가 되면서 최근 두달 동안 처음으로 여러 일들로 바쁜 시간을 보내어 내내 마음에 걸렸거든요. 할머니가 놀아주시지만 엄마가 줄 수 있는 정서적 유대감은 표현해야 하고 이 유대감은 절대로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것을 사람과 말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로 부터 받은 따뜻한 말을 기억합니다. 말의 내용은 잘 모르지만 그 사람에 내게 보내주었던 응원 가득 담은 표정과 눈빛으로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로 부터 받은 궁디 팡팡, 친구들로 부터 받은 퐈이팅, 상사나 동료로 부터 받은 진심 담긴 어깨토닥거림, 그 땐 몰랐지만 지금은 이해하는 친정엄마의 등짝 스매싱의 느낌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반면에 차가운 눈빛도 기억합니다. 눈빛만으로도 나를 때릴 것만 같았던 사랑하는 사람의 매정한 시선은 세월이 오래지나서도 가슴에 서리를 내립니다.
그래서 딸에게 편지를 씁니다. 살다가 지치는 순간이 올 때, 나를 믿어 주는 단 한사람의 응원으로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편지의 전문입니다. 마음은 더 진하고 오글거렸지만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최대한 희석해서 농도를 묽게했음에도 지금보니 부끄럽습니다.
기쁨의 열매, 써니야
오늘은 말이야, 엄마에게 제일 소중한 써니가 세상에 태어나 엄마 아빠의 품으로 온 특별한 날이야.
콩콩이 만큼 작고 꼬물꼬물 대던 우리 꼬맹이가 근사한 여섯 살이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
써니야, 엄마는 참 복이 많은 사람같아.
감귤 같이 새콤 달콤한 눈웃음을 가진 써니와 함께 한 5년 동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마카롱을 먹은 것처럼 행복했거든.
엄마에게 이렇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엄마를 엄마로 선택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항상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배려하는 멋진 써니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가족에게 기쁨을 주는 귀여운 써니
소중한 사람을 챙겨주고 보살피는 어른스러운 써니
그림그리고 책을 만들 때 집중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써니
써니야, 너에겐 너만의 반짝 반짝 빛나는 보석 같은 모습이 이렇게 많단다.
그만큼 너는 엄마에게, 우리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걸 잊지마.
엄마는 앞으로 써니의 성장이 무척 기대된단다.
겁이나는 일이 있더라도 주먹 불끈 쥐고 해보렴. 써니가 가진 멋지고 놀라운 날개를 믿기를 바래.
엄마가 항상 너의 뒤에서 힘껏 응원할게. 그리고 안아줄게. 태어나줘서 고마워. 딸아.
- 써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아빠가 -
저는 말테크의 힘을 믿습니다.
여러분들 재테크도 열심히 하시고 네트워킹>> 인테크도 열심히 하시거나 고민이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재테크와 인테크도 일정한 시간의 힘이 필요하듯 말테크 또한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가 하는 말이 차곡 차곡 아이 마음 속 서랍에 쌓여서 중요한 시점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자아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엄마의 말빛과 낯빛으로 아이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리실건가요?
이번생에 엄마가 처음이라 여전히 서툴고 혹시 나의 육아방식이 틀린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아이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엄마에 대한 낯빛과 말빛은 저만의 방식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를 정서적인 금수저로 만들수 있는 말통장에 매일매일 한마디 두마디 적금을 넣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만의 사랑을 주는 방법이 있으시죠? 저는 많이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방법으로 사랑을 주시는지요..
아이와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간단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태교중이신 임산부가 계시다면 조금 쑥쓰럽더라도 손발이 세상 오글거린다고 스킵! 하지 마시고 꼭 살가운 태담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돈을 들여서 태담을 들려주는 예쁜말이 담긴 책을 보는 이유가 바로 예쁜 말하기의 방법을 익히고 해보기 위함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예쁘고 소중하지만 처음부터 아이와 찐~한 소통을 하는게 영 어색합니다. 그리고 내 몸으로 낳았지만 넌 누구니? 내가 정말 너의 엄마일까? 와 같은 아이와 저의 정체성과 관계가 참 낯섭니다. 혼란스럽거든요.
뱃속에 있을 때 부터 꿀 뚝뚝 떨어지는 이야기, 엄마의 이런 저런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신다면 아이가 태어났을때 더욱 더 반갑고 친근한 느낌이 드실거에요. 1년정도 알고 지낸 친구처럼 정이 들어있을겁니다. 예쁜 말을 하는 방법도 의식적으로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심리적, 물리적 거리는 자꾸 멀어지게 됩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육아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부대끼며 서로가 서로에게 피곤함을 온몸으로 발산합니다. 가정보육이 장기화 되면서 아동학대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연일 접합니다. 가족과도 거리두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마음. 나만의 심리적 공간이 필요한 마음. 다 똑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도 해봅니다.
시간이 흘러 제 나이가 여든 정도 되었을 때 인생의 황금기를 짚어본다면 저는 아마 써니를 키우며 웃고 울었던 지금을 회상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