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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마 Jul 18. 2021

출근길 공항행 리무진에 누워서

버스

공항가는 출근길, 리무진 버스에서 보낸 5달의 시간  


 24살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5달 정도 인천공항에서 근무를했다. 공채 신입사원이 입사를 하면 주요 직영점으로 점장 실습을 반드시 하도록 되어있는데 나는 대구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서울에 살던 동기들을 대신하여 인천공항으로 배정이 되는 약간의 억울함이 있었다. 당시 뱅뱅사거리 근처 고시원에서 지내며 아침 6시-6시 30분 까지 인천공항 3층 출국장 D브랜드 키오스크 매장으로 출근해야해서 새벽 5시쯤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를 탔다.


 대구에서 23년을 살다가 하루아침에 거주지가 바뀌고 동시에 왕복 100km가 넘는 거리를 매일 오가며 사회생활 신고식을 참 호되게 했다. 혹시라도 늦잠을 잘까봐 마음을 졸이며 잠을 설쳤고 리무진 버스에 올라타서야 1시간의 쪽잠을 달게 잤다. 단아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승무원들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예쁠까 감탄했고 한눈에 봐도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큰 트렁크를 많이 보는 날은 출근하는 발걸음이 더욱 무거웠다.


 도착하는 순간 빛의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 바쁨과 긴장감이 싫어서 내내 버스에서 내리기 싫었고 밥벌이 장소로 데려다주는 이동수단에 불과해서 싫었다. 한껏 뽐낸 휴양지 룩으로 단장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탈 때에는 버스에서 내내 마음이 심란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오후 4시가 되면 빨리 버스에 올라타고 편안한 나의 쉼터로 가고싶었다.  리무진 버스 특유의 편안한 좌석에 몸을 뉘이면 퇴근하는 버스에서는 출근할 때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오늘도 잘 해냈다고 정말 다행이라고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어느 새 공항 가는길이 익숙해졌다. 신입 연수를 마치고 그 후에 종종 공항을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탈 때 마다 사회초년생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무조건 서울로 가서 살겠다고 악발이 처럼 버티던 나의 아둥바둥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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