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렛저널

나를 정리하는 첫 기록

by Teddy

불렛저널 – 나를 정리하는 첫 기록


처음 『불렛저널』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을 땐, 그저 “할 일 정리하는 방식” 정도로만 생각했다.

라이더 캐롤이라는 저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정을 관리하고, 메모하고, 삶을 정리하는 방법을 만들어냈다는 소개를 봤을 때, “이건 나랑은 좀 다른 세계의 이야기겠지”라고 넘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그 책이 생각났다.

그때 나는 일과 생각이 엉켜 있었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뭔가를 바꾸고 싶긴 한데,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이 책을 펼쳤고, 그게 나에게 꽤 중요한 시작이 되었다.




“정리하지 않으면, 놓치게 된다”


불렛저널의 가장 큰 매력은 ‘기록’이 단순한 메모를 넘어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할 일을 적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그날의 감정,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 무심코 지나친 순간들을 붙잡아두게 만든다.


나는 처음에 아주 단순하게 시작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리스트로 적고, 저녁엔 그 일이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 옆에 체크만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생겼다.

그날그날 내가 무엇을 미뤘는지, 어떤 일엔 집중하지 못했는지, 어떤 일은 빨리 해치웠는지가 한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나의 패턴이 드러났다.


나는 새로운 일엔 흥미를 느끼지만, 반복되는 일에는 쉽게 지루해진다.

나는 작은 일은 빨리 처리하지만, 큰 일은 계획만 세우고 미뤄두는 경향이 있다.

이런 걸 내가 몰랐던 건 아니지만, 글자로 적혀 있는 걸 직접 본 것은 확실히 달랐다.

그건 핑계를 댈 수 없는, 솔직한 거울이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바꿔 써도 괜찮다”


불렛저널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책에 나온 구성 그대로 따라 했다. 인덱스 페이지, 미래 로그, 월간 로그, 일간 로그… 복잡해 보였지만 천천히 적용하니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내 방식대로 바꾸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그날 좋았던 일 한 가지’를 매일 마지막 줄에 적는 습관을 만들었고, 한 주가 끝날 때는 ‘이번 주에 나를 웃게 한 순간 3가지’를 적었다.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서 단 두 줄만 적었고, 어떤 날은 마음이 복잡해서 두 페이지를 넘겨 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떤 날의 기록도 ‘쓸모없다’고 느껴진 적은 없다.




“기록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정리하게 한다”


불렛저널을 하면서 가장 달라진 건 ‘하루를 정리하는 감각’이다.

하루를 정리하면 일주일이 보이고, 일주일이 쌓이면 한 달의 흐름이 보인다.

그러다 보면,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조금은 선명해진다.


이건 뭔가를 이루기 위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표이자,

흐트러진 나를 다시 조용히 모으는 방식이다.




글을 마치며


책을 읽고 바로 불렛저널을 시작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기록은 생각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 건 이 책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노트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삶을 정돈할 수 있게 해준 첫 도구였다.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나를 위한 페이지를 남기고 싶다면

『불렛저널』은 가장 좋은 시작이 되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