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심리학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꺼내는 책

by Teddy

어느 시기는 이렇게 흘러갔다.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줄줄 매달려 있는데,

몸은 이상하게도 무거웠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은 상태.


침대나 쇼파에 누워있다 보면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만 몇 바퀴를 돌다가 사라진다.

그 생각을 한 내가 지겨워지고,

결국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 간다.


바람이나 쐬자 하고 앞 서점에 들렸다.

제목 그대로, "무기력의 심리학"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펼쳐보게 되는 책이 되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지쳐 있었던 거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위로가 되었던 건,

무기력을 단순히 "게으름"으로 보지 않은 태도였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건,
사실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다는 뜻일 때가 많다."

또 이런 말도 나온다.

"무기력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된 좌절이 만든 학습된 체념이다."

그러니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규정을 해버린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부딪치다 보니

이제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된 상태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글을 읽자, 이상하게도

나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나에 대해서 다시 생각 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그렇게 쌓인 실패의 시간들이 많이 있다.

지금도 실패 중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나도 몇 번씩 시도했던 일들이 있었다.

습관을 만들려고 했고,

그러면서 계획을 세웠고,

계획 대로 시작을 해보려 했다.


하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되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그때마다 "역시 나는 안되는 구나..."라는 말이 마음속 깊이 박혀 갔다.


이 책에서는 이런 상태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한 사람이 계속해서 같은 벽에 부딪히면,
어느 순간부터는 문이 열려 있어도 시도하지 않게 된다."

어? 난가?

그냥 지금 내 상황, 내 상태가 떠올랐다.

이미 지나간 실패의 경험들이

보이지 않은 울타리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나 스스로를 가둔 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던 거다.


작게라도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무기력을 벗어나는 방법을 아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박하다.

아주 작은 일 하나 정해서 끝까지 해보기

결과보다 "시도했다"는 사실에 중점 두기

몸을 먼저 움직여서 생각을 끌고 나오기

"무기력은 마음의 정지 상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실패할까 봐'라는 생각이 과부하된 상태다."

'마음'부터 설득하려 하지 말고,

몸을 먼저 조금이라도 움직여 보라고 권한다.


그래서 나는 소소한 것부터 시작을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 정리 하기

샤워하기

물한잔 마시기

오늘 꼭 하고 싶은것 하나만 적고 실행 하기

해냈다고 부르기도 민망한 일들이지만

하루가 끝날 때 다이어리 한 칸에

작게 체크 표시를 하다 보니

"그래도 완전히 가만히 있던 하루는 아니었네" 라는 느낌이 났다.


그 작은 감각이 조금씩 무기력 속에서도 조금씩 나를 끌어 올렸다.


나를 덜 탓할 때, 비로소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무기력에 빠진 사람에게 가장 잔인한 말은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어' 라는 말이다"

내가 나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이 저자는 가장 잔인할 말이라고 했다.

"마음 먹으면 할 수 있어, 왜 또 이래.", "마음을 조금더 다 잡자"...

돌이켜보면 이 말들은 나를 독려한 것이 아니라

나를 점점 더 깊은 구덩이에 밀어 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의 나는, 지금의 에너지만큼만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일단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래 '지금의 나'를 그냥 이 상태 그대로 인정을 해보자

"그래, 지금은 이 정도밖에 못 한다."

그렇게 인정을 하고 나니

다음에 해야 할 것들에 다가가기 조금 쉬워지기 시작 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이 책을 펼치는 이유

무기력의 심리학은

힘내! 라고 등을 떠밀어 주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럴 수 있어" 라고 내 옆에서 다독여 주는 책에 가깝다.


무기력을 진단하려 들기보다,

그 무기력이라는 감정 뒤에 쌓여온 시간과 상처를

차분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이 단 하나뿐이라도,
그 하나를 해본다면
당신은 이미 "정지"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혹시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길어지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그리고선 하주 사소한 일 하나만 정해보자.


일어 나면 이불 정리를 하는 일,

창문을 열고 환기 시키는 일,

일어나 물한잔 먹는 일.

등등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 작은 움직임이

당신을 조금씩 무기력의 바닥에서 조금씩 위로 끌어올리는 첫 손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니라,
여러 번 다친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