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쓰기를 멈추지 않은 이유

by Teddy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글을 쓰지 않은면, 버티기 힘든 사람인 것 같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그냥 두면 이리 저리 흩날렸다.

그 순간의 감정, 부끄러움, 후회, 다짐 같은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너무 쉽게 희미해졌다.


그래서 필사를 조금씩 해 보았다.

하루의 나를 내일의 나에게 전달 하기 위해서.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를 읽었을 때

"사람은 단순히 '정보 전달'을 위해서만 글을 쓰지 않는다.
자신 안에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 있을 때,
그걸 결국 글로 꺼내게 된다. "

오웰이 말한 네가지 글쓰기 동기, 자기 과시, 미적 즐거움, 시대 기록, 정치, 사회적 목적 등

이런 것들이 하나씩 읽어 내려가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이런 이유들 사이 어딘가에서 쓰고 있었구나."


쓰지 않으면, 내 마음이 너무 빨리 사라진다.

예전에는

"글은 정리를 하기 위해 쓴다" 라고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정리 이전에 더 시급한 문제가 있었다.


정리할 틈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마음...


어느날, 예전 노트를 우연히 펼쳐보았다.

아주 짧은 문장 들이 적혀 있다.

프로젝트 미팅에 대한 내용

그 옆에 내 생각을 적어 둔 것.

귀퉁이 어딘가에 입으로는 낼 수 없는 말까지

그걸 읽는데, 이상하게

그때의 공기가 조금 돌아오는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읽어서 적어 두었던 글귀가 있다.

기억은 자꾸 스스로를 정리하고, 기록을 그 정리를 잠시 늦춘다.

나는 그때는 분명히 힘들었을 것인데,

지금의 나는 지난 나를 "괜찮았던 사람"으로 보여 졌다.


오웰은 자신의 글쓰기가

결국 "세계에 대한 어떤 불편함"에서 출발했다고 고백한다.

불평등, 거짓말, 왜곡, 침묵...

그는 그것을 그냥 두고 보지 못했고,

그래서 글로 싸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내 글쓰기는 그렇게 거창하진 않지만

작게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말들

이상하게 마음에 오랜 남는 장면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사소한 감정들

그걸 것들이 내 안에서 오래 맴돌다가 결국 이 글이 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나 혼자라도 기억하기 위해 쓴다."

내가 쓰는 글이 꼭 위대한 진실일 필요가 있을까?

그저 오늘 내가 느꼈던 작은 부끄러움, 누가 건넨 사소한 친절, 아무 의미 없이 좋았던 것들.

그냥 그걸 적어 두는 행위 자체가 내 삶을 조금 더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라고 말하고 싶다.


잘 쓰는 것보다, 계속 쓰는 것.

"나는 왜 쓰는가"를 읽으며

오웰의 글쓰기 태도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그는 "자기과시적인 욕망"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러면서도 끝내 그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시도'를 포기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솔직함이 좋았다.

겉으로는 "순수하게 쓰고 싶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인정욕구와 싸우는 게 아니라, 그냥 둘 다 인정하고 나아가는 태도.


그래서 이제는 '잘 쓰는가'보다 '계속 쓰는가'를 먼저 본다.

조금 부족해도, 형편없이 보여도,

오늘의 나를 한 줄이라도 남겼다면 그날의 글쓰기를 성공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왜, 오늘 이 하루를 이렇게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남기고 싶은가."


혹시 요즘,

마음이 따라가기 힘든 하루를 살고 있다면 오늘 딱 한 줄만 써보면 좋겠다.


그 한 문장을 적는 순간,

당신의 "왜 쓰는가" 도 시작죌지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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