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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Dec 31. 2019

하루를 어딘가에서 산다는 건.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 여행. 너무 식상한 수식어지만 이 이상으로 어울리는 말을 찾아 붙이기는 힘들다. ‘나 여행간다!’라고 하면 십중팔구 ‘우와~’ 라던가 ‘어디로?’라고 하니까. (아닌 사람 있나? 그럼 참 부럽다)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교통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또 국가와 국가 간의 이동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여행은 더 이상 유별나고 유난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SNS의 발달로 인해 여행의 트렌드가 때에 따라 빠르게 변하기까지 하다. 옷차림, 음식에나 어울릴 것 같던 ‘요새 유행하는 여행지’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여유롭던 상하이에서의 하루


그렇다면 여행이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旅行을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통점을 따지자면,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곳을 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옛날부터 여행이라는 개념은 이미 존재했다. 선비들의 유람이 그것이다. 선비들의 유람은 일상의 긴장을 해소하는 휴식의 길이었던 한편, 일상의 배움을 이어서 세상을 읽어가는 또 다른 형태의 배움을 위한 길이기도 하였다(김기주, 2015).


고대 유럽 귀족들의 여행도 비슷하였다. 그들의 여행 역시 배움의 일종이었다. 17~19세기 영국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식들 여행보내기’인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랜드 투어는 여러 나라를 다니며 예법과 언어, 예술을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고,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의 여러 도시가 기본적인 코스였다. 사실상 패키지여행이었던 셈이다.







현대인에게 여행은 일상의 긴장을 해소하는 휴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물론 세상을 읽어나가는 또 다른 형태의 배움과 연결되는 길이기도 하다. 흔히들 휴학을 하고, 퇴사를 하고 떠난 세계일주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온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보면, 여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셈이다. 휴양과 관광.


여행은 혼자서도 갈 수 있지만, 보통은 둘 이상이 가게 된다. 둘 혹은 여럿이 함께 여행을 갈 때 가장 먼저 정해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여행 목적이다. 우리의 여행 목적은 휴양인가, 관광인가? 사람의 성격과 취향이 저마다 다르듯,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바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목적지를 먼저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휴양이라면 동남아를, 관광이라면 유럽을 가게 되지 않는가? 이것은 나의 편협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내가 알기로는 풀빌라에서, 인피니티 풀에서 유유자적 룸서비스를 즐기는 휴양시설은 동남아에 특화되어 있다. 아무래도 동남아시아가 동북아시아나 유럽, 미국 등지보다는 물가가 싸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요새는 휴양과 관광이 합쳐진 새로운 형태의 여행 개념이 등장했다. 바로 ‘한 달 살기’. 예전에는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던 여행이 여유를 가지며 여행지의 분위기, 문화, 역사 등을 느끼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 패스트푸드를 먹듯이 급하게 후다닥 보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여기, 오늘은 쉬고, 내일은 저기. 앞서 말했듯 휴양과 관광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렇게 한 곳에 오래 머물게 되면, 자연스레 그 곳의 분위기를 터득하게 되고 그 분위기가 형성된 과정, 역사, 문화가 물 흐르듯이 인식된다. 에어비엔비가 등장하고, 급속도로 발달한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여행이라는 개념은 그 전과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유람을 목적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떠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닌, 본래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이 곳에서 하루를 산다’고.






참고문헌

김기주, 2015, 「선비들이 유람을 떠난 까닭: 유학(儒學)과 유람(遊覽)」, 『남명학연구』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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