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김정택 팝음악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김정택은 SBS 팝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가슴이 찡하다는 가수 현숙의 "정말로"를 만든 작곡자이기도 하다.
지휘자라 하면 어깨에 힘을 주고 점잖은 표정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김정태 지휘자를 보면서 생각나는 게 있었다. 사람이란, 권위는 필요하지만 역시 권위주의는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김정택의 유머와 아우라는 스스로를 빛나게 했다.
관객석의 조명이 꺼지고 무대의 조명이 밝아진다. 팡파르가 울리기 무섭게 무대 한가운데로 누군가가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달려들더니, 무대천정을 향해 두 팔을 최대한 벌린 상태에서 고개는 뒤로 젖히며 일순간 동작을 멈춘다. 동시에 하이든의 놀람교향곡의 클라이맥스처럼 강렬한 큰북, 심벌 소리가 울리며 무대 뒤 대형스크린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곤 팡파르가 멈추었다. 김정택 지휘자의 등장이었다.
짜라투스트라가 우리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김정택이 표현하고자 했던 무대분위기는 빅뱅을 연상케하는 파워로 우리를 "크게(Big) 빵(Bang)!" 하게 사로잡았다. 짜라트스트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속으로 "멋져부러!"라고 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