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휴무에 맞춰 시골집에 왔다. 나 홀로 들어서는 시골집에는 황량함이 가득하다. 아내와 병실의 노모가 생각나서일 것이다.
보일러를 켜고 부엌을 정리하는데 마당 쪽에서 인기척이 난다. 고개를 돌려보지만 아무도 없다. 자세히 보니 두 마리의 길고양이가 마당 한쪽을 서성이고 있다. 백색소음이 없는 마당에서는 고양이 발자국에서도 소리가 느껴진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부엌 정리는 미루고 길고양이 집을 토방 옆으로 옮긴다. 얼마 전 먹다 남은 치킨을 선물처럼 풀어놓는다. 쏜살같이 물고 달아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흡족하다. 창고에서 고양이 사료를 꺼내 먹이통을 채워 놓는다.
우리 마당에 기득권을 가진 길고양이는 세 마리이다. 쿵이, 쿵동이, 쿵손이다. 물론 내가 붙인 고양이 이름이다. 쿵이가 엄마이고, 쿵동이가 딸이고, 쿵동이가 낳은 딸은 쿵손이라 이름 붙였다.
잠시 후면 옆집 길고양이까지 찾아올 것이다. 쿵이 가족은 한바탕 텃세의 전투를 치를 것이다. 문제는 옆집 길고양이 무리들의 덩치와 힘이 세다는 것이다. 쿵이 가족은 먹이통 앞에 마지노선을 구축하지만 불청객들에게 번번이 힘에 밀리고 만다. 쿵이 식구들이 배를 채울 때까지 내가 마당에서 불침번을 서는 이유이다.
오늘은 아직 가장인 쿵이가 보이지 않는다. 쿵동이와 쿵손이는 포만감을 느꼈는지 자동차 지붕으로 튀어 올라 일광욕을 즐긴다. 나의 불침번이 끝났다는 의미이다.
부엌을 마저 정리하고 커피를 끓인다.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시골집에서는 왠지 1회용 믹스 커피 맛이 좋다. PC를 켜고 거래처 업무연락을 체크한다. 오늘은 컴플레인이 한 건도 없다. 마음의 여유가 느껴진다.
마당 건너편 저 멀리 천문과학관이 있는 산봉우리를 보며 멍 때리기를 한다. 잠시 후, 고흥우주천문과학관 홈페이지를 클릭한다. 이번 주말 관측이벤트는 “가족과 함께하는 만들기 체험” 외에는 특별한 관측은 없다. 이번 주말까지 조용히 독서를 하며 지내다 갈 예정이다. 소확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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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베의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