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림 Jul 10. 2021

빌보드를 때려맞히다(2)3명의 여성 제임스 딘

숨겨져 있던 아웃사이더, 조용한 락앤롤, 클로이모리온도

클로이 모리온도

우리 사회에 주류, 일명 '인싸'들이 있다면, 응당 '아싸'들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쉽게 보는 빌보드 차트에도 마찬가지다. 내로라하는 가수들과 빌보드 핫 100 1, 2위를 다투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음악은 이제 들어보았으니, 다른 노래도 들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미래를 내다보아, 지금은 비록 빌보드의 '아싸'에 있을지 몰라도 저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는 아티스트들을 이 글의 제목 그대로 때려 맞춰보겠다.


클로이 모리온도는 유튜버 출신의 2002년생 미국 싱어송라이터이다. 스모키 화장을 짙게 하고,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를 하는 그의 모습은 예사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유튜브에 노래 영상을 올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4년부터였고, 첫 시작은 다른 가수들의 곡을 커버하는 것이었다. 여느 유튜버 출신 싱어송라이터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활성화되면서 스타가 될 기회는 더 많아졌다. 그리고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앞으로 소개할 라이징 스타인 코난 그레이나 트로이 시반, 걸 인 레드도 사운드 클라우드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스타가 되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각자의 개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클로이의 개성은 그녀만의 분위기에 있었다.


클로이의 개성과 감성은 그의 유튜브 동영상에도, 음악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클래식 기타 사운드나 우쿨렐레 소리와 몽환적인 목소리가 겹쳐지면 그의 노래는 물론이고 커버 곡조차도 그의 노래로 느껴질 정도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커버 영상은 코난 그레이의 Generation Why 커버 영상이지만, 원곡을 모르고 커버곡을 듣는 것은 추천하지 않으니 원곡을 충분히 듣고 커버 영상을 시청하기 바란다.


그의 영상과 음악에는 일명 '아싸 감성'이 존재한다. 직접 작사한 오리지널 곡 가사부터 유튜브 영상 배경 하나까지 공감되고 왠지 모르게 학창 시절 감수성 풍부했던 내 일기장을 들춰보는 느낌이 든다. 10대들이 클로이에게 열광하는 이유도 이것이 아닐까? 


클로이 모리온도가 2020년 발표했던 싱글인 Girl on TV라는 곡을 보자. 이 곡은 그리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클로이 모리온도의 곡들 중 그의 심상을 잘 알려주는 곡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너무나 잘 담아낸 가사이기 때문이다. 


이 곡의 요지는 이것이다. 저 티비에 나오는 여자처럼 모든 게 다 쉬우면 좋을 텐데, 내 현실은 시궁창이네.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생각 아닐까? 모르긴 몰라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당사자 연예인마저도 한 번쯤 해볼 법하다. 이처럼 클로이 모리온도는 조금 찌질해도 우리 마음속의 '아웃사이더'를 꺼내 준다. 기타, 혹은 우쿨렐레 하나를 들고 담담하게.


그렇게 유튜브 활동을 이어가던 클로이는 2021년 5월 2번째 정규 앨범 Blood Bunny를 냈다. 전 글에서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영향을 받았다면, 클로이 모리온도는 파라모어와 에이브릴 라빈에게서 더 영향을 받았다. 둘은 같은 세대이고, 똑같이 기타를 사용해서 음악을 작곡하지만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누구냐에 따라서 음악적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앨범의 백미는 I Eat Boys라는 곡이다. 앨범의 흐름을 깨지 않게 이 곡의 멜로디는 너무나도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가사를 해석할 수 있는 분이라면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을 것이다. 이 곡의 가사는 <죽여줘! 제니퍼> Jennifer’s Body라는 카니발리즘 호러 코미디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가사라고 인터뷰 한 바 있다. 정말 그녀 답지 않은가? Blood Bunny라는 앨범 제목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곡이다. 


그런가 하면, Favorite Band라는 곡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보다 널 좋아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애절한 고백을 하기도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공감될 수도 있는 사항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오늘만큼은 널 만나기보다 그 콘서트에 가고 싶었다는 말. 찌질해 보일까 봐 못 했던 말. 클로이가 내 안의 '아웃사이더'가 되어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썸네일만 보고 날라리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화려한 머리색과 대비되는 짧은 머리 혹은 파마머리, 특이한 옷 스타일. 처음엔 낯설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듣고 음악을 진정 즐기게 된다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감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과 같은 것이기에. 

작가의 이전글 빌보드를 때려맞히다(1) 3명의 여성 제임스 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