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돼지들의 파티장이다
어느덧 시상식 시즌이 되었다. 첫 시험이 시작된 지 한달이 넘어가다보니 심적으로 많이 지쳐서 요즘은 공부하기 싫을 때면 CNN 뉴스를 읽거나 BBC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스포티파이에 있음). 한창 읽다가 그것조차 지겨워져서 버라이어티를 보거나 트위터의 pop crave 같은 계정을 보면 마음이 비참해진다.
나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팬이다. 그의 작품세계를 너무나 사랑하고 폴 토마스 앤더슨이 그리는 이상한 캐릭터들과 그의 따뜻한 시선에 큰 위로를 받아왔다. PTA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에 비해 상복이 없는 게 팬으로서 못내 안타까워 이번엔 꼭 흥행에 성공하고 상 하나쯤 받아갔음 했다. 그리고 왠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버라이어티가 쉴새없이 내보내는 셀럽들의 드레스 사진과 파티, 영화를 테마로 한 케이터링 메뉴를 볼 때마다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왜냐면 나는 방금까지 병원이 폭파되는 장면을 시청했고 자유를 외치는 시민들의 비명을 들었고 경찰의 총에 맞아 운전석에 널부러진 여자의 몸을 봤기 때문이다.
영화인들이 요근래 마이크만 들었다 하면 하는 소리가 있다. Save the Cinema! Save the Theater! ... 그리고 입바른 소리로 가자에 대해서 한두마디 던지고 박수 받곤 다시 마티니 잔을 든다. 그조차 하지 않고 뻔뻔하게 들어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혀 가닿지 않는 인터넷의 비판을 제외하고 그들을 방해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여전히 돌체앤가바나의 드레스를 입고 지미추를 신고 더 로우 가방을 들고 레드카펫을 밟는다. 발렌티노 수트를 입고 보테가베네타 구두를 신고선 비밀스레 이스라엘에 지폐더미를 건넨다.
그래서 드는 의문.
영화 산업이 과연 예술성을 내세워 꾸준히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셀럽들이 방송마다 나와서 우리 시네마 좀 살려주세요 징징 울어도 죽은 극장은 살아돌아오지 않는다. 관객들은 여윳돈을 들고 여가시간에 극장을 찾는다. 너희들이 요트를 사고 이스라엘에 호텔을 짓고, 1조가 넘는 재산이 무기상에게 흘러들어가면 갈수록 시네마는 죽어간다. 언제까지 관객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영화 봐주세요 구걸할텐가? 코에 흰 가루를 잔뜩 묻히고 온실가스를 뿜어내며 말하는 부르주아 돼지의 울음소리가 우리 귀에나 들어오겠는가 말이다.
LA와 충무로에만 극장이 있는 게 아니다. 베네수엘라 가자지구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지금 죽어가는 모두가 관객이고 시네마의 주인인데 예술인이라는 사람들이 기름기 묻은 입을 나불대는 이 현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원 배틀 어나더 애프터>는 노골적으로 이 시대에 편재하는 부패와 반동, 혁명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투자에 큰 역할을 했을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스라엘에 호텔을 짓고 요트를 수집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오랜 파트너 조니 그린우드의 시오니즘적 성향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그들이 외치는 '비바 라 레볼루션'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느냔 말이다. 대체 누가 폴 토마스 앤더슨과 디카프리오에게 홀로코스트를 풍자할 자격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국가를 막론하고 영화과 교수들과 한따까리 한다는 초빙 강사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요즘은 아이폰으로도 영화 찍을 수 있어. 찍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영화 찍는 세상이야."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한창인 지금 원 샷 애프터 어나더를 들이키고 있을 영화인들에게 소리지르고 싶다.
이거 없으면 투자 못 받아, 이 배우 없으면 제작이 안 돼, 흥행이 안 돼? 그렇다면 울지 말고 아이폰을 들자. 찍으려고 맘만 먹으면 누구나 영화 찍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