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직장생활은 안녕하신가요?(2)

by CMOONS

두 번째 받는 신입 연수였기에 큰 부담감은 없었다. 먹으라면 먹고, 공부하라면 하고, 자라면 잤다. 그래서 웬만한 부분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시작됐다.


새로 입사한 곳은 이전과 달리 입사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조별로 해야 하는 활동들이 많았다. 조원의 수 또한 10명 정도로 적지 않은 숫자였고, 인원이 많다 보니 성격도 제각각이었다. 인사부에서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 외에 계속해서 조별 미션을 부여했다. UCC, 발표, 미니게임, 도미노 등등. 그 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생겨났다.


대한민국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 답게 대학시절 조별과제를 할 때와 동일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누군가는 너무 열심히 해서 남들을 부담스럽게 했고, 누군가는 거의 참여를 하지 않으면서 점수는 잘 얻고 싶어 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파벌을 만들어 싸움을 붙이는 걸 즐김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은 높였지만 조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굳이 따지자면 열심히 해서 남들을 부담스럽게 하는 축에 속했던 나는 기왕 하는 것 역할분담도 제대로 하고 결과물도 괜찮게 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내 맘과 같지 않은 조원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내가 제시한 내용에 대해 '이게 별로다, 저게 별로다'라며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다.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되물으면, '그냥 그건 아니라는 거지.'가 그들이 말하는 전부였다. 그런 식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기한이 촉박해졌고, 나와 몇몇 조원들이 겨우 시간에 맞추어 과제에 매진하여 제출을 했다. 딴지를 걸었던 그들은 그쯤 되면 잠자코 있다가 그 결과에 대한 과실을 함께 얻어갔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내 안에서 '짜증' 그 이상의 것이 치솟았다. 나의 얼굴에는 전 회사에서 났던 것처럼 여드름이 올라왔고, 다시 소화불량이 도졌다. 잠을 자도 자도 피로감을 느꼈다. 그런 나의 상황과는 별개로 시간은 무심히 흘렀고 신입연수는 끝이 났다.


'아, 이제 끝이다.'


첫 발령지가 정해지고 출근 준비를 하며 이제는 루틴 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이직한 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별로였냐고? 아니다. 새로운 곳의 분위기는 이전 회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롭고, 사람들도 유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힘이 들었다. 이전처럼 누군가 내게 욕을 하지도, 점심시간을 강탈하지도, 저녁회식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답답함이 들고, 하루하루가 고역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이전 회사의 높았던 급여와 복리후생들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회사에서 아무리 열심히 모아도 그전 회사와 평생 소득 차이로 보면 20억 이상 차이가 나네.'


'어차피 이 정도밖에 나아질게 아니었다면 좀 힘들더라도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는 전회사가 낫지 않았을까?'


'전 회사의 복리후생이었다면 지금 이런 지출은 내가 감당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와 같은 생각들이 나의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이 생각들의 빈도는 잦아지고 심화되어 어느덧 이전 회사에서와 같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특히나 이 선택을 나 스스로 했다는 자책감이 나를 가장 억눌렀다. 그렇게 나는 '후회'를 안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절망에 빠진 인간이 되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깨달았다.


내가 '회사'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의 회사에서 거지 같은 인간들을 만나 제대로 파악지 못했지만, 두 번째 회사를 다니며 비로소 내가 사람들 틈에 섞여 일정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굉장히 깐깐했다.


내 주변 누군가는 회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회식을 하고, 동호회를 하고, 회사 내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매우 즐기고 좋아했다.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그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 그들은 회사 내 인정에 대한 욕망이 있거나 그 자체를 즐기는 인간들이어서 그 지불에 대해 크게 저항을 느끼지 않았다.


불행히도 나의 인정에 대한 욕망과 그 자체에서 얻는 즐거움은 그들에 비해 너무나 작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운동을 하고, 좋은 책이나 영화를 보는 행위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런데 회사는 내게 그것들을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 할애하다 보니 자꾸만 나의 자유로운 영역에 대한 갈증이 심해져만 갔다.


계속 이런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이번 생은 글러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택으로 나의 삶을 망쳐버리고 만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급기야


'차라리 죽어야 하나? 그래야 이 지독한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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