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에게 전하고픈 말

내가 끝내 말하지 못한 것

by CMOONS

우연히 한 연애칼럼을 보았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 번쯤 들어봤던 내용들이라 편하게 읽어 넘기던 중 한 질문에서 멈춰 섰다.


‘자신과 이별 후 과거 연인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가?’라는 재미있는 질문이었다. 잠깐 멈춰 생각을 했고,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답을 했을 거라 예상하고 계속 읽어나갔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과거 연애에서 저지른 잘못이 많아서였는지 항상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았다. 그래서 나를 스쳐간 그녀들이 좋은 인연을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한 켠에 가지고 살았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처럼 그럴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칼럼은 남과 여의 답변에 큰 차이가 있으며, 내가 전형적인 남자들의 답변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칼럼은 말했다. 이별 후 대부분의 남자들은 지나간 옛 연인이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반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옛 연인이 자기보다 못한 여자를 만나 불행하게 살기를 바란다. 이 답변을 보고 순간 의아함이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에이, 억지다. 이건 사람마다 다른 거 아니야?’


나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칼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와 TV를 돌리다 마주친 드라마를 보는데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만나 잘살고 있는 전연인을 보고는 기분이 상해 친구들에게 하소연하는 여자배우의 모습이 나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그 칼럼이 생각나 옆에 있던 와이프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너도 전 남자친구가 잘 살면 저렇게 짜증 날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을 일은 아니지?”


와이프가 잠시 동안 생각하더니 답했다.


“그래?”


“왜, 오빠는 아니야?”


“음, 과거에 죄 지은 게 많아서 그런가? 한때는 진심으로 사랑했던 상대였고, 예쁜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들이니까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지.”


“그래?”


와이프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무심히 대꾸했다.


“왜?, 그래도 과거 못난 나를 만나 사랑도 주고 상처도 받았던 사람들인데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게 이상한가?”


“뭐, 그럴수도 있는데, 나보다 괜찮은 여자 만나 너무 잘사는 건 그리 좋진 않을 것 같은데?”


나는 이 상황이 재미있어 와이프에게 칼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와이프는 이야기를 잘 듣더니 생각해보면 여자들 사이에서 전 연인이 잘살았으면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아마 여자들은 사귀는 당시에 남자들에 비해 더 정성을 쏟아서가 아닐까?”


“네 이야기니?”


우리 둘은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이후 나는 기회가 있으면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신기하게도 열에 여덟은 칼럼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으면 그들은 ‘그래도 과거 연인이었으니까’, ‘나 말고 딴년이랑 사는데 행복까지 빌어줘야해?’, ‘야, 그년 이야기 꺼내지도 마’, ‘그 새끼 진짜 잘 살면 안돼.’, ‘잘 살았으면 하지, 갑자기 보고싶네.’ 등등 다양한 답변을 했다.


확실히 남성과 여성의 답변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된 이유는 와이프가 말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성숙했던 과거의 나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말과 행동을 주저 없이 연인들에게 쏟아냈고, 이후 꽤 긴 시간 동안 후회 따윈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가끔 과거의 파편들이 떠오를 때면 전연인들에게 했던 나의 말과 행동들이 얼마나 부끄럽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런 부족한 나를 사랑해주려 노력했던 상대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감정이 뒤섞여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상대의 행복을 바랐던 것이리라.


어쩌면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준다는 건, 내가 그만큼 그 사랑에 게을렀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그녀들에게 고맙고 미안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제는 전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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