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 – 《희망 II》

어둠을 품은 희망

by 루안

그림 앞에서, 그때의 마음


클림트는 이 장면을 ‘비전(Vision)’이라 불렀다. 지금은 〈희망 II〉로 알려졌지만, 화면의 중심은 제목보다 더 가까운 감정—임신한 몸을 마주한 두려움과 축복이 겹친 마음—에 가 있다.

그는 금빛과 문양으로 인물을 감싸며,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을 화면 전체의 공기처럼 퍼뜨린다.


장면의 근거, 마음의 이름


임신한 여인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배 곁에는 작게 그려진 해골의 형상이, 발치에는 기도, 혹은 탄식을 연상시키는 세 여성의 머리와 손이 보인다. 금빛 화면은 두꺼운 장식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인물을 껴안는 보호막으로 작동한다. 이 대비—임신의 생명과 죽음의 징후—속에서 클림트가 붙잡은 감정은 두려움을 품은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그가 붓을 들던 마음


그는 아마 알았을 것이다.

희망은 밝음만의 이름이 아니며, 생을 향한 기도가 동시에 상실의 예감을 불러온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몸을 드러내는 대신 감싸고 덮는 문양을 택하고, 인물의 시선을 자기 안으로 기울게 한다.

위협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머무는 기도, 그게 그가 믿은 희망의 모양이었다.


밝음과 어둠 사이, 희망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을 임신의 찬가로만 읽거나, 반대로 죽음의 징표만을 강조해 읽는다.

둘 다 맞지만, 동시에 불충분하다. 해골(메멘토 모리)의 기호와 보호하는 금빛의 장식, 기도하는 듯한 여인의 몸짓이 한 화면에서 부딪히며 남기는 감정—그 경계의 떨림이 바로 〈희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희망 앞에서


클림트여, 당신은 두려움을 덮어 가리거나 몰아내지 않았다.

그 대신 두려움 위에 희망을 앉혔다.

그래서 우리는, 무너질 듯한 순간에도

덮이고 감싸지는 희망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어둠을 품은 희망에게〉


두려움이 먼저 와도

나는 그대의 빛을 부른다.

사라질 가능성 곁에서

그대의 숨이 내 안에 머문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살아가기로 한다.

— 구스타프 클림트를 기억하며



함께한 작품 : 구스타프 클림트, 〈희망 II〉(Hoffnung II / Vision), 1907–08

소장처 : 뉴욕 현대미술관 MoMA (Oil, gold & platinum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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