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시가 되다.

아홉 개의 감정을 지나 나에게 닿다 - 시적 에세이

by 루안

프롤로그


이 글은 아홉 가지 감정을 지나,

결국 ‘나’라는 존재에 닿는 시적 에세이입니다.

각 장마다 하나의 감정이 주인공이 되어,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름 붙입니다.



1장. 아쉬움, 그때 하지 못한 말들


조금 더 천천히 걸을 걸

조금만 더 웃어줄 걸

그때 너의 눈빛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입안까지 맴돌다 삼켜버린 말들이

자꾸 가슴 한켠을 긁고 지나간다.

왜 그땐

조금만 더

다정하지 못했을까.


"아쉬움은, 그 순간엔 몰랐던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을 때에야 찾아오는

시간보다 느린, 마음의 이해이다."



2장. 그리움, 그 골목을 아직 돌아보지 못한 이유


괜히 돌아가는 길을 택하고

괜히 마주칠까 멈칫하고

그때 함께 걷던 그 골목을

아직도 난 돌아보지 못한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가로등,

익숙한 너의 그림자.

다 지나갔는데

왜 나는 아직,

그때 그곳에 멈춰 있을까.


"그리움은 끝난 감정이 아니라,

아직도 마음에 머물고 있는 풍경이다."



3장. 후회, 하지 못한 말은 오래 남는다


말을 아꼈고

감정을 숨겼다.

상처를 줄까 봐,

그리고, 상처를 받을까 봐.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멀어져 버렸다.

괜찮은 척,

아닌 척,

모두 다 아는 척.

그 모든 척이

너무 오래 남았다.

하지 못한 말이

그날보다 더 오래

내 안에 머물러 있다.


"후회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아직 다 흘려보내지 못한 남겨진 마음이다."



4장. 무력감, 아무 일도 하기 싫은 날의 마음


창문을 열어야 하는데

이제는 일어나야 하는데.

해야 할 일은 많고

해야만 할 이유도 있는데,

그게 다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이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을 꺼내기가 두렵다.


"무력감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조차 조심스러워진 마음의 방어다."



5장. 불안, 마음이 나보다 먼저 달릴 때


가만히 있는데도

숨이 먼저 차오른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이

벌써 마음을 휘감아 온다.

틀리면 어쩌지

실망시키면 어쩌지

또, 내가 다 망치면 어쩌지.

내일을 그리다

오늘을 잃고,

지금의 마음은 자꾸만

먼저 달려 나가려 한다.

나는 아직

준비도 안 됐는데.


"불안은 지금을 살고 싶은 나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로 자꾸 데려가려는 앞서가는 마음이다."



6장. 수용, 이 감정도 나였구나


버티는 것도

피하는 것도

이제는 그만하고 싶은데.

이제는 그만두고 싶은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런 날들을 지나

문득, 떠올랐다.

이 모든 감정이

나를 이해하려는 과정이었나?

아프고, 두렵고, 지쳐 있었던 마음도

다, 나였구나.


"수용은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다."



7장. 고요, 흔들림 없이 나를 마주하는 순간


오늘은 괜찮다.

그냥 다, 괜찮다.

생각은 여전히 많지만

그 생각들이

오늘은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 하지 않아도

오늘은 그냥 다 괜찮다.

이 고요가

내일도 오기를...


"고요는 감정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감정을 품은 채도 괜찮다고 느끼는 마음의 평온이다."



8장. 사랑, 나도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주는 게 행복했다.

너도 나와 같을 거라 믿었고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왜 나는, 외로웠을까.

나는 그저

주기만 했던 걸까,

아니면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걸까.

그렇다.

사랑을 주는 데 익숙했던 나는

사랑을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는 듯하다.

나도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괜찮은 존재였다.


"사랑은,

나에게도 도착해야 완성되는 마음이다."



9장. 나, 감정을 지나 나에게 닿다


수없이 많은 감정들을 지나

그 끝에 내가 있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외면하고,

아닌 척하며 살았던 나.

두려워하던 나도

울고 있던 나도

다정하지 못했던 나도

그저, 나였을 뿐이다.

감정을 지나오고 나서야

나는 나를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닿았다.



에필로그


사랑으로 시작된 감정의 조각들이,

결국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 닿았다.


나는 앞으로도 감정에게 이름을 붙이며,

나와 누군가를 다정히 불러낼 글을 쓰려 한다.





함께한 이미지: Pexels / Philippe Donn

(https://www.pexels.com/photo/milky-way-illustration-1169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