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없어서 더 낯설었던 마음에 대하여
이름 없는 마음들
괜히 허전한 오후가 있어요.
창밖에 햇살은 환한데,
내 마음은 이유 없이 쓸쓸해지는 순간.
아무 일도 없었는데,
버스 창가에 앉아 있다가
문득 한숨이 새어 나오는 순간.
우리는 이런 마음을 종종
“그냥 기분이 이상해.”
“괜히 답답해.”
라고만 말하곤 하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건 불안이었고,
때로는 외로움이었고,
오래 묵은 그리움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감정을 잘 몰랐던 날들
그럴 때가 있어요.
기다렸던 말은 오지 않고,
대화는 어딘가 비껴가고,
괜히 마음이 멍해지는 날.
그런 날엔, 나도 모르게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게 돼요.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냥,
마음이 다쳤던 거였어요.
조금은 서운했고,
조금은 외로웠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말들이
속에만 고여 있었던 거죠.
감정은 꼭 진짜 얼굴로 나타나진 않아요.
슬픔은 화로,
외로움은 짜증으로 바뀌어 나오기도 해요.
너무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일수록
더 반대로 표현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인지,
내 감정인데도
그 감정을 내가 먼저 오해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감정에게 이름을 붙여보았던 순간
마음이 자꾸 복잡해질 때,
나는 내 안의 감정을 가만히 바라보려 애썼어요.
도망치듯 넘겨버리던 감정들을
하루는 조용히 붙들고, 이렇게 물어봤죠.
“너, 지금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
두려움이라고 불러주자
내가 피하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고,
외로움이라고 말하자
텅 빈 마음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그 감정이 바뀐 건 아니었지만
그 이름을 알고 나니
덜 낯설고, 덜 무서웠던 거예요.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
감정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그림자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작은 실마리처럼 다가왔어요.
오늘, 내가 불러줄 이름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는 건
그 감정을 없애거나 바꾸겠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저 "그래, 너도 거기 있었구나"
하고 조용히 알아봐 주는 일.
마음속 감정에게 정확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해요.
심리학에서도 그런 말이 있더라고요.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고.**
그 사실이 꼭 과학이 아니어도,
나는 그렇게 느껴져요.
무엇인지 모를 감정과 마주했을 때,
그저 말없이 바라보는 대신
작게나마 이름을 불러줬을 때,
내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거든요.
오늘 내 감정에도 이름이 있다면,
나는 어떤 이름을
불러주면 좋을까요?
함께 한 이미지: Bruno Mira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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