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단어와 마주하다
작년 9월, 대대적인 정밀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이어진 검사에서 올 2월과 8월, 결과지는 낯선 단어를 담고 있었어요.
바로 ‘비정형 세포’.
의사 선생님은 두 가지 방법을 권유하셨습니다.
첫째, 조직을 떼어내 다시 한번 정밀 검사를 해보는 것.
둘째, 갑상선 혹을 아예 제거하는 수술을 선택하는 것.
그런데 말이에요, 비정형 세포… 도대체 무슨 말인지.
처음엔 그 단어가 머릿속에 잘 외워지지도 않았습니다.
‘의례 하는 검사겠지, 괜히 돈 X랄 하는 건 아닐까?’
이미 정밀 검진에 큰 비용을 썼다는 생각에 죄책감까지 들었고,
제 마음은 꽈배기처럼 꼬여버렸어요.
그러다 8월 재검 때가 되어서야,
그 단어가 머릿속에 확 박히더군요.
그제야 실감이 났습니다.
환자가 되려면 정말 똑똑해야 한다는 걸요.
안 그러면 의사와 간호사가 하는 말들이
작은 제 머리통 위에서 작은 새들처럼 재잘재잘…
“뭐라는 거야?” “여긴 어디지?” “난 누구?”
“아, 증말…”
그저 잡음처럼 흘러가는 말들로만 맴돌 뿐이니까요.
여하튼, 그래서 오늘은 묻고 싶었습니다.
“2번이나 검사를 했는데, 이제 다음은 뭘 해야 하는 건가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마치 냉정하게 환자의 선택이라는 듯,
담담하게 두 가지 길만 다시 짚어줄 뿐이었어요.
몸이 알려준 신호
사실 그전까지는 늘 어디가 아픈지 모를 만큼 몸이 지치고 불편해 답답했습니다.
그러다 엄청난 두통과 수면장애가 찾아오면서 목과 허리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정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운 마음에 결국 신경외과를 찾게 되었지요.
다행히 원인을 알게 된 뒤 집중적인 시술과 치료를 받으면서
‘아, 이제 삶이 조금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또 다른 권유 앞에서
하지만 갑상선 재검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다시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
이미 꽈배기처럼 뒤틀려 있던 속은 더 옥죄어 오는 듯했고,
작은 눈은 점점 실눈처럼 감겨버렸습니다.
말만 들어도 지치고 힘이 빠지는 기분이랄까요.
요즘 제 마음은, 차라리 목과 허리 관리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쪽에 기울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또 다른 선택을 미루고 있는 제 모습이 보이네요.
스치듯 남기는 질문
스치듯 읽어주신다면,
다른 작가님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그간 온전히 나로 살아보고 나를 위해 시간을 만들면서도,
종합병원을 전전하는 좀비 같은 몸을 돌보느라
브런치 스토리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제 이야기를 다시 꺼내놓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갑상선검사 #건강이야기 #선택의 갈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