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년 같으니라고...

이제 와 잘하면 뭐 하냐

by 이루다언니의 말맛


나의 엄마는 수년 전,

왼쪽 눈 백내장 수술 이후 망막 적출로 실명했다.


그날 이후

나는 엄마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아픔을 마주하는 일이 두려웠고,

그럴 때마다 내 눈이 먼저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6년 전,

우울 증세와 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고

그때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제야 가슴 한켠이 에리듯 아파왔다.


그동안 많이 아팠구나, 우리 엄마.

그리고 곧이어 이런 생각이 밀려왔다.

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365일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의 아픔을 가렸나…


몹쓸년.

몹쓸년 같으니라고.

이제 와 잘하면 뭐하냐는 생각이 가득 차오르다

문득, 슬퍼졌다.


그 후의 시간 동안

엄마에게 오른쪽 눈은 유일한 세상이었다.

엄마는 그 한쪽 눈에

남은 모든 것을 담아 살아왔다.


작년 여름,

나는 무심코 말을 붙여

엄마의 시선을 끌어보려 했다.


“엄마, 엄마 나 보여?”


하지만 엄마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하얗게 보여…”


그 말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6개월을 지켜본 끝에

오늘, 대학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마쳤다.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더 이상 치료할 게 없습니다.”


장애 진단이었다.


치매 2급이 되는 동안

엄마는 이미 소리로 세상을 살아내고 있었다.

감각으로 짐작하며 소통해왔고

그 사실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형제들도, 요양원 직원들도.


검사하는 내내

엄마는 틈틈이 말했다.


“딸, 우리 딸이 최고야.”

“내가 어서 죽어야 우리 딸 고생 안 하지.”


그리고 3초 뒤,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배고파 죽겠어.”

“집에 가자.”


엄마의 기억은 3초다.

그리고 반복된다.

그 말들 앞에서

나도 같은 대답을 반복한다.


대체 부모들은

늙고 병든 것만으로도 서러울 텐데

왜 “어서 죽어야지” 같은 말을 해서

자식들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걸까.

젠장.


이 검사가 잘한 선택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미안함과 죄책감이

하루 종일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오늘은

몸도 마음도 몹시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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