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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fka Aug 12. 2023

사기꾼 전쟁 -1

“그게 말이 돼요? 진짜 그렇다고요?”     


  재판에서 이겼지만 돈 받을 길이 없다는 엄마 설명에 너무 화가 나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왔다.     


“법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냐...”     


  엄마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서율이와 놀아 주고는 있었지만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1심, 2심, 3심...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음을 졸이며 재판을 해 왔던 게 너무도 덧없게 느껴졌다. 재판 내내 그 새끼가 수시로 말을 바꾸며 거짓말을 해서, 의견서를 낼 때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그 결과가 이거라니... 억울했다. 1억 4천.... 그 돈을 쓰기라도 했으면 아깝지라도 않지.     


“금옥이 아는 사람도 당했는데 자기 앞으로 재산이 하나도 없데... 죄다 부인 명의, 법인 명의로 되어 있데.”     

“부인이나 법인 앞으로 되어 있으면 못 받는 거예요?, 어차피 그 법인도 그 새끼 거잖아요?” 너무 화가 나서 욕이 절로 나왔다.     


“어, 못 받는데. 법인은 법인이고 전상학은 전상학이래.”     


“와~ 무슨 이런 법이 다 있어. 이러니까 사기꾼 새끼들이 판을 치지.”     


“그러게나 말이다....”


  우리 가족은 전상학에게 사기를 당했다. 전상학은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달라고 했고 엄마 친한 친구의 아는 사람이자, 돈 많은 사업가인 전상학에게 우리는 돈을 빌려줬다. 당시에는 여러 가지 일로 전상학을 믿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땅을 담보로 잡고 있었기 때문에 돈을 떼인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담보 따위는 숙련된 사기꾼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를 우회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열불이 나지만 방법이 없어 사기당한 사실 자체를 잊고 살던 어느 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약간은 들뜬 목소리였다.     

 

“아들 어쩌면 돈 받을 수도 있겠어.”     


“예? 어떻게요?”     


“금옥이 있잖아, 금옥이가 전상학이 땅 하나 있는 거 알려줬어.”     


  금옥이 이모는 엄마와 오랜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우리에게 전상학을 소개한 사람이자 전상학의 경매 파트너였다. 엄마 말에 의하면 전상학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우리에게 전상학이 가지고 있는 땅을 알려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받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모르지 땅 가치가 얼마나 될지.., 그리고 우리보다 선 순위가 있어, 산림조합.”     


“선 순위요? 그게 뭐 어떻게 되는 건데요?”     


“전상학이 땅을 담보로 산림조합에 돈을 빌려서, 경매 넣으면 산림조합이 먼저 가져가고 남은 돈을 우리가 가지고 가는 거야.”     


“그러면 일단 땅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봐야겠네요?”     


“어, 그래야 할 것 같아.”     


“그 동네 부동산에 전화 한 번 해볼까요?”     


“그것도 좋은데 거기 한 번 가볼까?”    

 

“어디요? 땅 있는데요? 어딘데요?”     


“이서”     


“그래요. 요즘 방학이니까 내일 가봐요.”      


  다음 날 나는 엄마와 이서에 가보기로 했다. 네비를 찍어보니 세종시에서 이서까지 대략 1시간 10분쯤 되었다. 생각보다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가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는 이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모르는 척하고 시세를 물어봤는데, 마침 부동산에서 우리가 보려는 땅을 2억 5천에 권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2억 5천... 호가가 2억 5천이니까 실거래가는 2억이라고 치고, 은행에서 1억쯤 대출했으면 1억은 받으려나...’     


  운전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이리저리 어림했다. 운이 좋으면 그래도 거의 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관건은 산림조합에서 얼마나 대출을 해줬냐인데... 시골 땅을 은행에서 무턱대고 많이 해줬을 것 같지는 않았다.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전상학이 땅 투자로 닳고 닳은 놈인데 가치 없는 땅을 사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바람이 담긴 희망회로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우리는 서전주 IC를 지나 이서면에 들어섰다. 전주를 떠난 10년 사이에 서전주 IC 옆에는 전주. 완주 혁신 도시가 조성되어 있었다. 서전주 IC 근처라고 해서 어디 깡촌을 생각했는데 근처에 혁신 도시가 조성되어 있으면 땅값을 제법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C를 지나 전주. 완주 혁신 도시에서 6~7분 정도를 더 달려 이성리에 도착했다. 차를 표지석 옆에 대충 주차해 놓고 내려서 살펴보니 조금 특이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상과 다르게 논이 별로 없는 것이 그랬고, 2차선 도로 좌측 산언덕에 10여 가구가 모여있는 게 그랬다. 낡은 농가 주택 사이로 제법 잘 지어진 집이 종종 보이는 것 보니 외지 사람들이 전원주택지로 선호하는 지역처럼 보였다.          


“우리가 보려는 데가 어디예요?”    

 

“이쪽인 거 같은데? 따라와 봐.”     


  엄마는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며 집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올라갔다. 전상학의 집은 작은 산 바로 밑에 있었다. 2차선 도로에서 길을 따라 2분쯤 걸어 올라가는 곳이었는데,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고 땅이 제법 넓어 보였다.     


“이게 몇 평쯤 돼요?     


”등본에는 220평이라고 나오네. “     


”집은요? “    

 

”집은 30평“     


”그런데 안 산지 좀 됐나 본데요 마당에 이렇게 잡초가 많은 것 보니. 나중에 팔려면 손 좀 봐야겠어요. “


  집은 겉에서 보기에도 먼지가 수북했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또 어떤 펜스는 넘어질 것 같았고, 토대를 이루고 있는 돌 몇 개는 깨져 있었다.


 엄마는 대꾸도 없이 여기저기 둘러보기만 했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가려는데 지나가던 마을 할머니들 중 한 분이 말을 걸었다.     


”집 보러 오셨어요? “     


  누가 봐도 엄마와 나는 집 사러 온 외지인처럼 보였다.      


”예, 그냥 한 번 둘러보는 중이에요. 그런데 요즘 시세가 얼마 정도 해요? “     


  엄마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넌지시 물었다.     


”글쎄요. 잘은 모르는데 평당 한 8~90 한다는 것 같아요. “     


”요 앞 까페는 평당 100 정도 했다고 하던데요. “


  옆에 있던 할머니가 거들며 말했다.     


‘평당 100이면 땅값 2억 2천에 건물값 5 천해서 2억 7천 쯤 받을 수 있으려나. 부동산에 내놓은 가격이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었나 보네.’     


  할머니 말을 들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바쁘게 계산을 했다.     


”그러면 거래는 좀 돼요? “     


  어차피 여기에 집을 짓고 살 것도 아니어서 나는 거래가 잘 되는지 궁금했다.


”글쎄... 워낙 몇 가구 안 돼가지고... 그래도 종종 거래가 되는 거 같기는 합디다. “     


”아... 예... 감사합니다. “     


  엄마와 나는 웃으며 인사를 하고 차로 돌아왔다.     


”어떨 거 같아? “     


”부동산에서 2억 5천이라고 했잖아요. 그 정도는 받겠는데요. “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     


”그리고 오면서 보니까 전주. 완주 혁신 도시랑 가까워서 찾는 사람도 꽤 있을 것 같아요. “     


”그러면 중요한 게 우리가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인데... 민수한테 좀 알아보라고 해야겠어. “    

 

”예,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형이 워낙 바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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