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풍 도시락 : 일반 김밥

by 김작가

오늘은 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김밥 도시락을 싸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이의 30분 점심시간을 위해 부모는 마음이 바쁘다.


평소 새벽기상이 일상이라, 농담처럼 내일 늦잠 자서 김밥 못싸주는 건 아니겠지? 했던 말이 진짜가 되었다.

눈을 뜨니 새벽 세시반, 너무 이른 시간이라 조금 더 자야지 했다가 깜짝 놀라 깨서 부랴부랴 도시락 쌀 준비를 한다. 아이의 소풍이면 도시락 콘테스트라도 나가는 듯 귀엽고 아이의 마음을 홀릴만한 캐릭터 도시락을 열심히 쌌었다. 포켓몬 김밥, 토토로 유부초밥 등 귀여움을 주문하던 아이는 이제 '일반 김밥'을 싸달라 주문했다.


김펀치로 모양을 뚫고, 빨대로 치즈를 자르고 도시락을 넘어 공예에 가까웠던 엄마의 쪼물딱 손맛을 가득가득 맛볼 수 있었던 캐릭터 도시락의 시대는 갔다. 일일이 눈알을 붙이던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으니 늦잠에도 도시락 미션을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일반 김밥'을 주문하는 아이가 나 같은 '일반 어른'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씁쓸함이 든다. 귀여운 도시락을 행복하게 들고 출발하던 아이의 모습이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은 나도 모르는 새 이미 육아의 다음다음 단계로 훌쩍 넘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아이가 무사히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고 주방을 정리하며 설거지를 하다 보니 아이를 키우며 한 번씩 느끼는 묘한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 순간 나는 엄마이기도 하고, 나의 엄마이기도 하고, 나의 아이이기도 하면서, 열 살의 초등학생이기도 하다. 엄마가 싸주시는 도시락을 당연하게 받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소풍을 가던 10살의 나,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어렸던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엄마도 오늘의 나와 같은 마음으로 정성으로 도시락을 준비했겠지.. 새벽부터 일어나서 바지런 떠는 엄미의 그 사랑이 켜켜이 쌓여 나를 키워냈듯이 우리 아이에게도 나의 정성이 쌓여 단단하게 자라나기를...


아이의 소풍이 끝나고 돌아오는 저녁, 빈 도시락 통을 정리하며

내일도 우리의 하루를 사랑으로 채워가보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