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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의 시작

'과연 어디까지 갈수 있을까'

by PlanBlab


Solbeach, YangYang, Korea

2015년 10월, 얽매여있던 가족사업에서 해방되었다. 10년만의 가족여행. 나는 모든것이 정리 되어 있었고,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여행자금 500만원.


첫 번째 여정지는 '발리'다. 한창 서핑에 빠지기 시작했던 때라 발리는 정말 너무나도 가고 싶은 파도의 천국 이었다.


게다가 이번 여행의 도전은 '숏보드'였다. 긴 여정에 대한 계획에 롱보드를 가지고 다니는건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기에, 강제로 숏보드의 입문을 시작했다.

Uluwatu, Bali , Indonesia

정말 '발리'는 서핑의 성지다. 모든 해변엔 파도가 있고, 스팟의 위치마다 각양각색의 파도가 들어온다. 동남아 특유의 습함과, 따뜻한 바닷물은 언제든 바다에 뛰어들게 만든다. 그렇게 아침 저녁으로 뛰어들었고, 내 몸은 자연에 가깝게 변해가고 있었다.

Blue point, Uluwatu, Bali

생전 처음 가져보는 색상의 몸을 갖게 되었다. 보너스로 강한등. 내가 두번째 생명의 위협을 받은 시점이다. 엄청난 조류로 인해 절벽으로 계속 떠내려 가는걸 1시간 정도 버텼다. 파도의 크기는 두키(3m정도). 엄청난 조류와 익숙치 않은 숏보드로 인해 무한 패들링을 했지만, 절벽으로 떠내려가는걸 간신히 버틸정도. 그렇게 악착같이 버텨 간신히 저 절벽 사이의 작은 입구로 다시 들어왔다. 바다는 포인트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아무리 프로 서퍼라도 생명의 위협을 받을수 있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숏보더의 성지 '울루와뚜'는 아직 내 실력에 맞지 않는 포인트였다.



최상급 포인트 부터 낯선 포인트까지 정말 다양한 파도를 만날수 있던 첫번째 나의 발리. 마음맞는 친구만 함께한다면 여기가 천국일거란 생각을 참많이 했던 외로웠던 발리에서의 40일. 나의 첫 서핑트립이었다.




발리에서 호주가는 티켓을 샀다. 남는게 시간이었던 지라, 가장 저렴한 7만원 짜리 티켓으로 발리에서 서호주로, 5시간정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였다. 미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놓아 출국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 걱정은 여기서 남은돈으로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500만원의 여행 자금중 발리에서 150만원을 썼다. 남은돈 350만원..


우선 차부터 샀다.

Santafe, 4wd 2002년식 manual

서핑보드라는 큰 짐도 있고, 내가 여기 잠깐의 서핑트립이 아니라 20대에 꿈꿔왔던 아웃백을 해야하기 때문에 차에서 잘걸 대비해 SUV로. 지금에 와서는 정말 후회되는 선택이지만, 당시엔 Vanlife 란걸 알지 못했다.



호주의 중고차는 직거래가 굉장히 활발하고 가격또한 여행자들에게 부담이 없다. 이차는 한국인에게 구매하였는데, 그 친구가 말하길 돈벌어주는 차라더라. 요청하지도 않은 네고를 쿨하게 해주며 250만원에 구매. 이제 100만원도 채 안남았다..걱정은 다음에 우선 바다로 가자.

Trigg point, Perth, WA, Australia

서호주의 주도 Perth의 Trigg point. 차트에 항상 10ft(3m정도)이상이 뜨길래 어떤 곳일까 하고 찾아가 봤지만, 차트보다 훨신 작은 파도였다. 포인트 오른쪽으로 라이트핸들 파도가 치며 포인트 브레이크여서 상급자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앞쪽의 비치 브레이크에서 타볼까 하고 들어간 바다는, 엄청난 추위만 기억된다.


발리에서 좋은 파도를 집앞에 두고 탔던 나는 호주의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모든게 오후 5시면 끝나는 도시. 사람이 안보이는 좀비의 도시같아, 여기 계속 있다간 금방 집에 가고 싶어질거 같았다.


남은돈도 별로 없고 얼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자.

Go

서호주 Derby 라는 곳에 위치한 IGA bakery에 이력서를 넣었다. 당시 호주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는지 알지못해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찾았다. 거기서 가장 시급이 높고 낯선곳을 선택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더비에 대한 경험담을 찾던중 이런 글을 발견했다.


"타들어가는 사막에서 매일 맥주한캔씩, 언제나 맑은하늘, 새소리만들리는 바오밥(boabtree)나무아래 세상 아무런 방해없이 맥주를 마실수 있는 이곳은 세상가장 평화로운 곳으로 기억된다."


나를 위한 동네 같았다. 나름 세상걱정이 많기에.

Perth to Derby 2800km

근데 막상 운전하고 가다보니 엄청나게 멀다...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데, 차로는 딱 28시간 걸린다.


뭐 아무렴 여기보단 낫겠지라는 막연함에 남은돈 50만원을 가지고..


첫날은 고작 400km정도. 그럴수 밖에 없던건 길가에 널려있는 대자연에 감탄해 이리저리 차를돌려 들어가느라 멀리 가지 못했다. 그렇게 가던중 일단 와서 일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이다.

Geraldton, WA

아침 파도를 보기위해 묵었던 퍼스 북쪽의 도시 'geraldton' 의 위 쪽의 어느 포인트. 해외에선 구글이 최고다. 구글네비를 통해 길을 찾고, 위성지도를 보고 어떤 지형인지 가늠할수 있기 때문에 초행길이지만, 쉽게 파도치는 바다를 찾을 수 있었다. 모든것이 낯선 환경이다. 대자연의 나라답게 인적이 드물다. 아침에 사진을 찍고 파도를 보는데, 들어가고 싶지않게 파도를 탈수 있는 라인업이 어마어마하게 멀다. 눈으로 봤을때 대략 1km정도를 패들해서 나가야하고, 아직 추웠다. 해가 뜨자마자 출발해야한다. 해가 중천에 있을땐 너무 뜨거워 운전하기 힘들다.

서호주의 고속도로는 가드레일이 없는,자연의 길목에 있다. 말그대로 모든 생물들이 지나다니기에 로드킬도 많지만, 로드킬로 인한 사고도 굉장히 많다. 글을쓰는 지금 호주의 한바퀴를 돌아 봤는데, 가장 자연에 가깝게 관리가 없는곳이 서호주다. 거기다 북서호주는 세계 3대 오지다. 도로엔 캥거루도 나오고 도마뱀도 나오고, 별의별개 다 나오지만, 제일 무서운건 '소'다

-_-

그래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건 야간 운전이다. 호주의 전역을 돌아봤지만, 정말 아무런 '막' 이 없는곳이 북서호주다. 마을간의 거리가 보통 200~500km정도 되기때문에 자칫 사고가 나면, 정말 힘든 인생이 될수 있다. 조금 욕심내서 야간운전을 했는데, 정말 두손꼭 핸들잡고 엄청난 집중을 해서 간신히 소를 발견하고 차를 세울수 있었다.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열대 기후로 변한다. 습하고 뜨겁다. 뭔가 타들어가는 분위기다.

주변의 들이 불타고있다.

서호주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차는 카라반을 싣고 다니는 차나 캠핑카다. 라이프스타일이 한국과 격렬하게 다르다. 사진의 차량은 좀 색달랐다. 캠핑 버스에 차를 끌고 다닌다. 아마 집을 가지고 다니면서 어딘가에 정착해 차로 다니려는 심산인듯. 자연 만큼 삶도, 보이는 모든것이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정말 떠나오길 잘했다.

Broome, WA

구석구석 돌아다니느라 300km정도를 돌아와야했다. 그래서 총 2500km를 운전, 더비의 옆마을 'Broome'에 도착했다. 사실 Broome 이란 지역부터 Kununurra 라는 곳까지 Kymberly 지역이라하여, 세계 3대 오지 이며 인간에 대한 배려없는 자연을 느낄수 있는 곳이지만, 브룸은 달랐다. 휴양지다! 타오르는 들판을 뚫고, 썩은 땀내가 온몸과 차에 가득했기에 우선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샤워의 행복감을 격렬하게 느낄수 있었다.

'집'이 Derby다

브룸과 더비는 바로 옆마을이다. 거리는 250km정도 :) 더비라는 곳을 알아볼때 가장먼저 찾아 본것은 서핑을 할수 있는가 였다. 브룸이 서핑스팟이다. '서울에서 양양가는 거리구나' 라는 위로를 했고 우선, 버티는게 제1의 목표였기에 일을 하기로 맘먹고 이틀간의 휴식을 취한후 아직까지도 호주에서의 가장 추억되는 '집' 더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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