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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Aug 30. 2021

생활치료센터 근무기

그곳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어요. 그간 이런저런 일들로 차분히 글을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했던 일도 이런저런 일에 포함되겠네요.

저는 사서직 공무원입니다. 사서 일을 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업무나 의무 역시 같이 수행해야 합니다.


이번 생활치료센터 근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재 제가 일하는 지역에서는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며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돌아와 저 역시 3교대 근무를 하게 되었어요..


보안상의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근무 후기를 자세하게 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겨우 일주일 동안 제가 보고 느꼈던 것들을 한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생활치료센터란?


생활치료센터는 치료보다는 환자를 격리하여 상태를 관찰, 관리하고 환자의 몸에서 더 이상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으면 퇴소시키는 것이 목적인 곳입니다. 따라서 전문적인 치료보다는 상태를 지켜보고 치유될 때까지 기다리는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http://ncov.mohw.go.kr/shBoardView.do?brdId=3&brdGubun=32&ncvContSeq=1078

생활치료센터에는 병원과 달리 대부분 무증상~경증 환자들이 입소합니다.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으면 증상의 경도에 따라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심하지 않은 환자는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킵니다.

물론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면 의료진의 판단하에 병원으로 전원 되기도 합니다.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긴 하지만 전문적인 치료보다는 상태 점검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입소절차


확진 판정 - 보건소 연락- 입 소지 확정 - 구급차 배차 - 입소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관할 보건소에서 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의뢰를 합니다. 최근에는 확진자가 많아 생활치료센터에도 병상 수가 많지 않아 병상(방)이 있는 곳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입소할 센터가 확정이 되면 확진자에게 연락을 하고 입소 안내를 하고 들어가기 전 준비할 시간을 줍니다. 보통 생활치료센터에서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길 시간을 주는 것이지요. 센터 역시 환자 입소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경우에 따라 넉넉한 준비시간이 있을 때도 있지만 입소가 급히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확진자의 집으로 구급차를 보내고 환자는 구급차를 타고 센터로 입소하게 됩니다.


생활치료센터에 처음 입소하면 온도계, 혈압계 등 의약품이 들어 있는 의료키트세면도구, 침구, 화장지, 물티슈 등 생활용품이 들어 있는 구호 박스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생활에 대한 안내도 받게 됩니다. 구호박스에는 생활에 필요한 정말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어요. 슬리퍼와 컵라면, 손톱깎이, 차 티백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무엇이 필요할까 너무 고민하지 않고 들어오셔도 됩니다.


 구호 박스에는 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물건들이 들어 있지만 휴대폰 충전기와 마스크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꼭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2주간 방 안에서 격리되어 생활하다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으니 아이패드나 책 등 취미 활동을 위한 용품들도 준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택배 역시 반입이 가능하나, 조리가 필요한 식품이나 칼이나 화재에 위협이 될 만한 물건은 반입이

불가능하니 해당 센터에 문의 후 주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담배 역시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의약품 역시 의료진이 판단하여 반입 여부를 검사하여 반입시키고 있습니다.



입소 후 생활



매일 2차례 체온과 호흡기 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의료진이 판단하에 필요할 경우 흉부 X선 검사를 통해 폐렴의 발병 여부도 검사합니다.


 식사는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제공합니다. 제가 근무한 곳은 편의점 도시락간단한 과일, 주전부리 등을 제공했습니다. 보통 7시 반, 12시, 6시가 식사시간입니다. 문 밖에 도시락을 미리 두고 방송으로 식사시간을 알리면 밖에 놓여있는 도시락을 가져다 먹습니다.


쓰레기는 폐기물통에 넣어서 방 밖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폐기물통은 특수제작으로 뚜껑을 한번 닫으면 다시 열리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수 있어 환자가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는 폐기물통에 담아 하루 한번 방 밖으로 내놓으면 수거하여 폐기물 처리장에 가서 소각합니다.


입소기간은 별다른 큰 문제가 없으면 10일~14일 후 퇴소하게 됩니다. 퇴소 전에 PCR 검사나 다른 검사를 거친 후 완치 판정을 받으면 퇴소할 수 있습니다. 소 시에는 간단한 보건 안내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입소 때와는 달리 퇴소 시에는 앰뷸런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생활치료센터 업무

 센터에는 의료진과 행정업무를 보는 직원들, 환자의 전반적인 생활에 도움을 주는 상주직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위에서 설명한대로 환자의 건강을 살피고 증상에 따라 의료 처치를 하고 병원으로의 전원이나 퇴소 처분을 담당합니다. 직접 대면이 어려워 보통 영상통화나 카톡을 통해 환자와 접촉하고 필요한 경우 방역복 착용 후 환자와 대면합니다. 의약품을 관리하고 처방합니다.


 행정업무를 보는 저 같은 직원들은 환자가 입소하면 방을 배치하고 식사 주문이나 물품 제공, 민원 업무 등을 처리합니다. 제가 있던 곳 경우는 3교대로 24시간 근무였습니다. 보건소에서 입소 의뢰가 들어오면 병상을 확인하고 방을 배치하고 입소한 환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도시락과 택배 및 필요 물품들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습니다. 또한 CCTV를 통해 센터 내에 이탈자나 특이사항은 없는지 확인하고 센터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주시해야 했습니다.


상주하시는 직원분들은 전반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셨습니다. 그곳에서 제일 바쁜 분들이기도 했지요. 하루 3차례 제공되는 식사를 일일이 확인해서 직접 환자의 방문 앞에 가져다 두고 필요물품과 의약품, 택배를 운반하는 것도 담당하셨습니다. 환자가 문밖에 놓아둔 폐기물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일, 환자가 퇴소 후 머물렀던 방을 방역, 소독하는 일도 담당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센터 내의 거의 모든 일을 담당하셨습니다. 병실에 올라갈 때마다 방역복을 입고 길게는 6개월 이상일 하신 분들이 많아 볼 때마다 참 수고하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일주일에 불과했지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센터는 기본적으로 식사는 일반식(도시락), 죽(소화가 안 되는 환자식), 어린이식, 유아식, 채식, 할랄식 이렇게 총 6가지 종류의 식사가 제공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도시락이다 보니 맛에 대한 민원이 제법 많았어요. 김치를 못 먹으니 빼 달라는 사소한 민원부터 도시락이 맛이 없으니 어린이식으로 변경해달라는 민원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있던 곳은 외국인 확진자 비율이 꽤 높았습니다. 할랄식이 너무 맛이 없다며 또 다른 메뉴를 추가해주지 않으면 뛰쳐나가겠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카레나 다른 메뉴를 추가 주문했지요.

점심도시락(근무자들도 같은 메뉴를 먹어요.)

그중에서 제일 많았던 민원은 아무래도 다인실을 사용하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이었습니다. 생면부지 남과 함께 2주간 생활한다는 것이 불편한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현재 많은 곳의 생활치료센터가 다인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확진자 증가로 방이 부족해서 1인실로 운영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입소할 당시 혹여 빈 방이 있더라도 대부분 다음날 입소자들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다인실을 운영하고 있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일인실을 특별히 배정해줄 수 없습니다.


어린이와 영유아 입소자들도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확진자나 영아 확진자도 제법 보였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 가족이 확진되어 오시기 때문에 가족이 전체가 입소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른들도 2주간 방에 갇혀 있기 답답한데 아이들은 몇 배로 힘들까 싶어 더 마음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센터에서 마음치유 색칠공부 세트나 놀이거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확진자가 아니지만 가족 때문에 입소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주로 아이들이 혼자 확진되었으면 아이만 혼자 보낼 수 없어 가족이 함께 입소하는 경우였습니다. 그 경우도 확진자와 똑같이 생활하였습니다. 대신 가족실에 배정이 돼 함께 방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센터가 불편해서 못 있겠다며 고성을 부리며 나가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한밤 중에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달라며 안 가져다줬다가 본인이 잘못되면 책임질 거냐고 언성을 높여 업무가 끝난 직원이 다시 방역복을 입고 가져다준 일도 있었습니다. 불편사항을 입소해있는 환자가 아닌 남자 친구가 대신해 전화해준 사람도 있었고 아들 입소 일주일 차에 아버지도 확진되어 입소한 가족도 있었습니다.



생활치료센터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위에 적은 내용 외에도 개인정보에 관련될 수 있어 이곳에는 적지 못할 다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있으며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확진자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의료진과 직원들 모두가 환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습니다. 1 넘게 그곳에서 누가 봐도 지칠만한 상황에 으쌰으쌰 파이팅하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CCTV 너머로 더운 방역복을 입고 수고하시는 분들을  때면 코로나 극복 공익광고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방역복 때문에 땀이 범벅이 돼서 앉을 새도 없이 또다시 다른 업무를 처리하러 가시면서도 즐겁게 인사를 건네던 모습을 잊을  없었습니다.


생활치료센터에 2주간을 격리돼서 생활한다는  자체가 무척 어렵고 답답한 일입니다. 몸도 좋지 않은데 불편한 점도 많고 2주간 비슷한 식단을 먹는 것도 무척이나 괴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센터에 입소한 확진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환자들이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드리려 노력하며 근무하였고 비상상황이 발생할까 마음을 졸이며 근무했습니다.

부족하더라도 불편하더라도 그곳에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아서  사실을 가끔씩 잊는 분들이 계시는  같습니다.

 밖에서 도시락을 놓아준 누군가가 있고 수화기 넘어에도, 방역복 안에도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요. 같이 노력해서 얼른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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