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소원이 책 한권 내보는 것이었다.
하필 그것이 왜 지금이냐 묻는다면 본래 나는 유행에 민감해 남들이 한다는 것은 대부분 해보는 성격인지라 개인출판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요즘 나 역시 책 내는 것을 시도해봐도 좋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책 쓰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내가 왜 책을 내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1. 글쓰기에 대한 열망
2. 사서로서 책이 나온 이후의 과정 뿐 아니라 출판 전 과정을 참여해보고 싶어서
3. 내 추억들이 묻혀있지 않고 계속 끄집어 내고 되새김질 하고 싶다는 생각
본격적으로 원고를 쓰기로 하고 1년 남짓 퇴근 후 혹은 주말에 글을 썼다. 글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 책을 꼭 내지 않아도 좋다고 싶을만큼. 하루동안의 스트레스가 글을 쓰며 날라가버렸다. 글을 쓰며 느꼈다. 글쓰기가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 나는 주변에 글쓰기 취미를 추천한다.
원고를 완성하고 이제 출간을 하기로 했다. 어떤 방식으로 책을 낼지 찾아보았다. 이왕 쓴 글 출간까지 꼭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긴 시간 달려오게 했다. 책을 내려면 일단 5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1. 출판사 투고
책 출판의 가장 기본방식을 먼저 시도하고 싶어 쓴 원고를 다듬어 출판기획서와 함께 출판사로 투고를 했다. 메이저 출판사의 경우는 홈페이지에 투고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출판사가 메일을 통해 투고를 받았다. 출판사 홈페이지를 찾아 일일이 그 출판사에 맞는 출판기획서를 써서 원고를 보냈다. 총30 여군데의 출판사에 투고를 한 것 같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서라는 직업이 내가 가진 장점이니 개인출판에 관한 책을 10권 넘게 빌려보고 출판기획서를 쓴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단 한곳에서도 출판하자는 연락이 없었다.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워낙 글 잘쓰는 사람은 많고 내 글이 판매용으로 썩 좋은 실력을 가진 글도, 주제도 아니기란 사실은 나도 알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으니 돈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책으로 돈 벌 목적은 없지만(그럴 능력도 안되고) 돈 벌 목적이 없는 것은 나이지 출판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총36군데 출판사에 투고를 했고 거절의 답장을 보내준 출판사는 4곳이었다. 나머지 출판사들은 답장조차 없었고 나는 그 거절의 답장마저 감사해 보관함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2. 브런치 공모전 응모
책 투고를 열심히 하다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의 파워는 익히 알고 있지만 플랫폼 자체가 내가 느끼기에는 복잡했다.
메뉴나 세분화하고 블로그 화면을 꾸미는 것이 나에게는 부담이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노출이 많이 되는 플랫폼은 맞지만 그에 따른 댓글이나 사람들의 반응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브런치는 그에 반해 인터페이스가 깔끔했고 메뉴 구성자체가 글쓰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운영하는 것이 나와 맞아 보였다. 게다가 공모전을 통해 수상하는 작품은 출판도 해준다고 하니 출판에는 제격이지 싶었다. 하지만 응모했던 공모전에서도 모두 수상하지 못했고(이 역시 당연한 이야기이다.) 냉정한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3. 자비출판(업체에 돈을 내고 출판을 의뢰하는 방식)
도서관에서 기증으로 가장 많이 들어오는 책 중 하나가 바로 자비출판 도서다. 책 한권 내고 싶은 저자들이 자비를 들여 책을 출간하고 그렇게 나온 책들이 도서관에 소장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하는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무엇하러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는데 작가가 되고 싶어지니 자비출판을 택한 마음이 이해가 된다. 찾아보니 꽤 여러 군데서 소정의 돈을 지급하면 알아서 책의 디자인과 구성 등을 편집해 출간을 해준다. 질도 나쁘지 않고 이렇게 출간 된 책이 교보문고 판매량 상위에 있는 경우도 꽤 있었다. 도서관에서 구입하는 책에도 요즘엔 자비출판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돈의 여유가 있지만 직접 일일이 발품과 손품을 팔아 책을 낼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적합한 방식 같다.
4. 교보문고 POD 서비스
여러가지 고민을 하는 사이 시간이 흘렀고 책을 내고 싶어하는 맘을 아는 친구 중 하나가 교보문고에서 하는 Puple 서비스를 알려주었다.
작가등록을 하고 원고를 작성하면 교보문고 POD 서비스를 이용해 책을 만들어준다. 최대 장점은 개인출판은 판매처를 찾기가 힘든데 반해 교보문고내에서 도서를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산까지 바로 된다고 한다. 책의 판형이나 디자인의 샘플이 있어 거기에 맞춰 원고를 올리면 교보에서 알아서 책을 만들어준다. 물론 개인출판이나 출판사를 거친 출판보다는 개인이 직접 원고를 디자인해야하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책 출간의 전반에 대해 체험하고 싶다는 내 목적에도 맞고 인쇄소나 판매처를 직접 찾아야하는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http://pod.kyobobook.co.kr/myBook/podIntro.ink?pageGb=Sub01
4. 부크크
부크크 역시 원고만 올리면 무료로 책을 만들어준다. 현재 24,368종의 도서가 출판중이라는데 전자책과 종이책을 모두 출간할 수 있다. 교보문고 퍼플과의 차이점이라면 퍼플은 인터넷 교보문고 내에서만 책을 판매할 수 있는데 반해 부크크에서는 알라딘, yes24 인터넷 서점에도 유통이 가능하다.
작가서비스 메뉴에서는 표지나 내지 디자이너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보통 원고만 있고 표지 디자인은 직접하기 힘든데 전문작가의 표지 디자인 구매가 가능해서 편리해보인다. 원고 등록 후에 샘플신청을 통해 샘플을 먼저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부크크를 통해 출간을 해보기로 했다. 출판사 투고는 벽이 너무 높고 브런치 공모 역시 글 잘쓰는 작가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초의 내 목적이 책 출판의 전 과정을 참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보니 독립출판 쪽으로 알아보났지만 인쇄까지 직접 참여 하기에는 전문지식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보였다. 그래서 무료로 출간이 가능하고 인터넷 서점에도 입고가 가능한 부크크에서 출간하기로 한것이다. 4번째 도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과정을 한번 브런치에 기록해볼까 한다. 책을 내고 싶은 다른 브런치 작가들에게 내 기록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님들 같이 책 한번 내봐요 우리 :)